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9.

신앙과 신학의「자유함」에 대하여 <신학산책33>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7.29. 00:48:51 글쓴이IP: 58.239.117.169

처음「베뢰아운동」을 접하면서 이 새롭게 열려진 신앙과 신학에 대하여 만나는 신선한 묵상이랄까 느낌 중의 하나가 소위「베뢰아운동의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이에 대하여도 개념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인지 주장인지, 주장은 무엇이고 이상은 무엇인지 설명이 분명치 않다.― 언급되는 1.신앙체험의 자유 2.성서해석의 자유 3.신학의 자유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자유함의 문제는 그 신선함만큼이나 복잡하고 말이 많다. 원론적으로야 자유면 자유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지만 자유라고 하는 것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녹녹치 않은 것이다. 금월「신학산책」은 이「자유함」의 문제, 더 구체적으로 신학의「자유함」에 대하여 한 생각 덧붙이려 한다.

1.먼저 베뢰아운동이 표방하는 세 자유에 대한 정리이다. 이 세 가지는 시무언의「베뢰아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강의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시무언 신학의 기본자세 내지 태도 혹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신앙이라는 영역에서 차지하는 자유의 문제를 일찍 간파했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루터가 종교개혁과 동시「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유가 전제되지 않는 신앙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양심의 자유는 존재의 전제이다.
1)신앙체험의 자유: 개인이든 집단이든 성경이 약속하는 믿음의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하여 제한받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자유이다. 성경이 약속한 것에 대하여 어떤 이유로도 체험이 제한받지 말아야하고 제한받아서 안 된다는 원론적 언급이다. 사실 앞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는 무슨 주장이나 이론 이전에 존재의 근간이자 전제이다. 그러면 왜 이것이 문제가 될까. 역사적으로 개인의 경험이 어떤 이유에서든 제한을 받았던 넌센스적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인의 다양한 삶, 지적능력의 차, 환경의 차 그리고 신앙체험을 전후로 한 믿음사건의 무한한 다양성 등을 감안할 때「자유함」은 무한대로 까지 확장된다. 이 무한대에 가까운 신앙체험의 자유를 가지고 일치된 정의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범위의 규제나 제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이 있다. 그런 의미 신앙체험 자유의 문제는 원점을 떠나 상당히 난해한 영역으로 빠져들게 된다.
2)성서해석의 자유이다.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 성령께서 감동하시는 바를 따라 해석에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이다. 사실 체험의 자유나 해석의 자유나 신학의 자유는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그것이 체험이라는 경험의 문제이고, 해석이라는 이성의 문제일 뿐 무한대로 열려 있는 자유함의 문제는 동일하다. 개인의 체험이 무한대이듯이 해석과 신학설정의 범위 또한 무한으로 열려있다. 개인존재 사이에 있는 무한의 차가 무한한 입장차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존재도 시간도 문제도 사건도 영원히 동일하지 않다. 이 영원히 동일 할 수 없는 사람이 성경본문으로부터 자기 실존과 정황에 적절한 해석의 가능성은 또한 무한 만큼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3)신학의 자유이다. 이는 하나님을 더 알기 위해 제한받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자유이다. 누가 이를 시비할 수 있겠는가. 당연한 원칙이다. 어느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에는 석 삼자가 있어 보인다. 어느 것이나 될 수 있으면 세 가지 틀을 세운다. 본능에 가깝게 정삼각형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신학의 자유도 다분히 그렇다. 간단히 말하면 신학의 자유는 성서해석의 자유로부터 나오는 결과물이다. 결국 셋은 하나인 셈이다. 먼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체험이 자리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해석이 앞으로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체험이 수반되지 않는 해석은 상당히 약화되거나 수명이 오래지 않는다. 반면 체험이 해석과 만나면 그때부터는 이론이 되고 거기에 다수와 시대의 합의가 덧붙여지면 교리가 되고 신학이 된다.
궁극적으로 신앙과 신학은 단독자의 문제이다. 누구도 그 영역을 대신할 수 없다. 제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그것은 자신과 하나님과의 비밀한 개인적 관계이다. 홀로 선택하고 홀로 책임을 진다. 그런 의미 시무언의 자유함은 실존의 무한한 자유와 함께 책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베뢰아운동의 강점과 관련하여
김기동목사의 주창에 의하여 시작된 베뢰아운동이 짧은 시간 시대의 걸출한 신앙인물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100보 양보하여 그 가르침과 영향에 의하여 그렇게 컸다하지 않을지라도-된 것은 시무언의 주장이 갖는 명쾌하고 힘 있는 설득력과 함께 바로 이 자유함이다. 필자는 그렇게 평가한다. 성경이라는 강력한 설득력과 함께 무한히 열려있는 자유함은 실존에 주어진 가능성을 자극하고 개발하여 가장 이상적인 하나님의 사람으로 도전하게 한다. 이 무한한 가능성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통하고 시무언보다도 더한 큰 인물의 출현을 가능케 한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체험함에 무한히 자유롭고, 성경을 해석함에 무한대로 지평이 열려있고, 나름의 신학체험을 세움에 자유하다는 것에 심령은 흥분하고 고무된다. 신이 개인에게 허락한 잠재력은 내부에서부터 요동하여 그것은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마음껏 실력을 발휘한다. 신은 자기형상으로 지음받은 피조물의 극대화된 모습으로 인하여 기뻐하고 그로 신은 더욱 찬양을 받고 영광을 받으니 명분도 충분하다. 시무언 김기동목사는 자유함이라는 화두를 통해 이런 길을 열어놓았다.
3.그럼에도 고민이 있다.
신앙과 신학이 물리학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과의 차이 중 하나는 객관적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주 편하게 말하면 누구에게나 뇌가 있고 마음이 있으니 자기 마음 같이 생각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입이 있고, 소리를 낼 수 있으니 말할 수 있다. 거기에다 이론과 논리, 조리가 정연하고 그럴듯하면 그때부터는 더 탄력을 받는다. 이 세상의 모든 신앙과 이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신학이라는 영역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4.그럼에도 커트라인이 있어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유에 대하여 인정하자 이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실존의 문제이다. 그렇게 경험했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데야 누가 뭐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이론이든 경험이든 작품이든 그것이 대중성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필요들이 없지 않다. 그것이 기독교신앙과 신학의 이름으로 공인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고 추종자들이 있을 땐 더욱 그렇다.
1)성경의 조화로운 보증을 받아야 한다. 성경의 단면이 아니라 신구약 성경 66권이 어디에서도 불균형의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한다. 구약과 신약, 율법과 복음, 삼위일체,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과 전체적으로 보조를 같이 해야 한다. 그렇게 검증이 되면 일단 첫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곧 주장하는바 논리적 일관성과 객관성이 필수적이다. 이해가 깊지 않은 이들을 앞에 놓고 큰소리치며 그럴듯하게 논리를 전개하다가도 더 나은 논리와 이론 앞에서 전후좌우 균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것들은 대단한 것처럼 보여도 조금만 더 높은 이론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둘째는 자신의 자유함이 증거로 확증되고 대중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예수께서는 내가 하나님의 아들 곧 하나님이다 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나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 하시므로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는 것을 끝까지 숨기지는 않으셨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첫째, 거짓일 수 있다. 이는 자기가 거짓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이다. 둘째 과대망상일 수 있다. 이 경우는 자기는 그렇게 믿지만 그것은 사실로 확증되지 않았을 때다. 셋째는 참이다. 이는 그가 말씀하신바 같이 나를 믿으라 못 믿겠거든 내 하는 것을 보고 나를 믿으라 하셨음이 그것이다. 주장하는바가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대중성의 기준이 문제가 되고 대중성이 확보되었다고 다 해결된 것도 아니다. 대중성이 확보되는 많은 경로들이 있고 수많은 이단들도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진정한 대중성을 활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기독교 정통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목사로 부름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지금은 기독교회가 너무 정착되어 어디서나 일정한 정규교육을 요구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주의 종이 되는 것과 나라마다의 정규교육과정과는 상관이 없다. 사람의 관습일 뿐이다. 그보다 전문 사역자로 부름을 받기 위해 먼저 소명이 확실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종으로 부르셨다는 내적 확신이다. 그러나 이 내적 확신은 외적 확신을 요구한다. 교회의 청빙이 그것이다. 어느 교회든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야 목사로 세운다. 침례교회가 느슨한 편이지만 침례교회 역시 침례교인 몇 명을 교회인준의 기준으로 합의해 놓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교회가 세워지고 그 교회가 목사를 필요로 할 때 목사인준 검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가복음 16장에서 하나님이 함께 역사하사 그 따르는 표적으로 전하는 말씀을 확정하게 되었다는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허한 소리에 불과하다.
제한된 지면으로 마치면서 한 가지 제언을 더 드리고 싶다. 기독교 고전(古典)은 체험의 자유든, 해석의 자유든, 신학의 자유든 무한한 자유함에 대하여 좋은 필터링이 될 수 있다. 고전이 절대기준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유야말로 신성불가침이리고도 했다. 그러나 수백 년 천수백년동안 이어온 기독교고전들은 검증에 유익한 자료들이다. 될 수 있으면 검증된 고전이어야 하고 할 수 있으면 여러 권일 수록 더 안전하다. 자유함은 결국 독선이나 아집이 아니다. 밀고 당기며 밝은 세상에서 검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