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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신학(Evolutional Theology)
근대 이후 가장 혁명적이고 인류의 삶과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 있다면 단연 다윈의 진화론이다. 이는 신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20세기 초 자유주의 신학의 홍수대열에 진화론적 신학도 합류한다. 그런 의미 한 세기가 넘은 신학사조를 두고 현대신학이라고 하기에는 철이 좀 지난 듯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도 모르는 소리, 진화론적 신학은 기독교신학의 큰 흐름 속에서 여전히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진보적 신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진화론적 사고와 영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겠다. 이에 곁들여 다음 회에서 “창조신학”에 대하여 살펴보므로 서로를 비교하는 또 다른 신학사고의 즐거움을 누릴까한다.
1. 진화론적 신학이란?
‘진화는 모든 이론과 가설 및 학문체계에 신빙성과 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보편타당한 조건이다.’ 이것이 소위 진화론적 신학의 대명제이다. 진화론적 신학은 진화론을 세계의 실재와 사실들을 밝히는 빛으로 이해하며 생물학의 한 분야 또는 아직도 신학적으로 용납여부를 따져 봐야 할 가설로서가 아니라 지구의 운명을 형성하고 있는 중심원리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진화론적 신학은 추상과 추리를 싫어하고 실체와 경험의 바탕이 없는 공론을 피하며 관찰함으로부터 학문을 시작한다. 현대신학사에서 진화론적 신학의 위치는 전혀 다른 방법론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상징의 조합인 교리와 사변적 신학체계는 진화론적 신학에서는 아주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진화론적 신학은 하나님을 신학적 체계로서가 아니라 과학적 용어로서 만나고, 실재(實在)를 정적 실체로서가 아니라 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화와 창조는 상반계념이 아니다. 같은 사실에 대하여 과학적으로는 ‘진화’이고 신앙의 용어로는 ‘창조’라 할 수 있다. 즉 진화의 역사과정을 종교적으로 번역한 개념이 ‘창조개념’이다. 진화론적 신학에 의하면 창조란 ‘태초에 발생한 신의 일회적 사역이 아니라 전 우주에 대한 창조적 진화과정’이다. 따라서 진화론적 신학의 주체는 생성(genesis)이다. 신은 한 순간도 그의 창조행위를 그친 적이 없으시다. 그는 과거에 창조해 놓은 피조물의 주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창조적 존재양식을 사신다. 곧 신의 존재가 신의 창조행위이다. 이처럼 진화론적 신학은 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 신의 실재와 세계의 실재, 그리스도교 신앙과 현대 자연과학의 결합을 융합시킴으로 전통적 의미의 자연신학이나 자연과학을 넘어서는 참된 의미의 역사신학일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 ‘떼이야르 드 샤르땡’(Teilhard de Chardin 1881~1955)과 진화론적 신학의 출발
탁월한 사상가요 고생물학자였던 카토릭신학자 떼이야르도 샤르땡이 바로 그 사람이다. 떼이야르 이전에도 그에 의해 진화론적 신학이 공론화되기 이전 리챠드 로테(Richard Rothe), 에른스트 헥켈(Ernst Hackel) 베르그송(H. Bergson), 화이트 헤드(A.N .Whitehead)등이 모두 동적, 유기체적 실재관을 주장하였다. 떼이야르의 진화론적 신학의 공헌은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적 갈등을 근원에서 비판하고, 유물론과 관념론을 화해시키며, 신학의 초월주의와 내재주의를 통합했다는데 있다. 또한 인간현상의 올바른 이해는 올바른 세계이해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인간을 과학적 현상론의 안목으로 보게 함으로써 인간실존, 문명, 역사, 지구라는 좁은 틀에서가 아니라 우주 속에서의 생성과정과 그 과정을 이끌어 가는 생명진화의 축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했다. 진화론적 신학이 태동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정신사적 기류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초래된 낙관주의의 급격한 퇴조로 극도로 불안한 시대였다. 그때는 생의 의미와 도덕과 종교의 문제 우주 전체에 대한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심각하게 질문되었다. 떼이야르는 고생물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자연과학도로서 자연현상에 깊이 관여하면 할수록 종교적 문제, 인간의 정신과 영성의 문제, 그리스도인으로 자신이 고백하는 그리스도의 우주적 성육, 화해, 창조, 구원의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과거를 연구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관심이 고취되었고, 자연현상에 몰두하면 할수록 우주진화의 궁극적 의미와 방향과 본질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하나님께 대한 사랑과 통전, 세속적 노동과 종교적 예배행위의 화해 등 이원론의 극복 및 수렴의 신학에 관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자연과학적 관심과 그의 신앙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그는 물질의 세계에서 신앙의 모티브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3. 진화론적 신학의 물음
우주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인가?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지혜란 그저 자연의 법칙을 헤아려서 거기 순응하는 것일 것이다. 인간은 완결된 존재인가? 그래서 그 안에 이미 운명의 핵이 배태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사는 길이란 자기 안에 내재된 가능성을 육성하고 개발하여 그것을 실현하는 길 뿐일 것이다. 완결된 우주와 완결된 인간, 이것이 바로 희랍적 우주관이자 인간관이다. 따라서 거기는 기계적 법칙 밖에 없다. 우주 전체가 정태적 법칙아래 예속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일정한 법칙의 생성, 소멸의 과정을 밟는 것이라면 꽃이 피었다 지듯, 인간의 삶도 피었다 지는 하나의 순환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진화론적 신학에 의하면 현대인은 누구나 의식, 무의식으로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고뇌, 다시 말해서 실존에 대한 보편적인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인이 겪는 불안의 근본원인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개체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보다 ‘미래는 없다’는 두려움 즉 ‘인류의 집단사(the total death of mankind)’에 대한 두려움이다.
따라서 진화론적 신학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세계 발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라 진단한다.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그 어떤 세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화론적 신학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가 현상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구방법이고, 다음이 신학적 사고 방법이다.
4.5. 진화론적 신학의 기독교 이야기
진화론적 신학의 원조 떼이야르는 어떤 과학자보다도 독특한 통찰력으로 과학의 빛 아래서 복음과 그리스도교 교의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고, 인류 앞에 우주사적 비전을 제시했다.
①그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그리스도와 피조물의 관계가 법적, 윤리적 관계가 아닌 구조적으로 유기체적이고 존재론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성서에 나오는 우주적 그리스도에 관한 언급을 그 깊이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세계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향하여 지어져간다. 만물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지향한다.(롬1:15~20, 요1:1~5)
②그의 주장은 우주의 창조적 진화 전체과정과 그리스도의 성육, 속죄, 구원의 의미를 통전시킨다. 그 결과 그리스도가 바로 역사의 의미라는 사실과 그의 역사적 성육신의 의미가 깊이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하셔서 우주 진화의 유기적 구조 속에 드러나심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전 우주적 구원자, 진화의 머리로서의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다는 것이다.
③진화론적 신학은 현대신학에 새로운 교회론의 전망을 제공한다. 교회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의 종파적 기구나 조직체가 아니라 우주 현상, 생명현상 속에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그리스도의 충만화를 이루는 생명기관이라는 것이다.
④진화론적 신학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로 하여금 물질성의 의미와 물질의 성례전적 매개성을 진지하게 재고하도록 했다. 적어도 진화론적 신학이후 그리스도교의 물질에 대한 인식이 원자론적, 실체론적, 기계론적에서 -생기론적이고 현상론적 유기체적 물질론으로 전환되었다.
5. 진화론적 신학의 영향
떼이야르의 사상은 1955년 그의 사후 그의 저서들이 유작(遺作)으로 출판되면서 영향력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떼이야르의 사상은 직접적으로는 카토릭 신학자 칼라너(K. Rahner)와 메츠(J. Metz)에게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개신교 신학자 판넨베르그(W. Pannenberg)와 몰트만(J. Moltmann)등에게 영향을 줌으로 현대 세계신학의 지배적 분위기인 미래와 희망과 역사신학에 빛을 제공하였다. 더욱 20세기말 생태학의 문제가 신학의 첨예한 주제가 됨에 따라 우주의 미래에 대한 선구적 전망을 제시한 그이 사상이 새삼 적극 평가되고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진화론적 신학은 신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과학, 철학, 인류학, 고고학 등 방대한 분야에서 기독교 신앙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기여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도 완전해 지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진화되고(?)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찰이다.
그러나 실증주의 과학자들과 인본주의 철학자들조차 그의 방법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신학적 결론에 대하여는 동의를 거부한다. 특별히 악과 죄의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이론대로는 십자가 구속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상대화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는 자연과학도로서 기독교를 고민했다는 공과 함께 기독교를 물화(物化)시켰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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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신학의 동향④[베뢰아신문_신학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