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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식이 제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정서가 없겠는가. 어머니는 그 단어만으로도 어머니다. 절절히 가슴에 스러내리는 그 사랑 그 정서를 어떻게 다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마는 미련하고 완악한 아들은 매일 같이 제 가슴에 사무치는 어머니 사랑이 있어 그 마음의 일단을 글로 옮겨본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제 아버지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었는지도 모르고 아들의 가슴에나 남아 있을 사모곡일터.
출생 후 결혼하기까지 살았던 대신동 골목시장을 다시 찾은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리라 싶다. 대신동 골목시장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고 진한 고향동네에 대한 나름의 정서가 있다. 내 어린 시절 작은 마트 하나 없던 그 시대에는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았다. 그 때가 언제쯤일까 그 시장이 한적한 골목으로 전락한 모습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내게는 표현하기 어려운 작은 아픔이기 까지 했다. 나는 어른들의 다리 사이를 헤집고 자랐고 몸과 몸 사이를 비껴가며 소년시절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한동안 기억이라는 모든 기억은 시장기억이었다. 그 시장의 싸전은 사람이 많고 그 시절은 밥도 많이 먹어서였을까....엄청난 부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싸전의 둘째 아들인 형님을 몇 십년 전 우연히 만났다. 사실 나이 차이도 있고 생활수준도 차가 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둘은 마치 친형제나 된 것 같이 온갖 기억들을 떠올리며 정을 나누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가 등장했다. 우리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나 엄마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존재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난 사실 효자형이 아니다. 성격이 급해서 자상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가 없는 나를 생각할 수가 없다. 당신은 젊은날 너무도 고생을 많이 했다. 죽다못해 참으며 우리들을 키웠다. 아마도 그 엄마의 사랑이 아니었으면 동네 건달이 되었든지 아님 거지같이 살았을 것이다. 중고등학교시절에도 뭔 철이 들어서였을까 ‘난 예수 안 믿어도 엄마 때문에 곁길 가지 않았을거야’하는 말을 자주 했다. 어릴 적에는 외가가 제법 잘 산다 생각은 했지만 소상히 알지는 못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유학도 하고 대학도 나온 오빠 동생이 있던 엄마는 무학이었다. 어쩌다 학교 갈 기회를 놓쳤다 했다. 그러나 교회 다니자 말자 한글을 깨치고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버스정거장 두 코스는 족히 되는 거리를 달리다시피하며 새벽기도를 다녔다. 그 엄마에게 따라 다니는 동네 어른들 말은 ‘네 엄마 고생 많이 했다’ ‘네 아버지 정말 별났다’ 였다. 너무 많이 들어 창피하기 까지 했던 말이다. 뒤늦게 어머니 곁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이 오래된 기억에 묻어있다.
난 거의 60이 다될 때까지 엄마보다 더 지혜롭고 똑똑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엄마는 여덟식구의 생일을 그 정신없이 살아가는 날 중에도 귀신같이 기억하고 챙겼다. 교회를 다니기 전에도 성탄절과 어린이날을 대학시절에도 챙겨 주셨다. 아버지가 깽판만 치지 않아도 집을 여러 채 샀을 것이다. 구구절절 눈물 없이 기억 할 수 없는 기억들이다. 그 어머니가 지금은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날짜를 놓치지 않으려고 표시를 하고 밥장수 엄마가 아들이 해주는 밥을 대한다. 엄마의 망가져가는 기억을 치매라 착각했으나 다행히 아직까지는 턱도 없다. 치매라도 별 수 없지만 조말순씨 우리 엄마 조은순권사는 치매도 아니고 경도인지장애 정도도 아니다. 곁에 있는 아들도 잘 모른 채 외로운 시간을 지냈던 것이다. 늦게야 알고 해법을 찾으나 시간이 너무 없다. 내 평생 어머니에게 실망한 적이 없던 곱고 착한마음의 어머니였다. 언제나 선한 마음과 태도로 이웃을 대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크며 별다른 말은 않았지만 우리 엄마는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 65. 이제야 엄마에 대한 더 깊은 사랑에 자주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도 그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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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현 정권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