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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9대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되었다. 나라가 북핵(北核)으로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어 있는 터라 이 반가운 소식이 뉴스의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만 건국 이래 최대의 경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사가 났다. 유엔사무총장이 뭣 하는 자리인지를 잘 모르는 이들은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별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유엔사무총장은 국가 원수급의 대우를 받으나 국가수반과 같은 권력자가 아니다. 영어로 General Secretary(우리말로 ‘총장’ 혹 ‘총무’이다.)라 하듯 유엔이라는 세계기구의 실무책임자로서 기구의 살림꾼이자 세계분쟁의 조정자로서 일언하여 최고의 외교관이라 하겠다. 아무튼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그것도 짧은 유엔가입 역사를 감안할 때 대단한 외교적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이제 세계 어느 국가 원수 보다 더 많이 CNN에 얼굴을 내밀게 되고 -그러면 바뀐 유엔사무총장을 두고 세계시민이 ‘저 사람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할게다!-국제분쟁이 있기라도 하면 그의 말과 행보는 전 세계가 타전하게 된다. 가나출신의 코피아난 총장과는 또 다르게 전쟁의 참화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일어난 국가 이미지와 맞물려 국가 브랜드가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 요즘 사람 말대로 재화로서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상승되었다 하겠다. 나라가 좀 더 안정이 되면 여야(與野)가 뜻을 모아 2007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공식취임에 맞추어서는 국가적 경축 행사를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너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와 같은 세대 사람들은 초등학교시절 당시 유엔 회원국도 아닌 우리는 공산적화 직전에 우리를 도와주었던 유엔에 대하여 10월 24일은 유엔데이라는 것과 그 유엔의 사무총장은 누구라는 것을 외워두어야 했다. 그것은 곧잘 사회시험에 나왔다. 그러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그러나 필자가 진짜 놀라고 감동받은 것은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다는 단순사실과는 다른 엉뚱한 사연 때문이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진짜 배경이다.
주미대사로 있던 H모씨가 재직 중 유엔사무총장의 꿈이 있다는 사실이 슬쩍 보도가 되었다. 국제정치에 문외한인 필자로는 금번 9대 총장은 불문율이긴 하지만 아시아 차례인 것을 알리 없고 또 우리나라가 분쟁 당사국인 점 등등 필자가 짐작할 수 있는 바로는 어렸을 적 그 이름까지 외워야 했던 유엔의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당치 않아 보였다. 이후 어떤 강력한 상임이사국에서 ‘꼭 아시아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김새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던 내 보기에 그 가당찮은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국내의 부정한 회계 문제로 조기에 퇴진하고 말았다. 사무총장의 꿈도 동시에 날아가 버렸던 것은 물론이다. 그리곤 다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무총장에 나설거라는 말이 나오고 1차 예비선거에서 당당히 1등이 되면서 계속 관련된 보도가 이어지고 마침내 단독후보로 후기 사무총장으로 지명되었다.
그는 S대 외교학과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제적십자가 주관하는 외국학생 미국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한국인 학생 3명을 포함 각국의 학생대표들과 함께 전설의 전 미국대통령 J.F.케네디를 만났다. 무려 사십수년 전 일이다. 그는 1956년 초등학교 시절,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학생대표로 낭독하고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무려 54년 전이다.
필자가 놀란 것은 그의 꿈, 그의 비젼, 그의 집념, 그의 성실함이다. 온순하게 보이는 그의 어디에 이 같은 불굴의 집념, 꿈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되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내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전직 대통령 중에도 섬이었던 고향을 떠나 도회지 중학교시절 책상 앞에 ‘장래 대통령 ooo‘라고 꿈을 붙여두고 정치가, 대통령의 꿈을 키워온 사람이 있었다 하더니 꼭 그와 같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과연 40여년 전, 50년 전 그 어린 시절 그 같은 꿈이 있었을까? 그게 그렇게 투명한 꿈이 있었을까? 그랬을 리가 없다. 아마도 어떤 막연한 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꿈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관련된 분야로 계속 발걸음을 옮겨 마침내 꿈같지도 않았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었다. 성경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갈 바를 알 지 못하고 떠났던 아브라함이 그런 사람이었고 착한 자부 롯이 그런 사람이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행운의 사람들이다. 행운만이었 리가 없다. 그들이 가졌던 그 꿈과 함께 평생 굴절되지 않았던 그들의 인격이 참으로 놀랍다.
필자가 반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선정에 놀라는 것은 또 다른 배경이 있다. 혹, ‘2006년 한국인 출신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위한 국민운동 본부’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의 000씨가 대표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그가 대학 졸업후에도 변변한 직장을 얻어 먹고살 걱정은 않고 H주미대사 시절, 위의 기구를 만들어 누구도 관심하지 않는 일에 자신의 젊은 날을 불사르는 것을 보았다. 신기하고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실은 꽤 황당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의 꿈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H대사가 중도 퇴임을 하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각료 임명 경향을 볼 때 어느 누가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유엔대사 같이 유엔사무총장에 거론될 만한 자리에 않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꿈을 접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한국사람 유엔사무총장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것은 유엔에서 상당한 자기 기반을 닦아온 반기문이라는 전문외교관이 외교통상부 장관이 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마침내 그의 꿈도 이루어졌다.
물론 반기문씨와 000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반기문씨는 세계의 축복과 기대를 받으며 총장에 취임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일을 위하여 자신의 소중한 젊은 날을 불태웠을 뿐 앞으로 더 무엇을 할지 분명치 않다.
많은 것을 배운 사건이다. 영광을 받는이가 있고 그 영광을 위해 뒷바라지 한 이가 있었다. 둘 다 꿈은 이루었으나 영광이 다르고 빛이 다르다. 꿈은 이루었으나 역할이 달랐다. 누구는 역사에서 찬란한 영광을 얻고, 누구는 죽도록 고생만 한다. 동일하게 각자의 꿈은 이루었으나 영광은 또 다르다. 그보다 더 무겁게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 오는 것은 수십년 전 꿈같지 않은 그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H모씨가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그는 지위가 있고 천문학적 돈이 있었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내공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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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씨와 000씨 [주일신문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