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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오늘, 이웃 도시에서 교회를 창립하는 예배가 있었다. 주위에 계신 목사님께서 가까운 곳에서 교회창립예배가 있노라 며 나는 미리 성함도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전도사님이었지만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으니 말씀을 전해달라 부탁하기에 흔쾌히 수락을 했던 터다.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어떤 분일까 궁금해 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자리라도 채워야지 싶어 시간이 되는 교회식구들을 한 차 태우고 목적지를 향했다. 식사를 준비했으니 시간 내 도착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준비가 느껴지지 않은 썰렁한 예배당이 뭐라고 형언할 수 없도록 가슴에 밀려왔다. 우리교회 식구들이라도 없었으면 예배당의 절반은 빌 뻔했다. ‘그러나 어디 이런 곳이 여기뿐인가. 마음 단단히 먹자’ 하며 애써 태연히 했다. 좁은 교단이다 보니 개척의 주역인 전도사님도 한번쯤은 본적이 있는 듯하고 사모님은 알고 있는 분이었다. 등에 애기를 업고 있는 사모님을 보는 순간, 꼭 20년 전, 배속에는 아이를 가졌고 돌배기 큰 아이를 업고 남편이라는 작자가 돈이 적어 큰 소리 치지도 못하고 풀죽어 이 동네 저 동네를 헤집고 다닐 때, 그 한 여름 앞으로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남편의 뒤를 따랐던 그야말로 순진무구하기만 했던 아내가 떠올랐다. 따라 온 이들은 도착해서 점심을 먹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상황이 별로 그러지 않은 것을 눈치라도 챘는지 제법 배가 고팠을 텐데도 별 말없이 잘 앉아 있다. (예배 후에 이것저것 준비해둔 것으로 배불리 먹었다. 배가 고팠으니!) 어디 이렇게 시작하는 주님의 교회가 하나 둘일까? 나는 개척예배, 창립예배 격식도 차려보지 못하고 무작정 A4 1장짜리 ‘교회창립 취지문’을 전도지 삼아 아이 업은 아내와 어머니와 함께 교회인근 길거리에서 천장이나 뿌렸을까 그렇게 시작했다. 십자가도 없이, 의자도 피아노도 없이, 교회라는 간판 하나만 달랑 걸고 무작정 시작했다. 그러니 오늘 전도사님은 나보다 훨씬 났다. 그렇게 길거리 전도를 하고 난 다음날 주일 오전9시,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한 녀석 찾아오고 다시 오후예배시간 멀리 시골에서 올라와 이웃에서 회사가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여고생들 몇이 찾아왔다. 그 학생들이 초창기 나와 우리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주님 난 굶어도 좋으니 우리아이 우유값 주세요!’ 하고 시작했던 개척 첫 달, 집세랑 공과금을 다 지출하고 40만이 통장에 남았던 것이 기억난다. 몇 개월 후에 16인승 승합차를 사고, 2년 가까이 되었을 때 우여곡절 씨름을 하며 지금의 예배당 땅을 계약했었다.
준비가 덜된 모습을 꾸중을 해야 할지, 격려를 해야 할지라고 운을 뗀 설교를 통해 피차 은혜를 받고 이 처음 시작하는 개척예배의 현장에서 그리고 뭔가 어디에서 부터라도 힘과 용기, 희망, 격려를 들어야 하는 개척자들을 보면서 한없이 한없이 목회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했다.
대학 1학년 때다, 그것도 3월이나 4월로 기억하니 그야말로 대학 새내기 때였다. 어느 날 ‘죽었다 깨도 장로님들은 나를 따라 올수 없을 거야’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고 하니 목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평신도로 최고의 삶을 살고도 도저히 더 이상 한이 차지 않을 때 가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스무 살의 대학일년생으로서는 꽤 철든 생각이었다. 적어도 세상의 부귀와 명예 돈과 권력과는 무관하게 주님이 너무 좋고 교회가 좋아 교회 일만하고 싶을 때 가는 길이 이 길이다 싶었다. 오늘 교회를 개척하는 전도사님의 인사말에도 그때의 나만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교회를 개척하게 된 것이 감격스럽다 했다. 진정으로 감사한다고도 했고 죽도록 열심히 하겠다고도 했다. 텅 빈 교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황량한 길, 뭘 먹고 살지 대책 없는 미래임에도 그는 회중들 앞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된 개척자의 뜨거운 심령을 있는 그대로 토로했다.
이렇게 순진하고 깨끗하고 뜨겁고 열정에 사로잡힌 그 전도사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흔히들 “목회 성공 하십시오” “꼭 목회 성공해야 합니다.” 한다. 좋다. 목회 성공해야 한다. 그러면 그 성공적인 목회는 실상이 뭘까? 생각은 쉬 정리되지 않고 떨쳐버릴 수 없는 무엇이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목회일까? 흔히 말하는 안정된 교회, 많은 교인, 마침내 예배당 건축 이런 것일까? 교회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 주님이 주신 거룩한 기업의 성장에 대한 떨칠 수 없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교회의 외적성장만이 ‘목회성공’일까? 그것이 과연 지고(至高)의 선일까? 무언가 순서가 잘못 되었거나 아님 가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떨쳐지지 않는다. 말씀에 민감하고 성령의 감동에 순종하려하면, 이 부족한 내게서 주님의 성품이 나타나 세상에 교회를 드러낼 수가 있다면 그게 교회를 세우신 주님의 기대가 아닐까?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처럼 성령이 하찮은 인생의 육체에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그로 믿음의 사람에게서 표적과 기사가 나타나면 백성들의 칭송이 이어지고 자연히 믿고 주께로 나아오는 남녀의 큰 무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당연 한다. 순서를 잊어버렸던 것이다. 권능과 표적과 기사와 능력 그리고 많은 무리와 성공 그 이전에 내 영혼에 주의 성령이 임하시는 것이다. 주의 말씀이 내 안에 거하시고 내가 주안에 편히 내 집같이 거하는 것이다. 애초의 열정같이 이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멀리하고 그리하여 다 누릴 수 있는 기득권마저 다 팽개쳐버리면서도 주님이 너무 좋아 일생에 주님을 섬기기로 작정하고, 교회가 너무 좋아 교회의 종으로 살기로 작정한 그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면 그 이후는 생각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후는 주님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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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성공의 진실[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