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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인장기요양 사업에 눈을 뜬지는 오래되었다. 애당초는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돌봄은 더 이상 누구에게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어있었다. 외에도 한평생 교회와 함께 살아오며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책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한국교회가 세계 기독교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발전에 이어 어느 때부터인가 한정 없이 실추하면서 미력이나마 노인 요양사업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병원으로부터 시작 하였으나 애당초와는 달리 이왕의 준비된 건물이 정부의 요구사항에 약간 부족하였었다. 처음부터 엘리베이터를 구비하여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편하게 모시려 했으나 엘리베이터의 사이즈가 당국의 요구사항에 5cm가량 부족하였다. 돈만 더 들이면 억지로라도 가동할 수 있었겠으나 돈만 들 뿐 모양도 나지 않아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복지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 첫째는 내 밑으로 두 동생이 일찍 다리가 불편한 것을 지켜보면서 불편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었다. 둘째는 한국교회의 위상이었다. 처음부터 좋은 교회를 다니며 지극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기독교 교육을 받았고 신앙을 배웠다.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신앙의 성숙과 함께 사회봉사와 섬김 나눔과 같이 섬기는 삶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신앙이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 사업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잘 할 것 같았으나 여러 번 문제에 봉착하였다. 그중 으뜸이 초고령에 접어든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였다. 무엇보다도 고령의 어르신들은 소위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그들은 보통의 우리들이 착한 마음으로 돌봐드리고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면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어머니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니었다. 어떻게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사람이 홀라당 바뀌어버릴까 할 정도로 그분들은 이미 다른 세상을 살고 계셨다. 무엇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무엇이 필요한 것 이상이었다. 짧지 않은 기간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으나 섣부른 예견은 자주 틀어지고 말았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연세 많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무튼 매우 이상한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어느 정도 알 것 같았으나 전혀 달랐다. 치매는 노화의 한 과정이자 뇌병변이다.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치매가 찾아오면 어느 날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다. 끝없이 돌봐드려야 하는 병든 노인일 뿐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이 사업을 잘 시작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현장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노인을 모르고 지낼 뻔했다. 예로 장수는 축복이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 장수는 축복이다. 그러나 장수가 축복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적지 아니하다. 웬만한 만큼의 인지와 신체능력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제반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지옥을 방불한다. 엄청 빠르게 인지를 잃어가면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로서의 품격과 교양과 멋진 모양을 간직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아버지 어머니가 바뀐 것은 아니다. 세월과 함께 나이가 많이 들었을 뿐 갖춰야 하는 조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 정말 좋은 국가제도가 주어지면 노년의 삶도 살만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에라도 길거리로 나가면 이제는 좀 쉬었으면 하는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폐휴지를 산더미 같이 끌고 다니신다. 하루 종일 그 많은 종이를 모아 보았자 채 만원이 되지 않는다. 틀니도 관리하는 일이 보통 아니다. 보청기는 말할 것도 없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이 수시로 깨어서 주변 사람들을 깨운다. 그러다보면 연세 들어 매일을 사는 어른들이 위대해 보일 때가 있다. 험난한 세상에서 위대한 일생을 살아오셨던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렇게 존경하고 인정하고 받아 주는가. 지난 설날 어머니 권사님 외는 아무도 찾아오질 않았다. 생일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다. 이게 뭐 사는 것인가? 완전 도깨비 인생이다. 정성껏 식사를 챙겨 드리지만 이게 사는 것인가 허황되다 느껴질 땐 낭패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다른 누구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만 내 어머니만큼은 존경받고 살도록 여생을 돌봐드려야 한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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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인생이다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