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영성이 깊은 사람이 못되어 뼈에 사무치도록 충격적이고 신묘막측한 경험이랄 것이 없다. 반세기 넘게 예수쟁이 시절을 지내며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는 듯 했으나 그 모두 겉모양일 뿐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50년 60년 꽤나 긴 시간 임에도 눈 여겨 볼만한 경험이 없다. 다만 아주아주 빈약한 기억만으로 겨우 오늘의 나를 지켜온 것 같다. 교회라는 곳을 처음 가본 것은 초등학교도 가기 전 어느 추운 날 성탄절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길목에 있었던 그 교회를 우리 가족이 대신동을 떠날 때까지 그 앞은 지날 때마다 ‘내가 한 번 가보았던 교회’로 기억했었다. 아무튼 빵 얻어먹으러 갔다가 너무 많은 아이들 속에서 신발 잊어버릴까 혼이 난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철 들자 전도를 받아 내 의지를 갖고 나선 교회에서 호소력이 대단했던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큰 회심을 경험했었다. 그 처음 충격이 평생 변함없이 교회를 다니는 동력이 되었고 목사님이 되고 싶다는 꿈의 씨가 되었다. 그리고 대학4년 때 다시 김OO라는 아마존의 밀림지역에서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는 중 선교에 대한 사명과 함께 깊은 은혜를 받았던 적이 있고, 다시 신혼시절 신대원 졸업과 함께 부임했던 서울의 섬기는 교회에서 한 영성 깊은 여전도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선교에 대한 다짐을 실천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며 참 많이 울었었다. 그러나 역시 내 평생 최고의 경험은 내 인생이 곤두박질 쳤을 때 찾아 왔다. 현대신학에 심취하여 많은 책을 끊임없이 섭렵할 때였다. 눈을 떤 신학의 도전과 신앙적 양심으로 정치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분노하였으나 분노는 분노일 뿐 어찌 할 수 없어 노심초사하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꽃보다 사랑스러웠던 딸아이를 둘이나 잃었다. 그렇게 황망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침신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내가 다녔던 신대원으로 진학하려 하던 어떤 이가 곁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중 김기동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라 하여 그가 인도하는 목회자 세미나를 찾았었다. 두고두고 아무리 생각해도 잊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진짜 하늘이 꺼지고 땅이 쏟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일주일 꼬박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울고 또 울고 회개하며 자신을 부둥켜 안고 새로운 사람이고자 갈망하였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겠다 다짐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로마서7:24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이는 영어로 되어있던 작은 팜프렛에 실린 에세이를 읽으며 은혜 받았던 말씀이다. 얼마나 좋고 공감이 되었던지 바로 영어로 외워두고 지금까지 자주 자주 되새겨보는 구절이다. 함께 하고자 하는 단상은 이 말씀과 관련해서 이다. 시무언의 설교를 듣곤 어둠에 놓여있는 인간의 실상을 보았고 영의 세계에 공감하였었다. 온통 세상이 영이라는 색안경으로 보여지고 이해가 되었다. 무엇이라도 무리 없이 영적으로 해석이 되었다. 오늘의 화두는 그 반대편에 있다. 요즘 나는 그 반대에 몰입하여 산다. 내가 영의 세계를 처음 알았을 때 하는 말이, ‘육체를 알기 전 영의 세계를 먼저 알았더라면....’ 하고 무척 아쉬워했었다. 꼭 그런 기분이다. 숨이 멎도록 절박하게 육체를 알기 전, 세상을 알고 배우고 도전 받기 전 영의 세계를 먼저 알았더라면... 내가 덜 망가지고 주를 가까이 하지 않았을까 했다. 노동 인권 통일운동 한답시고 책도 많이 보고 머리도 쥐어짜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영의 세계를 알고 영적 삶을 살려하는 모습이 뭔가에 걸려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늦게서야 절망하는 인간의 실상은 결코 변명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인간의 어떠어떠함은 인간의 한계요 실상이다고 더 이상 어떤 변명도 넋두리도 하지 말아야 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영적 세계가 아무리 실상이고 우선일지라도 육체로 머물러 있는 시간이 허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은 행한 데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드러난 삶의 결과로 자기 삶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이를 두고 자꾸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간은 짐승 같고 본질적으로 죄인 됨을 극복할 수 없다 하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세상을 초월하여 제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구원의 은혜를 입은 나는 다르게 살아야 옳다. 다른 어떤 피조물이 되었다고 큰 소리로 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하여도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무거운 짐마저 벗어 던져 버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영으로 거듭났다면 나의 혼이 더 명징해져야 옳다. 그래야 나를 구원하신 주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글. 이동훈 목사 |
|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