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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시작한지 53년이다. 늘 부족하다 느끼지만 변함없이 한 길을 걸어왔기는 하다. 그러나 자평은 지독히 인색하다. 인색해서 인색해서가 아니라 솔직히 정말 개떡 같은 신앙생활 이었다. 예수 믿고서 이렇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롭게 살려 했지만 의의 그림자도 밟아보지 못했다. 의(義)는 턱도 없는 꿈이었고 환상이었다. 이를 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실로 처절한 투쟁의 연속 같은 청소년 청년시절이었다. 이는 나만도 아닐 것이다. 신학교시절 제일 가깝게 지냈던 한 친구는 어느 날 퇴교길 같이 우리집에 와서는 조용히 하는 말이 ‘동훈씨 나 잘라 버릴까?’ 했다. 알았지만 ‘뭘?’했다. 진짜 뭘? 그렇게 젊은 날을 보냈다. 어디 성(性)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 만이었을까? 우연찮은 기회에 만난 한 큰 목사님이 전하는 말씀을 듣는 중 “아!” 하고 성경이 무엇을 말하며 진리가 무엇인지 왜 예수를 믿는지 깨달음이 왔었다. 나는 그렇게 율법이 요구하는 의로부터 벗어나는 시늉조차 할 수 없었다. 믿음은 전부가 인간적 이었다. 열심과 종교성과 윤리적 도덕적 관심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예수 믿고 착하게 살려 했지만 그 꿈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내가 어지간히 많은 것을 잃고도 시무언 김기동목사님께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가 그렇다. 다음으로 의로운 삶에 대한 소망 못지않은 것이 전도요 선교였고 기도였다. 교회는 처음부터 이 세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강조했다. 이 셋이 거의 전부였다. 전도 혹 선교에 대한 묵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지금도 진행 중인 따끈따끈한 이야기다.
정말 기도를 잘 모르겠다. 기도의 정의가 무엇인지, 기도가 무엇인지를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과가 어떠한지 도통 자신이 없다. ‘야, 잘 모르겠다’ 며 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아예 기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기도에 일찍 눈을 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족히 20분은 달리듯 가야 하는 거리를 지나 새벽기도생활을 하고 신학교 가서도 방학 때마다 가까운 친구들과 산기도 금식기도를 했다. 남들은 한 번도 쉽지 않다는 40일 금식기도를 3번이나 했다. 마음 같으면 더 늙기 전 한 번 더 해보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데도 하는 말이다. 기도가 뭔지를 전혀 모르겠다. 주기도문에 대한 나의 집착은 꽤 유별나다. 이유는 단순하다. 먼저 주님이 가르치신 기도에 ‘주님’을 절대화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이렇게 기도하라’ 하신 것을 무슨 재주로 마다하겠는가 싶기 때문이다. 둘째는 주기도문의 배경이다. 기도하고 돌아오시는 주님께로부터 제자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주의 얼굴에 광채가 나타났을까, 오묘한 평안이 서려 있었을까? 그게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기도에 대하여 갈망할 때 주님이 가르치신 것에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가 답이다.
다음은 제자들 역시 기도를 몰랐다는 점에 착안한다. 그 몰랐던 것에 대한 답이 주기도문이었다. 그래서 그 기도를 주문 외우듯 되풀이하고 되풀이 한다.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오십 번 백번이라도 계속 한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기도를 모르겠다. 무릎을 꿇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고 서양에서 보았던 것처럼 일어서 눈을 뜨기도 하고 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마음으로 하기도 하고 상상할 수 있는 짓은 다해본다. 주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이스라엘은 어떻게 할까 는 기본이다. 이렇게 별 짓을 다하며 기도를 찾아 헤맸다. 그래도 여전히 기도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듯하다.
억지로라도 예수 믿는 이 믿음을 포기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만큼이나 기도역시 내 죽는 날까지 놓지 않으려 하는 고집만 남았다. 사후는 어떤 세계일까? 아무 것도 없는 소멸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내가 어려서 받은 믿음을 지키려 애씀 같이 기도를 지키려 하는 안간힘만 남았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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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모르겠다
현 정권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