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9.

기독교정당의 출현 <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8.04.11. 12:24:30 글쓴이IP: 58.235.74.240

주중 제18대 국회의원 총선(總選)이 있다. 아마도 신문이 출간될 쯤에는 총선의 결과도 확정되었을 법하니 선거법 저촉 여부를 떠나 진솔하게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여 ‘선거가 끝나고 나서 이제서 뭘 ’하고 비판을 하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나 사안이 좀 더 위협적이고 긴박하였다면 법의 저촉여부를 떠나 선거이전(選擧以前)이라도 이슈화 되어야 했었다.
기독교회로서 금번 총선에서 눈여겨 볼 것이 몇 있다. 먼저는 ‘가정평화 어쩌고저쩌고’ 하는 당의 정체다. 이는 가정이니 평화로 위장한 ‘통일교’의 정치 침투 전위부대이다. 규모를 알 수조차 없는 황금을 앞세운 통일교의 이탈과 해악이 기독교회적으로는 말할 것 없고 사회적으로도 위험수위를 넘어섰건만 실제 통일교가 저들의 조직과 금권을 동원 정치권력에 접근하려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찍 박정희 군사정권시절 때 정권에 가까이 가려했던 적이 있고, 전두환정권 때도 일화가 남아있다. 심지어 북한의 김일성을 방문 연줄을 대어보려고도 했다. 이러다가 지난 총선에 이어 금번 총선에서는 전국 245개 지역구에서 모두 후보를 내었고 이전에 비할 바 없이 적극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금번에는 이럭저럭 지나간다 하더라도 향후 교계의 경계와 감시, 일치된 대응이 절대로 필요한 영역이다.
둘째로 기독사랑실천당의 출현이다. 정강정책의 주요 축으로 기독교사랑을 표방하는 사실상의 기독교 정당이다. 배후에 기독교계의 저명한 김준곤, 조용기, 최성규, 길자연, 이만신목사 등 교계 원로들의 이름이 나오지만 얼마나 깊이 관여하였는지 알 수가 없고, 전면에 나선 면면으로는 700만 기독교회의 결집된 힘과 신앙,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대단히 미흡해 보이는 것이 첫 인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정당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역구에 2명의 목사를 포함해서 3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경인여대 설립자로 학장을 지낸 김길자 권사를 내세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교(政敎)의 엄격한 분리가 개신교 정통의 기본입장이다. 종교개혁자의 경우도 루터와 칼뱅의 입장이 서로 다를 정도로 민감하기는 하지만 루터교회나 개혁교회 둘 다 정교분리가 원칙이다. 최근 기독당의 출현과 함께 직간접으로 무관할 수 없는 교계 언론의 일부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오도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사실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묵은 과제이자 여전히 어느 때 어느 국가에서도 결론이 쉽지 않은 신선한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둘은 인간 삶에 총체적으로 관여한다. 종교도 정치도 인간의 구체적 삶에 전방위적으로 관련되어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마찰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역사는 둘의 관계에 대하여 특별히 기독교의 경우 지난 2,000년 동안 아주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하여 답이 나와 있다. 해답의 근원은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다. 신약교회적 교회관과 성경관이 이에 더하여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로 엄격히 구분해 말씀하셨고 그는 세속 정권에 대하여 간섭자로 비춰질 행동을 하지 않으셨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둘 사이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둘의 경계를 잘 지키셨다. 물론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와 세속의 문화에 대하여 초연하여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실력이 있고 정치 신념이 있다면 그는 개인적으로 정치이념에 맞는 정당을 창당하거나 기존 정당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정당 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앙의 신념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회 안의 유력인사를 정치로 파송한 교회 역시 그를 통해 교회적 관심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한국같이 다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만일 금번 기독당이 어떤 식으로든 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다른 종파가 이 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차기에 도전할 것은 불을 본 듯 뻔하다. 이런 식으로 라면 한국정치는 특정종교의 이해에 얽매여 종교간 반목과 갈등이 의회로까지 확산되어 사실상의 종교대리전 마저 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애써 기독당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강행하겠다면야 결사의 자유가 있으니 말릴 수는 없으나 기독당은 성경적으로나 예수님의 선례로나 더더욱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신실하고 유능한 그리스도인들이 정파를 초월하여 기독교적 가치의 구현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