2024. 04. 24.

새발의 피(조족지혈:鳥足之血)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6.07.18. 16:56:43 글쓴이IP: 211.191.126.143

이런 말은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그리할지라도 끝까지 삼가야 할 말이 있다.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이고 신앙과 신학이 갖는 품격과 긍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악역이라는 말이 엄연히 있듯이 훗날 역사를 위해 증거로 남겨둬야 할 악역 같은 말이 있는 듯하다.
미국 새들백교회의 릭워렌 목사가 지난 주말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주말 며칠 동안 연속하여 14일에는 상암경기장에서 일반 성도들을 위해 그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을 위해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서 수영로교회에서 목회자들과 일반성도들을 위해 집회를 인도했다. W.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멘토로 알려져 있는 그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그는 애초 평양집회를 위해 금강산호텔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방북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는 아마 최근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빗어진 정세 때문인 듯 그쪽의 요청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그는 지금 제2의 빌리그래함으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기독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다니는 현역 최고의 교회지도자이다. 릭워렌이 이같이 선풍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그의 처음 저서‘새들백교회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이다. 그는 다시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저서를 통해 교회바깥에 까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알려져 있다. 삶의 궁극적 목적이 모호해지고 심지어 상실된 ‘현대이후:포스트모던)세계의 영적 실상을 그가 정확히 진단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회복된 그리하여 명쾌하고 단순한 전통적 복음중심의 성경적 삶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야 할 것을 역설하는 것은 교회로서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속화에 휘청거리던 교회가 제대로 된 지도력을 만난 셈이다. 이런 그가 20대에 빌리그래함목사를 따라 100만 성도들이 운집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던 여의도 집회에서 교회성장의 비전을 가졌다는 것은 그와 한국교회와의 또 다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그는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그의 저술들을 보아도 참 훌륭한 목사이고 대단한 교회의 지도자이다. 그에게는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있고 교회에 대한 열정이 있고 도덕성이 있다. 그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로 대접을 받기에 손색이 없는 뭔가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이다 내지는 ‘새 발의 피다’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또 무슨 요사스러운 장난일까. 이는 예스럽지 않고 불경한 생각이다. 솔직히 그의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과 그에게서 은혜를 받고 그를 기대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먼저 용서와 이해를 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과연 릭워렌이 역설하는 바 그 정도로 21세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하면 다시 제3 제4 부흥의 불길이 일어나고 그와 함께 그가 주창하는바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회복이 될까 ........ 아무래도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는 결코 인기 절정에 있는 그를 시기하여 끌어내리려는 수작이 아니다.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묻고 또 묻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오늘 이 시대의 핍박받는 그리스도인의 대명사가 된 베뢰아운동의 주창자 시무언 김기동목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 세계가 릭워렌에 쏟는 관심의 반만큼이라도 시무언에 주목할 수 있으면 사도바울이후 최대의 변혁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괜한 착각일까 망상일까 아님 자위일까.
정말 아쉽다. 그렇게 참된 삶에 대하여 열망한다면 그토록 성경적 삶에 이르기를 소원한다면 시무언에 대한 빗장을 풀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을 텐데 이 무슨 해괴한 역사의 장난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사정할 수도 없으니 더욱 괴로운 일이다. 진정 세계기독교회가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한국의 김기동목사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교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하는 말이다. 그의 시대가 언제까지 일지 그가 활동할 수 있는 동안 그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곁들여 이렇게 시무언과 베뢰아가 세계교회 무대에 공식적으로 오르지 않음으로 인해 공론화를 빗겨 서 있는 베뢰아가 공론화를 통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지적되고 보완할 l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조바심이 일기도 한다. 베뢰아가 세계교회에 공공연히 회자하고 영적으로 갈망하는 세계 기독자들이 한국을 찾기 까지 성경에 정통하다는 자부심과 영적 긍지 외에 세계시민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