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면도기 광고로 한 유명 축구선수를 내세워 연일 광고 폭탄을 쏟아내던 때가 있었다. 당시, 세뇌가 따로 없도록 시도 때도 없이 그 젊은이의 세련되게 면도하는 장면을 화면에 퍼부었다. 다른 이들은 그때의 광고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계속되는 광고에 눈을 빼앗기며 ‘야, 안 사고 못 버틸 정도구만!’하는 생각을 했었다. 마치 남자로서 그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면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멍청이거나 남자도 아니다는 분위기 였다. 그렇게 광고에 세뇌된 나는 도대체 면도기면 면도기지 면도기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시덥잖게 생각 하면서도 그 면도기에 대한 강한 인상을 떨치지 못했다. 광고효과가 제대로 성공한 사례라 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제법 비싸게 가격이 매겨진 그 면도기를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수차례 여러 종류의 면도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결국 사고 말았다. 어디 면도기뿐이겠는가? 철마다 옷이면 옷 신발이면 신발 먹거리면 먹거리 가전제품 어는 것 할 것 없이 광고 홍수 시대를 산다. 어디 안 사고 배기나 하는 기세다. 난 사실 광고의 순기능을 싫어하거나 경외시 하지 않는다. 은근히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게 열심히 알려 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고 편리한 물품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좋은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알 길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광고를 요란하다고 폄훼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다시 면도기로 돌아간다. 예의 면도기는 아예 처음부터 틀렸었다. 처음 사용하던 날부터 그 요란 찬란하던 광고와는 달리 딱히 이전 어느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주아주 작은 불편함이 감지되더니 이후 몇 번이나 얼굴에 살짝 상처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물론 아주 작은 차이다. 보통의 면도기들은 세계적 제품이 아니어도 면도가 잘 되는 편이다. 면도도 제대로 안 되는 면도기를 어떻게 팔려 하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요란 찬란하게 떠들던 그 면도기는 나을 것이 전혀 없는 제품이었다. 소비자인 내 스타일이 문제였을는지 모르겠다. 누가 그렇게 속으라고 부추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까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1년째 계속 되고 있는 요즈음은 홈쇼핑이 일상이 되었다. 세계경제가 대추락을 예고하는 중에도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온라인 판매다. 이 일상을 지켜보며 구매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이 걱정이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그 찬란한 광고에 현혹되어 정신없이 구입하고는 그로 인하여 가정경제가 얼마나 위협 받고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 홈쇼핑에 등장하는 잘 생기고 말 잘하는 쇼호스트들이 어쩜 꼭 도둑* 도둑* 사기꾼처럼 보인다면 지나친 말일까? 다시 말하지만 난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절대 신봉하는 사람이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도 광고도 거부하지 않는다. 잘 소개하여 장사하겠다는 것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직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것이 가격이든 품질이든 정직하게 상품을 소개 한다면야 누가 뭐라 할까. 형편대로 구입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으면 멀쩡한 젊은 남녀들이 TV에 나와 거짓말 하고 속이고 기만하고 사기 치는 것이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루 종일 온 세상이 이렇게 정직하지 않아서야 어떡하겠는가 하는 꼰대식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시절 이니까 아주 오래된 기억이다. 몇 차례 전도니 선교에 대한 강한 도전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한 강사가 그렇게 청중을 향해 도전했었다. 세상은 이렇게 엉터리 가지고도 온갖 그럴듯한 말로 꼬들시고 소개하는데 왜 우린 하나님의 복음을 가지고도 자신 있게 세상에 내어 놓지 못하는가 하고 꾸짖었다. 그 순박한 말씀에 역시나 공감하고 자책도 했었다. 다시 정리하는 말이다. 속이지 않는 세상, 속이지 않는 사회에 한번 살아 보고 싶다. 믿고 사고팔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제품에 대한 진정한 광고로 성공한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누군가가 그랬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속이는 것은 용서 받기 어렵다. 참 옳은 말이다. 제발 나여 내 영혼아 하나님을 속이려 말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내 이웃도 속이지 말자. 정직하게 살다 조용히 세상을 떠나자.
글. 이동훈 목사 |
|
제발 정직하게 살자-어느 면도기 광고에 대한 기억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