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지식인의 역활(시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2.12.18. 12:27:04 글쓴이IP: 61.248.226.139

지식인이란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인 뜻이 있다. 단순히 배운 사람일 뿐만이 아니라 배운 것이 많은, 학식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 강하게 배어 있는 말이라 하겠다. 그래서 지식 자체에 대하여 다소 배타적인 사람은 지식인과 지성인을 구분하여 지식인은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으로, 지성인은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책임과 의무 그리고 인격까지를 포함한 꽤 괜찮은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한 지식인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 같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좀 더 문자 그대로에 충실하면 지식인이란 많이 아는 사람, 아는 것이 많은 사람 정도로 보면 되겠다. 여기서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은 배후에 비교급이 있어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이나 보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라는 뜻을 함께 포함한다 할 것이다.
사실 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 한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도 했듯이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의 차이를 실감 있게 느낄 수 있을진대 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하가? 또 모른다는 것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가? 현대와 같은 최첨단의 지식 정보사회가 꼭 아니라 하드라도 어느 사회 어느 시대든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그 명암이 너무도 극명하게 대조된다. 신앙세계에서도 하나님 자신이 얼마나 우리가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주기를 바라시는 가는 호세아 선지자를 통하여 잘 소개되어 있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 도다’ ‘네가 지식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내 제사장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요’했다. ‘오라 우리가 힘써 여호와를 알자 ~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윈치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 아는 것을 원하노라’고도 했다. 이어 신약성경에도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했고 또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 라고 했다. 바르게 많이 아는 것이야말로 바른 신앙생활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요소이다. 그러면 왜 지식에 관심이 많을까? 왜 더 많이 알려고 할까? 그리고 또 더 많이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생각해 보자.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며 더 많은 학식이 있다는 것은 먼저 자신을 따시게 하고 출세와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다르게 기본적으로 지식이 도구화 되어 부여하는 기능 외에 지식이 덜한 사람에게 있어 혹은 지식이 없는 사람과 비교하여 지식이 더한 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것은 비판적 기능이다. 여기에서 비판적 기능이란 시비를 거는 능력이다. 옳고 그름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능과 능력이다. 왜냐하면 덜 아는 사람 그리고 아예 모르는 사람은 덜 아는 것으로 인해 그리고 아예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 수가 없거나 알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 좋은 예가 언론매체들의 보도기능이다. 신문이, 방송이 왜 존재해야 할까? 다른 여러 기능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보도와 관련해서는 비판기능이다. 있는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기사화하고,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 자체가 그 사건과 상황에 대한 비판기능을 야기하려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아니하면 아예 처음부터 신문이나 방송이 현재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청자나 독자가 그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비판적 기능을 담지하고 있다. 그 사실에 대한 시비를 가질 이유조차 없으면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교회 안의 지식인의 역할도 이와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베뢰아운동 내부에서 지식인의 역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교회 안 교회의 지식인이 지식인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교회는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자기반성적 고찰은 어찌 되었든 교회 안 지식인의 몫이다. 베뢰아운동과 관련하여도 같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때로는 외부로부터의 무차별 핍박과 몰이해의 수난 때문에 지식인이 지식인의 역할을 포기해 버리거나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베뢰아운동은 ‘옳소!’하는 함성에 묻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된다. 길을 잃게 되어도 길을 잃은 사실 자체를 모르게 된다. 문제는 어디를 가는지 모른 채 누구도 ‘어디로 가느냐?’ 고 묻지 않으면 본질에서 더 멀리 이탈할 가능성이 그 만큼 더 높아 진다는 사실이다. 지식인에게 지식의 역할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지식인의 비판과 견제와 자기 반성적 물음의 기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식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인의 자세요 태도며 중심에 무엇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하나님도 우리를 시험하지 아니하시고는 시험하신다. 망케하는 유혹은 아니 하시나 성장케 하시기 위해 시험하신다. 망케하는 이, 흩트려 놓는 이, 적전 분열을 조장하는 이, 불평하고, 원망하는 이들은 마귀에게 속한자요, 미혹케 하는 자이다. 그러나 참 지식인은 가진 바 그 아는 것으로 인하여 고뇌하며, 더욱 번민하며, 폭 넓게 사고하고, 더 깊이 묵상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차대조하며 지식이 지식으로 가동되게 한다. 내, 외적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진정한 지식인이 아쉬운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