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3.
 피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20.06.14. 16:45:21   글쓴이IP: 119.198.127.219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지식을 경험이나 책으로부터 얻지 않는가 싶다.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신만의 값진 자산이다. 여행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지식을 얻는 또 다른 통로가 책이고 교육이다. 나의 경우 거의 모든 예비지식을 경험 보다는 책에서 얻는 편이다.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던 학창시절의 나는 책에 의지했다. 즐겼던 여러 운동도 책에서 시작했다. 책을 여러 번 읽어 기본개념을 이해한 후 실전에 뛰어 들었다. 정치 사회적 입장이나 건강 상식도 매스컴 보다는 책에 의존했다. 전도서 기자의 언급 같이 적잖은 책을 읽었다. 책을 끼고 책과 함께 청춘을 노래하며 시대의 아픔에 동참했었다.
이렇다 할 소년시절의 기억이 없다고 느끼던 어느 날 ‘어릴 적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지치기도 구슬치기도 친한 동네친구 하나 없던 난 뭐했지? 하는 순간에 구석진 골목한 곳에 쪼그려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내가 떠올랐다. 고등학교시절 짧은 점심시간조차 나무 그늘 아래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내가 떠올랐다.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 난 생각하는 일에 무척 익숙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를 둘러 샀던 환경이 힘들었던지 그 힘들게 밀려오는 환경을 부여잡고 생각에 또 생각에 빠져 들어갔던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다시 제법 오래전 읽었던 한 책 이야기다. 신문광고에 실린 제목이 예사롭지 않아 구입했던 책속에 딱 내가 있었다. 그 나는 몸과 맘이 지쳐 쓰러질 지경으로 진단되었다. 너무도 많은 생각에 지쳐있었고 덩달아 몸도 지쳐 있었다. 그래서 강남에 있는 그를 만나 상담을 받았다. 매우 비싼 진료비에 난색을 표하니 절반으로 내려주었지만 그나마도 큰돈이었다. 그렇게 온라인 동영상과 인터넷전화로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지론대로 ‘목사님은 몸과 맘이 지쳐있다’ 고 진단하고 매일 새로운 처방을 내렸다. 매일 같이 새로운 내용이었지만 매일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어떻게든 몸과 마음이 편해져야 한다는 ‘편하기’ 기술로 핵심은 생각을 하지 말고 몸으로 느껴 보라는 것이었다. 무척 공감이 가는 신선한 처방이었기에 나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성의를 다해 따라했었다. 예로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대지를 느껴보라 했다. 그리고 체중을 표준체중까지 내려 보자는 제의도 했다. 무지 걷고 뛰고 또 뛰고 했던 시절이었다. 식사량이 그리 많지도 않지만 다시 줄였다. 그 무렵 꽤 많이 감량에 성공하고 일부 좋아지기도 했으나 딱 거기 까지였다. 그의 탁월한 식견에 놀라며 따라하던 나였지만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결별하고 말았다. 최종 결론은 이랬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 부지런히 따라 하려던 나의 입장 이었고 그는 여전히 같은 말로 나를 설득하려 했다. 근거로 짐승을 들었다. 짐승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난 사람은 짐승이 아니지 않느냐 는 것이었다. 생각을 비우려고는 하였으나 비우려고 하는 것 자체가 생각이 아니냐는 논리였다. 그래서 자주 이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 지식은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한의사든 양의사든 그도 아님 건강 연구가이든 거짓말을 할리 있을까마는 책임지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논리란 점에서 그것은 거짓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시 주제로 돌아온다. 난 의사의 지적대로 생각이 많아 많은 생각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항진된 교감신경이 잠을 방해하고 혈압을 올리고 있는지 모른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몸이 쉬고 마음이 쉬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은 그러지 않았다. 생각은 그치지 않았고 몸도 함께 지쳤다. 생각을 쉬고 함께 몸도 쉬고 싶은 갈망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생각에 지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세상 근심걱정을 혼자 다 하듯 한다. 내가 평생 비밀번호로 사용하는 비번이 우연히 나오지 않은 것을 오래지 않아서야 알았다. 늘 평화 평안을 여러 다른 나라말로 사용한다. 진정으로 평화가 있는 삶을 한번 살아 보고 싶다. 주님 만나 세상에서 가져 보지 못했던 몸과 맘의 진정한 평화를 누려 보고프다. 여행 중 이스라엘 어느 길을 가다 여기는 뭐하는 곳인고 하고 들여다 보다 깜짝 놀랐다. 한 아이가 ‘샤롬’ 하지 않는가. 유치원 이었다. 주님 내게 ‘샤롬’하실 날을 그려본다. 더 이상 피곤하지 않는 평강의 나라를 그리워한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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