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5.

초고령사회의 교회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5.13. 19:14:40 글쓴이IP: 58.239.117.169

프랑스의 여류작가이자 여성해방운동가요 당시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실존주의 작가였던 샤르트르와의 소위 계약결혼으로 화제를 떨쳤던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저서 중에 「노년」이라는 책이 있다. 빵빵하게 시대를 풍미하며 첨단의 시대감각을 이끌던 보부아르의 저서라고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책명이다. 그 책은 이후 역시 그녀의 책답게 큰 화제가 되었다. 그 「노년」의 타이틀 아래에 -나이 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예외 없이 나이가 든다!
보통 ‘늙는다는 것’이 자신에게서 시작되기 전에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나 있을 법한 일로 생각한다. 정신없이 복잡하고 분주한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도록 늙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시야를 다른 데로 돌리는데 성공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늙는다. 현실을 바르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불가피하게 맞이해야 하는 이 미래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다가오는 미래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미래에 어떤 모습의 인간이기를 모른다면 그 무지함이 대단하기도 하거니와 지금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 남자든 여자든 늙은 남자, 늙은 여자들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목할 만한 사실에 직면한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이다. UN은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이 7%이면 고령화 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가 되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바로 이 초고령사회의 의미는 전체 인구대비 20%가 넘는 사람들 중의 상당한 사람들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자기에게 닥친 상황을 수정할 능력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늘자 종합 일간지에도 특별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미국이나 이웃 일본의 배가 넘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미처 대비치 못한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불행한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노인들은 세월과 함께 밀어닥친 뒤틀려 버린 자신의 운명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뿐 아니라 내가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 ‘나’와 남들의 눈에 비친 ‘나’와의 불일치에서 극심한 소외를 느낀다. 나이와 함께 찾아온 경제적 어려움과 쇠약해진 몸으로 인한 현실의 불편함에 더하여 심각한 소와와 고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아니하시고 도리어 섬기려 하시고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자기 몸을 드리신 주님이 이 세상 가운데 세우신 천국이다. 기독교회의 전통은 이 세상의 어느 공동체보다도 부모와 노인에 대하여 바르고 정당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교회와 교회가 경쟁 아닌 경쟁관계로 바뀌어져 버린 이 시대에 과연 교회가 노인문제에 대하여 바르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세상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고 매력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데는 그리 어려운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소외되기 쉬운 계층에 대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노인들을 ‘영혼구원’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교회성장을 위한 황금어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차원에서 진정한 섬김과 생의 마지막을 사는 영혼의 보존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