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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국대교수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사건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한 젊은 여자의 일탈(逸脫)이 현직 장관급을 쓰러뜨리고 권력의 최고 핵심부마저 흔들고 있다. 남편인 최고 권력자의 임기가 다 되도록 말 한마디 없던 영부인이 신정아 사건 무대에 조연으로 등장할 정도로까지 그야말로 일파만파 지경이다.
애당초는 아주 단순한 사건이었다. 한 잘나가는 미모의 여성 큐레이터(박물관 미술관 등의 학예 전시 책임자나 관리자)가 자신을 예일대학 졸업이라고 학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리사회 여기저기서 활동하던 소위 사회 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 내지 허위학력 고백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줄을 이었다. 그야말로 ‘아니 저이도!’하는 가관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런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학력이 무슨 문제야 실력으로 말해야지!’하는 말들이 나왔고 ‘그럼에도 묵묵히 땀 흘려 공인된 학력을 취득하려는 성실맨들이 있다.’ ‘문제는 거짓말이다.’ 등등이 쏟아졌다. 결국 이런 말 저런 말들이 합(合)하여 ‘이도 저도 다 맞는 말이다.’는 쪽으로 대충 정리가 되는 덧 하더니 불똥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마침 연말 대선(大選)이 걸려있는 민감한 시기였기 때문일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신정아가 이렇게 고속성장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는 언론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졌다. 역시 자유언론의 힘은 무서웠다. 언론에 재갈을 먹이는 것 또한 얼마나 하지 말아야 할 짓인지도 확인되었다. 배후에 전 기획예산처장관이자 현직 청와대 기획실장이 등장하고 관련대학의 총장과 이사들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의 특검운운에 놀랐는지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급기야 압수수색 된 PC를 통해 관련된 사람들이 주고받았던 전자메일이 풀려지면서 방향은 영 다른 곳- 어쩜 말만 안 했을 뿐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르지만-으로 확산되었다. 사건 초기부터 핵심 배경인물로 오르내리던 당사자가 결국 청와대에 사의를 표하고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사이,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갑자기 사건 당사자가 귀국하여 공항에서 연행이 되고 또 다른 당사자도 경찰의 수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대강 현재까지 세상에 다 알려진 것들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불교특유의 의관을 한 스님이 계속 오르내리는 것이다. 한 시대의 같은 종교지도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와 그가 속한 종교집단이라는 거울 속에 나와 내가 속한 교회가 있다. 이 추잡하고 부끄러운 치사하고 메스껍고 지저분하고 짜증스러운 사건에 등장하는 불교대학 그리고 그 스님이 시무한다는 유명한 절, 그리고 문제의 그 스님이라는 이 모든 것들 위에 바로 기독교회가 그려지는 것은 또 무슨 요괴스러운 장난일까. 과연 이게 장난일까. 거룩한 교회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 교계 일각에서 차제에 기독교계의 학력위조 사태를 꼬집자 ‘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교회의 특수성을 빌어 강변하지만 그게 그것 아니고 또 뭔가. 무엇이 그리 다른가. 다르다고 할 것이 뭐가 있는가. 어쩜 기독교계야말로 학력위조 내지 허위학력의 원조라 함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그냥 교회 안 우리끼리 쓰는 학력이요, 우리 안의 관습이라고 하면 될 것을 아니라고 할 것은 또 뭔가. 거기 학력위조라는 거짓으로부터 시작된 권력과의 야합, 부정한 청탁, 섹스, 부당한 압력, 탈법, 편법, 돈, 횡령, 모든 추악한 비리와 타락에서 교회가 과연 자유하다 할 수 있을까. 글쎄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인정할까. 무리 일 것 같다. 그야말로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온 세상이 비웃고, 조롱하는 사건 속에서,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단장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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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건-반면교사(反面敎師)[주일신문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