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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명의 양식이요 영광과 권능으로 충만한 진리의 말씀이다. 불신자들도 김서방 장에 가니까 생각 없이 따라나서듯 멋모르고 성경을 인용한다. 우리나라에도 국어학자 양주동 박사가 일본에서 공부를 하면서 당시만 해도 개인서신을 검열하는 기숙사 사감에 들키지 않으려고 이화여전에 성경구절로 가득한(아가서?)연서(戀書)를 보내어 검열을 피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 성경 중 오늘은 에스겔 28:15 ‘마침내 불의가 드러났도다’는 말씀을 함께 묵상하며 한 주 쉬어가므로 「21세기 베뢰아운동의 모색」을 대신하려 한다. 본문은 교만하여 타락한 천사를 가장 잘 빗대어 보여준다는 두로 왕의 일탈과 관련된 내용이다.
문득 문득 ‘세월은 그 무게가 얼마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 대부분이 어릴 적에는 곧잘 나이를 더 높여서 자기를 소개하곤 했던 기억을 자기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는 한살이라도 적게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뻐한다. 알고 보니 아주 짧고 짧은 인생이다. 순식간에 그 많아 보였던 세월이 다 지나 버렸다. ‘무거워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니냐’고 놀림을 받던 풍성한 머리칼은 언제 빠졌는지 다 빠져 버렸다. 젊음을 과시하던 탱탱하던 피부도 언제 탄력을 잃었는지 재미가 없고 기력은 마음뿐이지 전혀 전 같지 않다. 같을 수가 없다. 세월을 헤아려 보는데 사진 만큼 실감나는 게 없다. 사진은 한해가 확연히 다르다. 거기에는 오늘과 다른 옛날의 내가 있다. 유년시절, 학생시절은 말할 것 없고 지난여름 사진만 하여도 오늘 아침 거울에 비쳐 보던 내가 아니다. 훨씬 어려 보인다. 세월의 힘이 참 위대하고 무서운 것을 실감한다.
적잖은 시간 신앙생활을 하면서,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함인 것을 알았다. 교인들만 보고 나무라는 말이 아니다. 동료 목사님들도 그렇다. 우리들 대부분이 참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낸다. 무엇보다도 같은 일을 오래 평생토록 신나고 재미있게 처음같이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여기에도 능력의 차가 있다. 누구는 아주 짧다. 처음의 즐거움과 감격과 신선함에 취했다 금방 깨어버리고, 어떤 이는 제법 오래, 또 다른 이들은 그보다 더 오래 장시간 처음의 감격과 감동을 유지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스피디한 세대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한결같은 것이 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사실 지적같이 어쩜 비 효율적일수도 있다. 그러니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얼른 바꾸는 것이 더 똑똑하고 영리한 처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다른 분야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또 어떨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나 신앙의 세계는 시간싸움, 세월과의 싸움인 듯하다. 견디다 견디다 멈춰 버렸다. 많은 이들이 세월과의 싸움에서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든다. 마치 수명이 다한 배터리와 흡사하다.
그 세월의 중압감 앞에 「예수 구원」도 별것 아니고, 죽기로 작정하고 경험했던 성령체험과 방언을 말한 것도 별 것 아니다. 애당초에는 주의 이름으로 귀신이 떠나가는 것에 눈이 휘둥거려 졌으나 장사 같은 그 놈의 세월 앞에 그도 별것 아니다. ‘베뢰아’ ‘하나님의 의도’라는 마력(魔力) 같이 영혼을 빨아들이던 매력도 세월과 함께 약 기운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도 별것 아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각가지 이유를 붙여 전향을 한다. 왜 그럴까를 더 생각해 보았다. 일상(日常)을 매일같이 새롭게 살 수 있는 힘이 다한 것이지 싶다. 나다나엘이 주께 큰 칭찬을 들었던 것과 비교가 된다. 그는 마음이 한결같았다. 그에게는 날마다 새롭고 신선하게 하나님을 만나고 묵상하고 진리 속에서 평상심을 잃지 않고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언제나 신선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세월의 무게를 잘 이겨내지 못한다. 그리고 보니 이도 역시 자신의 문제일 뿐인 것을 발견한다. 경우에 따라 어떤 환경 어떤 계기와 이유가 있었을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그 긴 세월을 이겨내지 못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
그 열정 어디로 다 갔는가. 그 감격과 감동, 헌신, 듣고 깨달은 진리에 대한 확고한 결의는 다 어디로 갔는가. 시무언과 베뢰아는 유구한데 그 많은 인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5년, 10년, 20년, 30년 만에 수명이 다 하였던 게다.
참 흥미롭다. 이 세상에는 신령한 이치와 진리를 설명할 수 있는 비유들이 충만하다. 이전에도 충전기(Recharge) 비슷한 것이 있었을까? 세상에서는 다 사용한 건전지를 다시 충전하여 새것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언젠가 미래의 개척분야에 충전지의 문제는 아직도 전망이 밝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리적 세계도 충전의 문제는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바울이 그렇게 고백했다. 요한도 ‘처음 사랑’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남겼다. 매일 같이 자기를 새롭게 할 만큼 자기 영혼을 충전시킬 수 있으면 본래의 열정, 본래의 감동과 감격,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게다. 다른 한편 베뢰아운동 자체로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들을 나무랄 것만 아니라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재충전 운동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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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뢰아운동의 모색⑨ 세월의 무게는 얼마일까? [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