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8.

돈을 사랑함이 (주일신문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7.09.26. 13:12:18 글쓴이IP: 58.239.116.173

우리말 ‘돈’의 영어 마니(money)는 마모니즘(mammonism)(물신사상(物神思想))으로부터 왔다. 물신사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문자 그대로 물신주의(物神主義)로 좁게는 황금만능주의 좀 더 넓게는 정신적, 영적 가치를 부인하는 유물론적(唯物論的) 물질주의 이다. 성경은 이를 경계하여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했다.
정치든, 권력이든 심지어 성이든 돈과 무관하기가 참 어렵다. 마치 돈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와 같아서 돈이 관련되지 않는 곳이 없다. 은행계좌추적이라는 것이 그래서 무섭다. 무슨 사건이든 순서가 착착 진행되면 끝내 계좌추적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별의별 말과 논리로 부인해도 드러난 혐의를 확정짓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반대로 아무리 설(說)이 무성한 사건이라도 금전거래가 포착되지 않으면 될 수 있는 한 좋은 쪽으로 결말지어지는 것이 우리사회의 통례다. 법의 적용도 그런 것 같다.
몇 달째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신 모 씨의 학력위조사건에서부터 출발한 신모 게이트도 그렇다. 단순히 허위학력기재, 학력위조라는 우리사회의 학력 아킬레스건에서부터 시작된 사건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최고 권력의 실세가 개입되고 다시 성(性)스캔들로 확전(擴戰)되더니 마침내 며칠 전부터는 돈이 알사탕같이 줄줄이 이어 지고 있다. 애초부터 단순한 거짓말 사건일 수 없었고 그렇다고 그림이라는 예술에 조애가 있는 실력자와 미술큐레이터(학예기획자)와의 순정 로맨스도 아니었다. 여기에 대학이 관련된 것이 걸작이기도 하지만 그럴듯한 차림새의 종교지도자까지 끼어들었으니 완전히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 마침이 역시 ‘돈’이라는 데서 세인들의 염증과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특별히 국민의 혈세를 관리 집행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직책의 사람이 ‘사랑하는 정아씨’를 위해 자기 용돈같이 국고를 낭비하였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고 기강이 해이되었다 하지만 국고를 물 쓰듯 용돈 같이 썼다는 사실은 해도 너무 하다. 더더욱 관련된 거래에서 묻어나온 소위 리베이트 성격의 돈이 개인의 쌈짓돈이 되어 투자도 하고 명품 구입비로 쓴 흔적들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여느 종교들이 대체로 황금이라는 물질에 대하여 배타적이다. 관련된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를 아주 저들의 황금률처럼 자랑한다. 이점 기독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께서도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하셨고 네 물질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 하셨다.
다행이 신모씨 사건으로 인해 이제는 좀 뜸해졌지만 기독형제들의 아프간피랍사건은 우리사회가 기독교회에 대하여 얼마나 부정적이다 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많은 기독지성들이 이런 분위기를 한국기독교회사 최대의 위기라고 까지 규정했다. 신자와 불신자라는 시각의 차가 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금번 사건은 교회로 하여금 왜 세상이 이렇게까지 교회에 대하여 부정적이고 비우호적인가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이를 고민하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 상당한 이유가 바로 교회의 마모니즘화에 있다는 진단에 주저하지 않는다.
지극히 정신적이고 영적이어야 할 교회가 세상보다 더 외형적이고 속물적이 되었다. 적어도 세상은 그렇게 보는 듯하다. 교회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숫자와 물량에 홀딱 빠져있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과 행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교회안의 배금주의가 교회의 문을 닫고 있는 형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