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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어 끝없이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몇 있다. 그 중 하나다. 바울은 여러 서신의 초두에서 자신을 사도로 칭했다. 그의 사도됨에 대한 긍지는 대단 했었다. 그는 다순히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나는 지극히 크다는 사도들 보다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는 줄로 생각 하노라 비록 말은 남들 같이 멋있게 못하지만 지식도 있고 하는 것마다 눈에 드러나게 잘하지 아니했냐고 자신을 변호하며 그렇다고 누구에게 폐를 끼친 것도 아니다 고 진술한다. 그런 바울이었기에 나를 능하게 하사 그리스도 예수 무리 주께서 자신에게 직분을 맡기셨다며 스스로를 무한 긍정 하곤 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복음을 전하려다 어떤 수고와 고생을 하였는지를 설파하며 자신을 변호하였다. 그러했던 바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딤후2:9에서는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가 죄인과 같이 매이는 대 까지 고난을 받았으니 라고 죄인이라고 자신을 고백한다. 더욱 고전 15장8절에서는 만삭 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라며 자신을 칠푼이 팔푼이 같은 자다 라고 낮춘다. 급기야 딤전1:15에서는 자신을 죄인 중에 괴수라고 까지 낮추기 시작한다. 난 실은 죽을 놈입니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을 대하는 우리 중 누구도 이 같은 바울의 실상을 알고서 ‘야, 바울은 엄청 죄인이었구나. 칠푼이 팔푼이 였구나. 죄인 중의 괴수 죄인이었구나! 하고 그를 폄훼하지 않는다. 그 같이 자신을 다 드러내 놓는 바울을 보며 오히려 그를 더 높이 쳐다본다.
지난 한국교회사에도 이 같은 일들이 없지 않았다. 1907년 한국교회 초기 대부흥운동 당시 사경회 중 말씀을 듣고 있던 회중들 사이에서 회개 자복하는 일들이 터졌고 그로 곁에 있던 회중들이 함께 대성통곡하는 통에 평양성이 떠나갈 듯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후에는 이 같은 사례가 너무 빈번 확대되어 선교사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그 소문을 어찌 다 감당하려난 하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한다. 그 순박함과 그 열기가 어떠하였음을 짐작할 만하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지난 한국교회 역사 중 가장 존경받았던 한 목사님은 큰 공식석상의 많은 목회자들 앞에서 당신은 신사참배를 하였던 죄인이라고 공중고백을 하셨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보통의 어른 같으면 보여주기 정도로 평가절하 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워낙 겸손하고 검소한 그분이셨기에 한때 그 엄청난 고백이 미담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곤 하였다. 성경에는 보통의 윤리 도덕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사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성경 속의 그 인물들의 행적을 보고 그를 평가절하 하지 않는다. 그 인물들 중 누구누구의 낮 뜨거운 허물을 꺼집어 내어 그를 몹쓸 사람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그의 삶 그의 신앙 전체를 보고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거룩하게 쓰임을 받았던 것으로 귀히 여긴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참 그렇지 아니한 것 같다. 현실 교회는 죄인이라는 자기고백에 무척 인색한 것 같다. 그게 뭐 그리 인색할 것이 무엇인가 마는 드러난 부정과 부패와 탐욕과 비난 받을 일이 충분함에도 죄인됨을 애써 숨기려 한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아담이후 모조리 죄인이다. 천하에 몹쓸 사람이었다. 교회가 왕성해 졌으나 이전 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엄청 이상해 졌다. 심각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부패 타락하였고 악취가 진동하여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세속화 되고 썩고 문들어 진 것은 딱히 역사적 자료를 들먹일 것도 없다. 한국교회 전체가 그렇다 해도 틀린 말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그러나 썩어 악취가 하늘을 진동 함에도 바울 같이 고백하는 이는 거의 없다. 타종교를 들먹일 것도 없다. 우리가 그렇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말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어놓을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자기 고백에 따른 책임까지는 질 의사가 없는 것이다.
이는 엉터리일 공산이 크다. 고백의 진정한 아픔이 없지 않을 터이지만 여러 그럴듯한 이유를 들먹이며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교회가 새롭게 될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진정한 고백과 함께 철저한 자기 부정과 내려놓음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하다. 입만 열면 천국이 어쩌니 하는 사람들 치고는 너무 세상일에 혼이 빠져 있는 것 같은 교회 지도자들의 추한 모습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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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됨이 부끄러운가?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