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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고 강한 바람같이」. 시무언 김기동목사의 자서전이 나와 읽었던 이들 사이에 화제다. 성경을 좀 아는 사람들은 들어 본 기억이 있어 쉽게 기억하도록 책의 제목부터 딱딱한 명사형을 피하여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압축, 확대의 대가(大家)답게 당신의 일생을 책 제목 한마디로 요약해 놓은 것 같아 강단(剛斷)이 있어 좋고, 더불어 성경구절 한 마디와 일평생 성경과 함께 살아온 당신의 삶이 오버랩되는 효과도 있어 인상 깊다.
흥미롭다. 시무언 자신도 스스로의 삶을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삶이라고 자평하는가 보다. 원래 바람이란 능동적인 것인가 아님 피동적인가? 무엇이 그리 급하고 강하게 자신을 휘몰아쳤길래 그는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이」라 했을까? 책의 곳곳에서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여러 번 힘주어 말하지만 어쩜 그는 자기 인생을 자의에 의하여 능동적으로 ‘급하고 강한’ 스피드와 힘을 구사하지 않았을까 독자는 별 부담 없이 반대편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심증(心證)이 자꾸 간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것을 피동형으로 경험한다. 원래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급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어떻게어떻게 되었다 이런 식이다. 꼭 그런 것 같다. 그의 삶은 어떤 의미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피동과 능동, 자의반-그렇게 살아야 했던 생의 의지란 측면에서- 그리고 타의반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이고 역사적 떼밀림이라는 의미에서- 이었다. 그는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모질게 살기를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삶의 순간순간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무작정 피동적이지만도 않았다. 그는 사지(死地)에 몰렸고 그는 그때마다 급하고 강한 운명의 바람을 타고 불같이 뜨겁게 능동적으로 자기 일생을 일구며 살아왔다.
내용은 전통적인 자서전의 형식을 따라 시간별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은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였다. 오랜 세월 그의 설교를 듣고 그가 쓴 200권을 넘어선 저서들을 읽고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렇게 낮선 것이 아니다. 어쩌면 듣고 읽어 알고 있던 것을 한권의 책으로 다시 보는 기분이기도 해서 크게 놀랄 것도 없고 부담도 없다. 그러나 평생 부흥사로, 대교회의 담임목사로 강단(講壇)의 일생을 살아 온 그가 그때그때 적절한 소재로 들려주었던 예화들을 이렇게 다시 한권의 책이 되어 시대 순으로 대하니 꼭 어른들이 들려주는 당신 라이프스토리 같아 좀 더 이해가 쉽고 실감이 난다. 실로 잔인한 인고(忍苦)의 세월이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도록 힘겨웠던 지난날의 고생했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아직도 이어지는 그의 숨 막히는 생애는 ‘어찌 이렇게도 살 수 있을까’ 싶도록 그의 표현대로 “25시로도 부족한” 바쁘고 힘든 격동의 날들이었다.
시무언은 유별나게도 보편성을 고집하는 분이다. 아마도 그는 자기 안에 있는 인간성을 그렇게 이해하는가 보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손에 금가락지 끼고 나오지는 않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모든 사람이 똑 같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보편성은 그가 경험했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 모두가 이를 다 부정하지 않는다. 능력의 보편성을 비롯하여 상당한 부분 분명히 보편성이 있다. 그러나 그의 자서전 ‘급하고 강한 바람같이’를 읽다 보면 일반의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보통은 대부분의 보편성과 작은 특수성이라는 도식이 맞다. 그러나 그는 적은 보편성과 더 많은 특수성의 특별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이 살아올 수 있고 그만이 개척할 수 있는 길이었다. 아무나 누구든지 꿈이 있고, 마음이 있다고 다 그 같은 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닌듯하다. 그를 가까이서 아는 사람들까지도 인생의 보편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보편성으로서만 해석할 수 없는 범상한 존재의 가능성을 강요받게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삶을 누구나 살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시는 하나님의 강한 손길은 느끼는 것이 그것이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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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목사의 베뢰아 묵상 1「급하고 강한 바람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