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교회와 세상(시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2.12.04. 10:17:50 글쓴이IP: 61.248.226.140

그리스도인의 삶은 근본이 이중적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 본질적으론 하나님의 나라에 속하였으나 현실적으론 세상에 더 가깝다. 마음은 하나님의 나라에 있는듯하나 몸은 여전히 세상에 머물러 있다. 둘은 어느 것 하나 닮은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무척 그 생리가 비슷한 것도 특이하다. 그리스도인은 이 둘을 동시에 산다. 적어도 육체를 벗어나 진정한 본향에 이르기까지는 둘의 위기와 긴장, 협력과 조화, 충돌과 양보는 진정되지 않는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나 실제로는 외세의 도움으로 일제 36년을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지 50년 남짓, 세습왕정의 오랜 풍속에 젖어있던 백성들이 스스로 나라의 영도자를 선택한 지도 열여섯 번째가 되었다. 전 국민의 관심사가 대통령선거에 쏠려있다. 누구를 뽑아야 적자생존의 정글 같은 세상에서 국민을 바로 이끌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류역사를 뒤돌아보면 단번에 확인된다. 수천 년 유구한 역사로 한때는 지역의 패권을 독차지하고 지역의 문화와 문명을 주도하던 나라들도 지도자 한사람의 잘못으로 순식간에 나라가 몰락해 버렸다. 사리사욕과 욕망과 색정에 빠진 군주들이 있었고 유약하고 명석치 못해 신하들의 눈치만 살피는 군주 같잖은 군주도 있었다. 이럴 때 백성들은 압제와 폭정, 강압과 수탈에 시달렸으며 어떤 보호도 인간다운 삶도 불가능하였다. 그 때 그 백성들은 길 잃은 양이었으며 열강의 밥이었다. 반면 나라의 지도자를 바로 뽑아 놓으면 짧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삭막한 환경과 주위 열강의 위협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그 좋은 예가 싱가포르이다. 오랜 영국의 식민지 생활에 이어 근대에는 일본의 점령으로 수탈을 당하였던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후, 한 국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던 주위의 의혹을 불식하고 세계일류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받은 이광요 수상덕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는 지금 부강한 나라를 꿈꾸는 여러 나라의 초청을 받아 세계를 다니며 국가 지도자론을 피력하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이 이렇게 국가의 존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선거는 그 중요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일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교회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영혼에 속한 자기일 만으로 역할을 제한해야 할까? 과연 교회는 세상에서 어떤 지도자가 나서서 나라를 이끌어도 이와 무관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아니하다. 교회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 자체야 말로 교회와 국가간의 관계가 무관할 수 없는 적극적이고 좋은 증거이다. 교회는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 오히려 교회는 이 세상의 모습과 장래에 대하여 무한한 책임을 진다. 하나님께서는 교회와 함께 이 세상나라의 통치자이기도 하시기 때문이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나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세상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일차적으로 교회에 주어진 교회 본래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에 더 나아가 세상을 이끌고 세상을 향해 신선한 도전과 생명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교회로까지 성숙해야 한다. 교회는 음부의 권세가 있는 세상에 속하였으나 예수께서 음부의 권세가 미치지 못하리라 하심같이 본인과 가정에 임할 하나님의 복을 바라고 교회가 누릴 수 있는 영광과 특권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주도하고 세상을 이끄는 교회여야만이 진정으로 음부의 권세가 미치지 못하는 교회이다.
금번 대통령선거를 통하여 진정한 선거혁명을 이루고 하나님의 공의가 세상에 널리 펼쳐지기 위해서는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깨끗하고 정당하고 분별력 있는 한 표가 발휘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잘못된 선거문화에 대한 경계의 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