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3.
 무신론과 유신론의 묵상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20.01.05. 20:19:54   글쓴이IP: 59.21.35.112
대학 초년시절 입주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첫수입으로 학교를 찾아 책을 파는 분에게서 철학대사전을 샀다. 신학을 하느니만큼 철학으로 무장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그 첫 학기를 지나며 인상 깊은 철학강의가 몇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불가지론이다. 불가지론은 경험현상을 넘어서는 어떤 것의 존재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설로 영국의 생물학자요 경험주의자인 T.H 헉슬리가 주장했다. 그는 이 말을 주로 영지주의자에 반대하는 자신의 관점을 가리켜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 뜻을 꽤 넓게 이해하는 편이다. 아무튼 조금 엉뚱한 사고를 필요로 한다. 헉슬리에 따르면 불가지론의 본질은 불가지라는 말 그대로 알고자 하는 어떤 분야에 관해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에 의하면 불가지론은 고의가 아니라 방법이며 그 본질적 내용은 ‘이성이 이끌 수 있을 때 까지 이성에 따라 최선의 지식을 얻고 그 뒤에는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어디까지 알아야 진짜 아는 것이라 할 수 있어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헉슬리는 불가지론과 무신론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불가지론자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 따라서 모른다고 주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불가지론자는 철저한 완벽 경험론자요 따라서 완벽 경험할 수 없는 진리는 진리 일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불가지가 되고 불가지는 불가지함으로 인해 완전한 경험에 대한 도전마저 포기한 채 허무주의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대학 1학년 초 이 같은 개념을 배우고는 마음에 깊이 새겨둔 것이 평생 열린 마음으로 학문을 하게 했다. 최선을 다해 알려 했고, 그렇게 알려 하나 완전히 알 수 없는 존재임을 늘 인정하고 살았다. 그로인해 허무주의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보고 ‘나는 어찌 할 꼬’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화두는 신앙과 불신앙이다. 신앙과 불신앙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양 극단이자 외면할 수 없는 상대다. 불신앙이 없는 신앙을 설정할 수 없고 신앙이 없는 불신앙을 설정할 수 없다. 둘은 언제나 영원한 맞수이자 필요로 하는 존재다.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다. 교회 안에 있으면 온통 예수 안 믿고는 세상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으나 교회 밖 세상은 신앙 없어도 잘만 굴러 간다. 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잘 굴러가지 하나 잘만 굴러간다. 더 실제는 이 세상에는 예수 믿는 우리 말고도 예수 안 믿는 저거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여와 야가 그렇다. 현금의 정치현실은 해방 직후 좌우 이념 대결 이상으로 분열되고 첨예화 되어있다고 진단하는 한 원로학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새삼 그렇구나! 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고 귀를 기울이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 앞 효자동 길거리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저항을 봐도 그렇다. 저항 세력의 입장에서 문통은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러서는 안 될 사람이다. 나라를 송두리째 팔아먹는 천하에 없을 역적이다.
엊그제 예산안이 재적 1/3이 넘는 제 1야당의 협의도 없이 처리 되었다. 있을 수 없는 반민주적 작태다. 국회의장이 헌법적 민주주의를 파괴한 탄핵감이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별 탈이 없다. 분명 해가 서쪽에서라도 떠올라야 하는데 여전히 어제와 같이 오늘도 동쪽에서 붉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세상이 멀쩡하다. 좌와우 여와야 신앙과 불신앙 찬성과 반대는 하나가 아니라 마찬가지다. 다만 그 와중에 외롭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나’라는 실존이 있다. 내 가정이 있고 내 식구들이 있다. 전적으로 책임을 홀로 져야 하는 나만 있다. 참은 무엇인지 결코 규명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규명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화 하지만 절대 같은 것은 없다. 세상살이든 신앙이든 법정에서든 정론은 없고 진행형이다. 수많은 사례들 중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가는 외로운 길 뿐이다. 그것이 신 앞에 서있는 나 자신의 딱한 모습니다. 그 나의 선택이 진짜 나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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