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의 세계는 조금 독특한 데가 있다. 목회자들에게는 엉뚱함이라고나 할까 아님 고집스러움이라 할까 하는 그런 모습이 있다. 나는 아침 일찍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결혼 전에도 거의 규칙적으로 아침운동을 했지만 규칙적이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자랑하시고 또 가르치시는 시무언의 교훈에 공감하다보니-사실 처음 그에게서 은혜를 받고 난 이후 그의 말씀은 내게 그대로 인생의 지침이 되고 진리가 되었으니까 이의를 달 겨를 초차 없었다 함이 더 맞는 말이다. -지금은 더 열심히 거의 매일 아침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새벽 운동가방을 들고 어두운 새벽길을 가다보면 자주 길에서 만나는 이가 있다. 한번도 말을 붙여 보지 못했으니 사실은 확인되지 못했지만 한눈에 어느 날 주님의 은혜를 받고 뒤늦게 신학공부를 하고 있거나 아님 나이꽤나 먹은 전도사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드는 그런 분이다. 그래서 내심 가는 길을 멈추고 그를 붙들어 나를 소개하고는 한번 약속을 해서 내가 아는 성경과 예수를 한수 가르쳐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을 자주 만나는 길을 조금 더 가면 작은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에서 앞에서 새벽같이 모래를 옮겨나르며 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무슨 일을 하다 저리 뒤늦게 주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목회자의 세계에 조금 독특한 데가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목회자들 중에는 어느 날 큰 은혜를 받고는 그가 여태껏 누리고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을 초개같이 버리고 주의 일에 뛰어던 전력이 있는 분들이 많다. 또 다른 한 분을 소개한다. 처음 베뢰아사람이 되었을 그 무렵 이 이상한 세상에 빠져들은 나를 불쌍히(?) 여겨 나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베뢰아를 안내해주고 도움을 주신 목사님이 있었다. 나보다 꽤 나이가 더 많았던 그분은 일찍 운전을 배워 참 운전을 잘 하였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어떻게나 목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고생을 하든지 어느 날 그를 찾았던 내가 ‘목사님! 택시기사를 해도 이렇게 고생하며 살지는 않겠다’하며 눈물을 글썽인 적이 있다. 물론 그는 그의 궁핍함과 어려운 현실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쩜 그는 언제나 마냥 행복한 사람이었다. 목사들은 이렇게 무슨 못 볼 것을 본 사람마냥 엉뚱한 자기 길을 가는, 누구도 못 말리는, 세상의 가치와 기준으로는 제어하지도 판단할 수도 없는 어떤 절대적 가치와 신념이 있다. 그는 그것으로 자기 인생의 좌표로 삼고 그것으로 승부를 건다. 그는 배가 고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좇는 부귀와 영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기 인생의 길을 간다. 그에게 있는 관심은 많은 돈과 부귀와 영화가 아니다. 그는 그렇게 살려했던 자신의 선택에 매우 집착한다. 이를 두고 옳다 그르다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자기를 따르는 성도들의 모습이다. 그는 많은 교회와 많은 목사님들이 있음에도 자기를 선택해주고 자기의 가르침과 인도를 따라 살기를 기뻐하는 그들에게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그는 그런 교인들의 모습에서 모든 수고를 다 잊어버리고 그것을 자신의 면류관이요 성취요 행복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어떤 조건이 성사되어도 그는 무척 자신을 질타한다. 심지어 힘들어 하고 좌절한다. 다시 말하지만 목사는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니까.
나도 베뢰아사람이 된지 20년 가깝게 되었지만 나는 가까운 거리에서 시무언을 모셔보지 못해 시무언이 공인으로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아는 전부다. 그런 의미 나는 시무언을 모른다. 그에 대하여 자신있게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제대로 된 근거가 있는 말이 아님을 인정한다. 내가 어렸을 적 썼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겐또’다.
그가 수년전 아프리카 모 국가에서 집회를 인도하시고 또 그곳의 교회지도자들과 회합을 가지고 오신 후, 그곳 지도자들이 ‘당신들은 왜 운동이라고 하느냐, 우리는 실천이라고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고는 돌아오셔서 “이제는 ‘베뢰아운동’이라 하지 않고 ‘베뢰아실천’이라 하겠다”는 말씀을 하시기 시작했다. 베뢰아운동의 창시자로서 시무언의 깊은 고뇌, 고민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그 즈음하여 베뢰아운동의 위기를 그렇게 보신 것이다. ‘운동’이 세냐, ‘실천’이 세냐, ‘운동’이 보다 더 실천적이냐 ‘실천’이 보다 더 운동적이냐는 싸움거리가 됨직하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베뢰아운동’이 나으냐 실천이 나으냐는 논쟁은 정말 벼락 맞을 놈의 말장난이요 이론 싸움이다. 그것은 너무도 사악한 것이다. 예수쟁이들은 이점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
문득 문득 인생은 줄을 잘서야 하는데 난 제대로 줄을 잘 섰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시무언 같은 지도자를 만나서 그의 문하에서 그가 가는 길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하나님의 깊고 크신 은혜에 머리를 숙인다. 그렇다면 큰 방향은 바로 잡은 셈이다. 운동이든 실천이든 그것을 뭐라고 이름 붙이든 그게 대수이겠는가. 그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욕얻어 먹을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그 삶을 살아야 하는 과제만이 남아 있다.
|
|
시무언의 고민 [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