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3.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20.05.17. 18:24:20   글쓴이IP: 125.134.145.154
얼른 보면 서서히 진행되어온 것들이어서 미처 모르나 실상 주변이 엄청 변했다. 천지가 개벽할 만큼의 변화다. 그 사이에는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내 어린 시절 우리 식구는 한 장에서 잤다. 아버지 어머니 외 세 살 터울의 6남매가 함께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리 큰방도 아니었을 것 같다. 한방에서 한 이불 덮다보니 어느 때는 추워서 끌어당겼다 뺏겼다를 되풀이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게 풍성해 보였던 구멍가게! 그 구멍가게의 잔재를 인도에서 보았다. 가게라 할 것도 없는 길거리 노상수준이다. 기억나는 게 더 있다. 어머니는 대신동 골목시장에서 밥장사를 했다. 그 우리 집 옆 골목길 끝자락에 제과공장이 있었다. 아무튼 제과공장 이었다. 거기서는 종이에 사탕을 발라 말려서 팔고 우리는 그 종이를 맛있게 빨아 먹었다. 단 게 귀하던 시절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어쩜 오늘 내 몸의 크고 작은 이상 현상들은 그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따금 들곤 한다. 그나마도 마음대로 못 먹었다. 너무너무 우습다 못해 슬프고 아픈 기억이 더 있다. 그때는 매 학기 초 가정생활조사를 했다. 집이 자가냐 전세냐 월세냐 소득이 얼마냐 TV가 있느냐 냉장고 전축이 전화가 있느냐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어렸지만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냉장고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은근히 신이 났다. 한 두 사람만 냉장고가 있던 시절 우리 집에도 냉장고가 있었다. 선생님이 조사했던 그 냉장고가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냉장고인지 안 것은 몇 학년 때 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냉장고를 본적조차 없으니 난 우리가게의 얼음냉장고를 그 냉장고인줄 알고 손을 들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모두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여러 대의 냉장고가 있다. 심지어 누가 새 냉장고를 사주겠다 했을 때도 사양했다. 병원을 폐업하며 수십 대의 냉장고를 헐값에 처분했다. 내 몸에 음악에 대한 DNA가 있었는지 딸아이가 음악을 전공하고 교사가 되었다. 술꾼이셨던 아버지였지만 꽤 가무를 즐기고 영화와 책을 엄청 좋아하셨다. 그리고 보니 음악 책 영화는 내가 닮고 여동생이 닮고 우리 아이들도 비슷하다. 라디오 전축이야기를 하고픈 것이다.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 또한 지난 세월 주방의 백색가전 제품의 발전과 보급 못지않게 그 변화가 컸다. 전화이야기를 해보자. 이제는 국제전화가 상당부분 공짜다. 어떻게 오고 가는지 모르지만 얼마든지 전 세계 대부분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처음 해외여행 시절 교환원의 영어를 쉽게 못 알아들어 걸었다 놓았다를 여러 번 한 끝에 국제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 못지않은 감회가 깊을 것이다. 교통수단도 그렇다. 북한의 김여정이가 남쪽방문을 하곤 그렇게 부러워했다는 고속열차는 앞으로도 계속 겁나게 발전 할 것이다. 부산에도 제법 이른 시기에 내 살던 가까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신기한 세상이 열렸다.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왔다. 매일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아파트 중 평당 1억 이상을 호가하는 곳은 확실히 더 편리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인테리어나 조경 레저공간 주차장이 세계 어느 곳 못지않은 부자촌이다. 괜히 나이들어 쓰잘데 없는 옛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세상이 무척 많이 변한 것이다. 더더욱 장구한 세월 동안의 미세조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진화론 어쩌고저쩌고 하는 입방아마저 수긍이 갈 정도다. 장구한 세월동안 극히 미세한 조정과 발전을 통해 진화가 되었다 하니 그럴싸하다.
그러나 그렇게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어마무지하게 많다. 인간의 본질적 감정 정서 본성 영혼에 대한 갈증과 궁금함은 끊이지 않는다. 추정도 잘 되지 않는 옛 시절에 어떤 구원자를 그리며 기다렸던 석상과 신전이 곳곳에 남아있다. 정도의 차가 있긴 하나 권력추구의식도 예나 지금이나 그만그만하다. 겉모양을 바꿔 놓아 약간 혼란스러우나 그 위선과 가식을 벗겨놓으면 그게 그거다. 오십 수년 전 봄날이 오기 전 신앙을 시작했다. 구원의 도리와 영생의 길에 관해 들었다. 그날이후 무수한 변화 속에도 그냥 그대로 지켜온 날들이 그대로 지키며 지낸다.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영의 세계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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