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3.
 장수의 딜레마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20.06.14. 16:44:38   글쓴이IP: 119.198.127.219
대한민국은 소득 3만불 이상으로 선진국 수준이다. 내가 태어난 1954년은 일인당 소득 600불 정도로 세계최빈국이었다. 그 사이 경제규모가 600배로 늘었다. 주변 환경이 엄청 화려해지고 물자가 풍부하고 없는 것이 없도록 풍족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밀려온 것이 고령화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노인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일본보다 7년 더 빨리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고령사회 일보 직전이다. 경제일반은 물론 사회제도의 조정 등 핵폭탄급 혼란이 우려된다. 하여 나름 우리들의 문제를 돌아본다. 우리교회가 일찍 요양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다시 요양원과 노인장기요양사업에 참여한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분담하고 싶은 기독자로서의 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수는 너무도 야누스적이다. 고령의 부모님이 생존해있다는 것은 분명 큰 기쁨이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부모님의 매일은 버겁기 짝이 없다. 고령의 아버지 어머니가 과연 행복하실까? 전쟁터 같지는 않을까? 우리는 부득불, 살아온 좁은 반경에서만 노화를 이해한다. 학자 같이 많은 사례를 모은 것도 아니고 여러 다양한 견해들을 정리해 본 것도 아니다. 최근 본 대로 느낀 대로의 노화는 다음과 같다.
1.고령의 삶은 너무 힘겹다. 먼저 기억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오래된 기억만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 가까운 기억들은 엉망진찬이다. 나도, 한 자리에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노인을 이상하게 보았었다. 실상을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다. 그 자리서 잊어버리고 또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이다. 먹은 것도 잊고, 손에 쥔 것도 잊고 또 찾는다. 나중에는 남편도 아들 딸 손주들도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치아도 눈도 귀도 오장육부가 다 마찬가지다. 노인네들은 왜 저렇게 불결할까 했으나 잘 보이지도 냄새도 맡지 못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 같이 청각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다. 그 총명하신 분의 총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주위를 살피기 일 수다.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다. 어디 성한 곳이 없다. 모든 것이 흐려지고 망가지고 만신이 아프다. 빈곤 가난 질병 소외 무위(하는 일이 없음)의 노인의 4대문제 그대로다. 2. 우리 사회의 경우 평생 자식 뒷바라지 하고 당신은 빈손이다. 어제도 그런 분을 보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 작은 제조업을 하며 돈을 모으고 집도 장만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 거지다. 나랏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지경이다. 나라도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대한민국 많은 노인들이 숨만 붙이고 사는 것이다. 노년에 나이스하게 사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3.그 풍성하던 감정도 사랑도 인정도 어디 가고 이제는 너무 삭막하다.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고향동네 감나무 그늘 아래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이며 우정, 풋풋한 사랑과 그리움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존재의 근거로 삼던 향수가 무너져도 모른다. 그렇게 소중히 간직하던 신앙마저도 간직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증언도 많이 듣는다. 지난 날 그 가치 있던 것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현재가 신기루인가 기억속의 사건들이 신기루인가 무엇이 진실이며 실재인가. 4.건강도 지위도 지켜왔던 관계의 탑도 하나하나 허물어져 간다. 이렇게 비참하고 허무한 것을 붙들려고 그렇게 애타하며 살아야 했던가 하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5.놀라운 것은 돈에 대한 발견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신기루 같이 흩어지고 사라질 때 돈이라도 남아 있으면 돈이 지킬 수 있는 영역이 있어 보여서다. 물론 그 돈을 잘 관리해 주는 아들 딸이 남아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6.이제 더 이상 아버지 어머니도 남편도 아내도 아니다. 다 해체되어 버렸다. 노화 앞에 인간성 자체가 붕괴직전이다.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하나 별 무소득이다. 오늘 이처럼 무너져가는 어쩜 이미 무너진 어머니를 지탱하고 있는 한 아들을 보았다. 속사정은 모른다. 시골에서 고생을 많이 한 흔적이 묻어나는 어머니였다. 그가 안쓰러워 괜히 친절하고 싶었다. 격려해주고 싶었다. 세상은 여전히 복지사업을 두고 별 소리를 다하나 나는 교회와 함께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아니했던가. 공연히 선을 쌓으려 함이 아니라 거듭났다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라도 애써야 하는 것이 옳다 생각했었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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