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뉴 리더십을 요구한다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4.21. 17:35:27 글쓴이IP: 58.239.117.169

‘가을 야구’에 목말라 하던 부산 롯데 야구팬들이 신이 났다. 시즌 초반임에도 연일 홈경기 만원사례에 부산 갈매기를 불러대며 펼치는 특유의 신문접기 응원과 파도타기가 절정에 올랐다. 부산은 원래 광주, 대구와 함께 야구하면 지고 못 사는 야구의 도시다. 그런 부산 팬들의 극성과는 달리 2,000년 이후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던 롯데가 금년 시즌 제일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10년 전적(戰績)을 볼 때 10승 최우선 안착팀의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이 90%가 넘는다고 하니 부산의 ‘가을 야구’는 벌써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부산 롯데가 이렇게 변모하게 된 데는 다른 어떤 외부요인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작년만 해도 초반 반짝 하고는 힘을 쓰지 못하던 롯데가 개막 4연승을 비롯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역전승을 거듭하는 데는 한국 프로 야구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영입된 메이저리그 출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 신화에 올려놓아 국민적 영웅이 되었던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킬 만큼 부산의 히딩크로 불리어지고 있다. 최근 프로 배구가 5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삼성의 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기서도 앞으로 쉬 깨어질 것 같지 않다는 시즌 열 번째 우승이라는 대기록의 배후에 감독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한창 7전 4선승제의 프레이오픈전이 벌어지고 있는 농구도 예외가 아니다. 최종 결승까지 오른 영광의 배후에 두 감독들의 이름이 회자한다. 운동경기든, 집단이든, 회사든 심지어 국가까지도 대기록이나 큰 변화의 이면에는 공통적으로 그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의 지도력이 화제에 오른다.
사실 리더십하면 빠지지 않는 데가 바로 기독교이다. 예수님의 지도력은 지도력의 교본이다. 베스트셀러 급으로 유명한 「지도력」 도서에는 예외 없이 성경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정도로 예수님의 지도력이 늘려있다. 그럼 정작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한국교회가 우리사회의 질타를 받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뜻있는 이들 속에서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또 어떻게 이 위기와 파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로 논의가 분분하나 해법의 하나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갱신이라는 점에는 별 이의가 없다.
외견상 교회는 엄청 컸는데 그 교회가 밉상이 되고 보니, 과거의 힘으로 오늘 여기까지는 왔으나 점점 교회성장이 정체되고 향후 또 얼마나 현상유지라도 할지 마음이 조급하다. 그러나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리더십에 고장이 난 것이다. 예수께서는 열두 영이 더 되는 천사라도 호령할 수 있었으나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우리를 구원하시려 애매히 욕먹으시는 것을 감당하셨다. 저는 부요하신 자로되 우리를 부요케 하시려고 가난해지시고, 저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심으로 보내신 아버지의 일을 다 이루셨다. 그러나 어느새 한국교회 안에 이런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 슈퍼메가 교회는 여건상 또 그렇다 치더라도 -이도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줄줄이 웬만한 목사들의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겸손, 검소 같은 전통적 가치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세상에서 부귀와 권력은 손에 넣었으나 그 됨됨이로 인해 욕 얻어먹고 비난 받는 졸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온유하고 겸손하니 너희는 내게 와서 배우라’는 예수님의 말씀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혹 목사의 권위에 눌려 움츠려들지는 몰라도 존경 받고 흠모할 만한 모습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위기에 몰렸는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교회의 주인이시고 머리되신 주님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리더십으로 교회가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않으시고 머리 둘 곳도 없으신 삶을 사신 주님이셨다. ‘내 양을 먹이라’는 주님의 당부같이 양의 목자로 돌아가는 뉴 리더십 운동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