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5.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사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2.12.18. 12:31:05 글쓴이IP: 61.248.226.139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채 전후좌우를 분별하기도 전부터 시작된 공부란 전쟁의 일단원이 내렸다. 얼마나 애태우고 얼마나 속상했으며 얼마나 긴장하고 힘이 들었을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어떤 형식, 무슨 말로라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잠시라도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모진 세월을 포기하지 않고 잘 참아온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했노라’ 칭찬하며 큰 숨을 한번 들이마셔 보도록 하자.
그러나 십 수년간 계속된 긴장의 긴 터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제 진짜 실감나는 가로에 서 있는 것이 그대들의 현실이다. 12년 공교육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장래를 결정해야 할 때가 이른 것이다. 여태껏은 다분히 부모님들이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다. 그래서 갈등도 적잖았다. ‘홀로 내버려두면 잘 할 수 있는데’라고 밑도 끝도 없는 확신으로 불평했던 적도 많았다. 물론 개중에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주체적 확신을 갖지 못하고 미적거리거나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등학교 졸업이후의 열린 자유의 폭을 가름하며 진지하게 지신의 장래를 계획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태껏 닦아온 준비과정을 통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로 전전긍긍하는 그대 왕초보 사회인들에게 살아온 날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진지한 조언을 드린다.
첫째, 대학을 가든 사회진출을 하든 정말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대학의 학과를 선택하든 곧바로 사회로 진출하여 직장을 선택하든 마찬가지이다. 여기 ‘하고 싶은 일’은 편하고 수월한 일과는 다르다. 어려서부터 마음속에 그려보고 꿈꾸어왔던 이상적이고 뜻이 있는 일이다. 힘들어도 고달파도 후회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다. 특별히 이제 그대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세끼 밥도 못 먹도록 힘겨운 때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둘째는 이렇게 중요한 때에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오직 성공, 출세 지향적인 삶은 너무 적자생존적이고 동물본능적이다. 너무 살벌하고 피곤한 일이다. 사람답게 사는 보람의 하나는 내 삶을 통해서 의미를 창출하고 확인하는 일이다. 이로 살아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신앙인으로 내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 무슨 일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에 쫓기지 말 것을 꼭 부탁하고 싶다. 여러분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 보람된 일을 하기에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지금 여러분들의 1,2년은 이후 하고 싶지도 않는 일, 보람도 없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견딜만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