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공부 잘하면 운동도 잘하나? (시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2.19. 09:19:18 글쓴이IP: 61.248.225.100

생각의 실마리를 풀고자 툭 던져보는 화두(話頭)이다. 운동 잘해서 스타가 되고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인가? 그 보다 옳은 사람이 되고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일생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둘은 우리의 행복한 삶에 필요한 서로 다른 별개이다. 그렇다고 또 공부만 잘하면 되는가? 공부 잘하여 늘 항상 우등상을 받고 칭찬 가운데 자라가는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을 결코 그렇지 않다.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그래서 제 살아가는데 충분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만 운동도 잘해서 몸도 건강해야 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반드시 운동을 잘하는 것은 또 몸이 좋은 것은 아니다. 둘은 전혀 다른 별개이다.
생각은 자꾸 엉뚱한 비유로 확산된다. 수학을 잘한다고 영어를 꼭 잘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영어를 잘한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머리가 좋아서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과목은 잘 할 수 있어도 적잖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암기과목마저 동시에 저절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둘은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에 필요한 서로 다른 영역이다.
이렇게 우리주변에는 한번만 더 생각해 보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것들이 혼돈 가운데 버려져 있는 것들이 많다. 좋은 성적의 수학은 좋은 성적의 영어를 담보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영어를 잘못하는 것을 보고 ‘그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의아해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영 운동에 형편없는 것을 보고 역시 ‘그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성공을 하고 출세를 하고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권력을 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이 모두는 우리의 일생에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지만 이 모든 것이 훌륭하고 착하고 존경받아야할 사람이다 는 것은 아니고 또 행복한 삶의 사람이다 는 것도 아니다. 크게 성공하고 출세를 했을지라도 별로 훌륭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도리어 비난과 멸시를 받는 이들도 흔하다. 다시 교회 안 우리 주변의 문제로 돌아온다. 그 중 하나가 복음을 안다는 것과 그에 기대되어지는 삶의 모습이다. 분명 신앙생활을 함에 복음을 바르게 이해하고 진리를 정확히 깨달았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요 사건이다. 그것은 위력이 너무 대단하여 마치 블랙홀과 같이 함께 물어져야 하고 확인되어야 하는 다른 모든 의문을 빨아 당겨버릴 정도이다. 진리를 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강렬하여 한동안 필요한 확인을 하지 못하다. 진리를 알고 복음의 오묘한 세계가 열렸으니까 당연히 훌륭하고 당연히 착하고 당연히 거룩하고 당연히 겸손하고 당연히 성경이 요구하고 일반이 기대하는 엄청 경건한 삶을 살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때에 이같이 순진한 기대는 큰 혼란에 직면한다. 당연히 여겼던 것이 그게 아닐 때 겪는 혼란은 실로 대단하다. 그 참 이상하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주위 많은 사람을 혼란에 몰아 넣고 심히 당혹케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게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른 것이다. 이는 수학과 영어가 다름 같고 학력과 운동이 서로 다름같이 서로 다른 것이다. 성경은 이를 확인하여 믿음과 행함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끝날 것 같으면 비교적 단순하다. 둘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구분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믿음과 행함이 수학과 영어와 다른 것은 수학은 잘하나 어학은 관심이 없어 영어는 잘못해도 수학을 잘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살아남아 있으나 믿음은 행함으로라야만 온전케 되기 때문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했다. 진리를 아는 지식과 깨달음만이 있고 행함이 없으면 그것은 수학과 영어의 관계 같지 않아서 행함 없음이 진리를 아는 지식을 무효화 한다.
성경은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도록 용납지 않는다.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받아 큰 은혜를 입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삶의 변화 그 자체는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갈등과 손해와 수고의 땀과 돈과 시간과 결단을 지나 하나의 삶이 되는 과정을 지나야 한다.
자신을 포함한 목사란 신분의 사람들이 이 큰 함정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다 는 것이 딜레마이다. 목사는 어떤 의미 그렇게 살 겨를도 없이 말만 한다. 그야말로 거룩한 것의 연속이다. 그는 구체적 실천의 현장을 가질 시간도 없이 묵상에 묵상을 거듭하고 그리고 또 설교하고 설교한다. 이것이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고 살아가는 목사가 누리는 복인 것이 틀림없으나 때로는 그렇게 쉽게 구렁이 담 너머 가듯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라는 강한 도전을 받는다. 진리를 알고 있다는 정직함과 부담이 아쉬운 세태이다. 베뢰아사람들의 약점 또한 거의 이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 싶다. 너무도 강력하고 분명한 복음으로 인해 물어져야 하는 다른 많은 의문들은 묻혀지고 다시 타도와 개혁의 대상이었던 형식과 위선의 겉모양만 갖추어가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