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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창조신학의 출현
성경은 시대와 환경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나 성경으로부터 추출된 신학은 꼭 그렇지 않다. 신학은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사상과 철학을 포함하여 시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베뢰아사람들이 심각할 정도로 신학에 대하여 네거티브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신학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것이 신학의 한계이다.
1960년대나 1970년대 세계교회는 교회의 정치적 책임에 집중했다. 그 배후에는 세계제2차대전 이후의 냉전구도 하에서 지역에 따라 심각할 정도로 인권을 제한하는 독재권력이 있었다. 이는 계속해서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 가진자의 못가진자라는 빈부격차의 문제, 거대세계기업의 등장 등 경제적 책임으로 발전되었다. 이런 관심의 결과 유럽에서는 독일의 몰트만, 릴케, 메츠 등에 의해 정치신학이 등장하고 라틴 아메리카 역시 그 지역의 군사독재 권력의 혹독한 인권탄압과 극심한 경제난과 부패 빈부격차의 문제 등으로 인해 구티에레츠, 보니노, 보프 등에 의해 해방신학이 등장하였고 한국에서는 서남동, 문익환, 문동환 등에 의해 민중신학이 대두하였다. 냉전종식 후 세계환경의 빠른 변화 못지않게 현대신학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후 1980년대를 거쳐 1990년에 이르면서 세계의 신학은 새로운 신학의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전후 수십 년 세계가 먹고사는 문제에 정신없이 집중하는 사이에 발생한 뜻밖의 결과였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먹고살고, 편하게, 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하여 시행되었던 무차별 개발의 결과로 인하여 나타나는 환경파괴로 야기된 문제들이었다. 바야흐로 세계는 수질오염, 지구의 온실효과, 산림파괴, 산성비, 또 핵의 확산과 생명공학의 문제 등 수많은 창조보전과 관련된 새로운 과제를 안고 중병상태였다.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총회는 창조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이라는 주제를 총회주제 중 하나로 채택하였고 이어 1990년 WCC 서울대회의 주제 중 하나도‘창조의 보전’이었다. 이는 기독교신학의 문제만도 아니었다. 창조의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1972년에 나온 ‘성장의 한계’라는 로마클럽 보고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의 영향으로 유엔은 스톡홀롬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를 개최했고 이후 1983년에는 세계환경개발회의(WCED)를 상설하였다. 1992년 6월 3일에서 14일까지 브라질의 리오데자나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문제대회는 세계가 환경문제에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른 것을 보여준다. 이 대회는 ‘지구정상회담'(Global Summit)이라 불리도록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일련의 회의들은 2000년대를 향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주는 것들이었다. 창조의 보전을 위한 교회의 새로운 책임은 창조신학에 대하여 새로운 고찰을 요구하였다.
2.옛창조신학의 공로와 한계
자연 속에 정령(精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 고대 원시인들은 -지금도 정도의 차가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태양을 섬기고 달을 섬기듯이 조상을 섬겼고 큰 바위를 섬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기독교 창조신학은 자연을 비신성화(非神聖化)시키고, 비악마(非惡魔)화 시키므로 원시인들의 터부를 깨뜨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모든 자연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 하므로 하나님께로부터 지음을받은 피조물임을 각인시켰고, 기독교 창조신학의 텍스트라 할 수 있는 창1:26~28은 자연은 인간이 섬겨야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관리와 지배의 대상인 것을 보여주었다. 전통적 기독교 창조신학은 이 본문을 기초하여 자연숭배를 거부하고 자연에 대한 개발과 경영, 관리에 눈을 돌리게 했다. 창1:26~28이 전해지는 곳마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지배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로 바뀌고 인간중심의 자연개발이라는 문명이 전개되었다. 전통적 창조신학은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여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신적,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이는 아직도 기독교 창조신학과 거리가 먼 세계도처의 미개한 지역을 보더라도 확인 할 수 있다. 곧 창조신학은 인간을 원시적 상태로부터 해방시켜 문명을 발전시켜 오늘의 자연과학,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문명의 효시가 기독교 창조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인류사회에 이렇게 큰 공헌을 남긴 창조신학도 그 무차별적 발달과 힘으로 인해 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연을 무지와 오해로부터 해방시킨 창조신학은 자연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것을 넘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약탈과 착취를 합리화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즉 창조신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리와 경영, 지배가 자연에 대한 약탈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과 위험을 미처 간과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은 창조신학을 근거로 하여 자연을 탐구하고 연구하고 개발하여 이전과 비해 더 할 바 없이 나은 삶을 살게 되었으나 이러한 풍요와 편리도 잠깐 그 사이 자연을 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신음을 쏟아내고 중병의 장후를 보이는가 하며는 천연자원의 고갈을 경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곧 오늘 창조세계의 위기는 ‘외면적으로는 기능, 산업사회가 낳은 것으로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인간정신의 위기’였던 것이다. 바로 여기서 기독교신학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게 되었다. 전통적 창조신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 위기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창조신학의 등장이다.
3.새로운 창조신학
전통적 창조신학의 공과(功過)를 넘어서는 새로운 창조신학의 출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것은 창조신학이 자기역할의 연장에서 나온 성숙함도 자기발전도 아닌 시대적 요청으로부터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그런 의미 그것은 다분히 이전 것을 비판하고 정리한다. 새로운 창조신학의 중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지,정.의로 이해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대한 이해는 20세기 현대신학에서 본격적으로 발전되면서 새창조신학은 이를 고대중동지역의 대리(代理)사상에서 해결의 힌트를 찾았다. 이집트 ‘왕의 신학’에 의하면 파라오는 ‘신의 형상’이었다. 곧 제국의 곳곳에 세워진 파라오 동상은 그의 그곳 지배를 뜻하였다. 즉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사람이 하나님의 대리인으로 행사하는 것과 동시에 책임이 함께 따랐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인이기도 하지만 참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지상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대리인이다. 그는 하나님을 대리하여 전권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모든 자연을 잘 다스리고 경영해야 한다.
②하나님의 동산인 세계
이전 세계에서 자연이 약탈되었던 중요 이유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신학은 피조 된 세계의 주인으로 하나님을 회복시켰다. 서구 기독교는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이 착취와 지배로 이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의 욕망을 따라 자연을 학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10:14 ‘하늘과 모든 하늘의 하늘과 그 위의 만물은 본래 하나님 여호와께 속한 것이니라.’ 세계는 하나님의 동산이고, 인간을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관리인에 불과함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곧 생태계의 위기인 즉 하나님의 동산 파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당연히 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③자연의 권리
새창조신학은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이 자연도 자연의 권리가 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종래의 구약의 안식일 계명은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휴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새창조신학은 인간에게만 휴식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짐승들에게도 쉴 권리가 있음을 찾았다. 안식일은 가축도 쉬는 날이었다. ‘너는 육일동안에 네 일을 하고 제 칠일에는 쉬라. 네 소와 나귀도 쉴 것이며’(출23:12) 동물의 어린새끼는 어미와 함께 있을 귄리가 있고 (출20:30) 땅도 칠년마다 한번 씩 푹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레25:4,5) 튀빙겐의 게제(Gese)는 ‘구약의 안식일, 안식년, 희년 등은 창조질서의 회복이라는 정신이 근저에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④그리스도의 우주적 화해
새로운 창조신학은 피조물의 신음소리를 들을 것을 요구한다. 종래의 기독교신학은 신음하는 인간의 구원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새로운 창조신학은 하나님이 인간과 더불어 전체 피조세계를 구원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기 원하신다는 그리스도의 우주적 화해를 주장한다. 골1:20‘그는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다’ 그리스도의 화해가 인간의 영혼을 넘어 우주적으로 확대되었다.
⑤자연과 인간의 조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스림은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 메시야 왕국은 어린이와 사자가 함께 뛰노는 세계이고 독사와 어린아이가 함께 사는 세상이다. 자연과 인간사이의 종국적 관계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사랑과 화해와 조화의 완성이다.
4.새창조신학의 관점에 대한 문제 제기
신학은 시대정신과 환경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신학이라 할 것도 없다. 그런 의미 새로운 창조신학은 20세기 말 이후, 현대인들이 직면한 생태계의 파괴를 하나님이 주신 창조질서와 환경의 파괴라는 시각으로 조명하므로 이를 방어하고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므로 환경의 파괴로부터 올 수 있는 폐해에 경고의 나팔을 불었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새창조신학의 관점은 예수 그리스도로 완성시킬 하나님의 나라와 피조 된 자연세계와의 경계가 없어 보인다. 마치 현금의 자연세계의 연장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오류가 있다. 이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애매하게 하고(확장시킨다는 미명으로) 더 나아가 그의 구속사역을 무효화 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창조세계에 대한 인간과 교회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의 한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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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학[신학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