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베뢰아 운동의 갈길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2.10.14. 19:00:12 글쓴이IP: 211.56.133.79

베뢰아운동이 무엇인가?
베뢰아 운동의 자기정체성은 무엇이며 베뢰아운동의 외부적 정의는 또 무엇인가.
그리고 이 운동권 속에 있는 우리들은 향후 어떻게 스스로를 투신해야할까.
이 운동에 철저하다는 우군들에서조차 『베뢰아』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약간의 거부감이 있거나 그 정도는 혹 아니어도 힘겹게 여겨지는 『베뢰아』는 과연 무엇인가.
많은 때에 하던 일을 멈추고는 생각에 잠겨들고 다시 또 생각에 잠겨든
다.
그 만큼 중요하고 또 상황이 열악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9월과 함께 다시 베뢰아아카데미를 개강하면서 베뢰아라고 명명하는 이 복음의 탁월한 성경해석
그리고 통전성과 심오한 인간이해와 우주이해가 새삼스레 가슴을 파고들었다.
내가 장성하였을까 아니면 복음의 현실이 너무 황량하기 때문이었을까. 이 위대한 복음이 순간 비수와 같이 내 마음을 찌르는 듯 하였다.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다.
베뢰아 사범반 1기 개강 강의를 들으며 "베뢰아는 양날이 시퍼렇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래서 베뢰아 가까이 오면 그 예리함으로 인하여 누구든지 위험하기 짝
이 없다. 이는 쥐고 있는 본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다친이들도 많다. 마치 무자격자가 예리한 기구를 든 격이다.
무면허 운전자의 광기 어린 운전격이다. 그리하여 자신은 물론 많은 이들이 다친다. 내부적으로 손실이 많기도 하다.
거의 같은 이유로 베뢰아는 행인지 불행인지 어김없이 피, 아를 가려놓고 만다.
베뢰아 앞에서는 태도를 결정해야 하고,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화해와 중용 양보와 조화가 미덕으로 어겨지는 시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촌스러울 정도로 베뢰아는 지금도 자꾸만 우군과 적군을 가리고 구분하고 들추어낸다.
점잖게 위선을 가장하여 체통을 지키고 있질 못하고 밝히기를 좋아하는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어떨 땐 살벌하기까지 하다.
베뢰아는 분명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한국교회의 토양에서 출발했다. 충실
하게 교회성장을 추구해 왔고 진실하고 헌신적인 교회의 사람과 복음전도
자를 꾸준히 배출해왔다. 지금도 부단히 한국교회와의 연계를 위한 노력
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할 수만 있으면 협력하려 했고 앞으로도 그런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뢰아는 16세기 종교개혁으로부터 시작되어진 개신교회의 신학을 재해석한다.
신앙생활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한다.
목회의 틀을 재구성한다. 교회정치에 대한 이해를 달리한다.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부분적으로야 유사한 운동들이 -예를 들어 베뢰아운동은 일견 오순절운동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게 아닌데-없질 않았으나 전체적으로는 이런 운동이 없었다. 신학과 신앙이 함께 어우러져 그것도 전통적 신앙의 토양 위에서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교회들에 심대한 영향을 주어가며 독자적인 노선을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에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솔직히 세계교회의 신학과 신앙의 판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
다. 물론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같은 내분, 동요, 이탈은 언제나 있었다. 저마다 생각이 달라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본래의 가르침과 뜻에 미치지 못하며 이탈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개인적 사연도 한배를 탈수 없게 한 원인(遠因) 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베뢰아운동이 갈 길을 못 가거나 안가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베뢰아사람
들의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여전히 이단으로 핍박당하고 있는 현실에 조금 섭섭하고 안타
까워할 뿐이다. 그러나 진짜 안타까운 심정의 실상은 필자 역시 그러했듯
이 -이런 비유가 적절하지 않지만-통일교나 여호와의 증인에 대하여 이해
가 필요할 때 비판적인(거의 비난적인)시각으로 쓰여진 글들을 통하여 어
느 정도 정돈된 이해를 갖기는 하나 여러 여건상 그들의 본격적인 글들을
읽을 시간도 형편은 아니었듯이 오늘 한국교회의 신학자들이 베뢰아운동
의 창시자인 시무언의 글들을 읽고 연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욱 설교형식, 구어체 형식의 쉬운 글에 익숙하지 않는 어줍잖은 학자들은 시무언의 주의 주장과 논리에 서구 신학으로 채색된 자신들의 논리를 검증 받으려 하지 않는다.
솔직히 얘기하면 구약이든, 신약이든, 이론신학이든, 실천신학이든 아주 협소한 한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은 얻었을는지 모르나 과연 성경을 바로 이해하고있는가.
성경전체를 흘러가는 하나님의 의도에 대하여 구원론 외 어떤 이론이 있는가?.
그 구원론 중심의 논리를 '인본주의 신학'이라 함을 인본주의란 인간주의적이고 세속적 혹은 물질적, 향락적인 개념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 구원론은 '돼지신학'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가르치려는 비유임을 우리들은 다 알고 있다-이라 함을 어떻게 감당해 내겠는가?
기가막힌 현실이다.
2001년 가을, 새삼스레 찡하게 아프도록 베뢰아운동에 사명을 확인한다.
이 길은 아무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시무언의 당대는 물론 다음다음 세대까지도 이단이라는 혐의를 벗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교회를 성장시키고 그 성장의 단맛에만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 길은
무모한 길이요, 의미 없는 길이다. 그러나 하나님 중심의 사고에 몰두하
고 오직 하나님이 쓰시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생을 끝낼 수 있는 사람들에
겐 이 길이 생명의 길이요, 가다가 쓰러져 죽어도 다시 일어나 가야 하는
길이다 사명자의 길이요 곧 시새대를 위한 순교자의 길이다.
그런 의미 피차에 위로와 격려가 참으로 필요하다. 진한 동지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