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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유별(?)나게 사랑했다. 어렵고 힘들었던 아버지에 비해 세상에 더 찾을 수 없도록 고운 엄마였다. 위로 누나 형님이 있었지만 난 제법 컸을 때까지 엄마 없는 생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며 상상만으로도 자주 울었다. 어머니 20대 초반에 홀로 되었을 때 위로 잘 나가던 외삼촌들이 가여운 여동생을 버려두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셨으나 너무도 힘든 아버지였다. 외가 친척들은 곧잘 어린 시절의 나를 보곤 ‘야가 그렇게 울던 아이가? 했다. 짐작컨대 핏덩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울어 댔을까 싶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모진 시련에 던져진 엄마는 그 핏덩이를 갖다 버리지 못하고 얼마나 발버둥 쳤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폭포 쏟아지듯 내린다. 마치 운명같이 그 어머니의 마지막 노년시절을 지켜보는 내게 신기한 장면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난 지난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엄마의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내가 목사님 되겠다고 신학교 진학을 했을 때 교회생활을 시작한 엄마는 교회는 글을 알아야 함을 알고는 단번에 한글을 깨쳐 찬송을 읽고 성경도 읽기 시작하였었다. 그런 엄마가 센터의 노래시간 마다 작은 소리로 일본노래를 읊조린다. 어머니 보다 두 살 적은 어르신만이 따라 부르는 것을 보아 아마도 일본군가나 국민의식 노래가 아닌가 짐작만 한다. 두 분 다 노랫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도 별다른 답이 없다. 그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 옛날 노래가 기억났을까?
치매는 오래된 기억은 살아있는 반면 단기기억은 영 깡통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더 알고 보면 상식적으로 알려진 그 이상이다. 1945년 8월 해방이 되었으니 계수해보면 어머니는 거의 20년가량 일제강점기 아래 살았다. 세상노래도 찬송가도 크게 불러 본 적이 없던 어머니가 당신이 노래해야 할 순번이 될 때마다 일본노래를 조용히 부르는 것이다. 몇 차례 ’엄마, 일본노래 부르지 말고 찬송가 불러요‘ 하면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약속은 약속 일 뿐 다시 일본노래를 한다. 웃고만 넘길 수 없는 희한한 일이 계속되는 것이다. 치매를 아주 간단히 답하면 노인성 뇌질환이다. 대뇌 소뇌 해머 등에 이전 같지 않은 고장이 난 것이다. 이 고장 참 신기하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한 자리에서 한 말(했던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했던 말을 또 하고 했던 말을 또 한다. 학교시절 하등동물들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하여 들었던 그대로다. 가령 쥐는 쥐구멍으로 달아가고는 다시 조금 있다 머리를 내민다. 치매어르신들은 바보가 되어서가 아니라 방금 했던 말과 사건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가 현장에서의 판단이다. 어르신들은 그 자리서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한다. 이를 근무자로서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끊임없이 말이 되지 않는 질문을 되풀이 하는 경우를 만나면 짜증이 나고 화가 돋는다. 따라서 치매라는 뇌질환을 전문적으로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관리 불가다. 눈이 고장이 나고 다리가 손이 고장이 나면 제한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듯 사람의 뇌도 어떤 이유로 손상을 입어 해당 부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치매 걸리지 않으려면 뇌를 활발하게 써야하고 뇌에 좋은 음식을 먹고 안 좋은 것, 덜 좋은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그 고생스러웠던 세월에 비해 무난히 지내시는 편이다. 차라리 하나님께서 데려가실 때가 언제일지 내 마음의 준비가 더 절실하다. 엄마를 보내어 드려야 할,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준비가 불가피 한 것이다. 그 엄마는 정말 놀랍도록 지혜로왔다는 것을 손주인 아이들에게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내가 이렇게 달라져 가는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실은 노인장기요양 사업의 현장에 있으나 보통 실력으로는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르는 그 뇌의 구조를 알기 어렵고 무조건 도와드려야 한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당신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자식도 당신의 과거도 서서히 기억을 지우고 계신다. 지난날의 그 진하디 진하였던 관계를 잊어 가신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엄마도 아버지도 아니고 그냥 끝없이 이해하고 양보하고 돌봐 주어야 할 고령의 어르신이다. 노래 한번 큰소리로 불러본 기억을 남기지 않은 엄마가 일본노래를 한다. 하지 말라고 타일러도 다시 그 노래를 한다. 하루세끼 꼬박꼬박 다 먹고도 자다 일어나면 다 잊어버리고 또 밥을 찾고 밥 안준다고 투정을 한다. 생각건대 젊은 날에 미리 화석이 될 미래를 위해 좋은 기억을 많이 축적해 두면 좀 나으려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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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일본노래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