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4.
 호프 사랑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9.05.26. 20:38:14   글쓴이IP: 125.134.183.74
이 세상은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나 모형일 것이라는 생각 혹 깨달음을 가진지 오래다. 이는 영적으로 대단한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의식세계가 획기적으로 확장되는 엄청난 열림이었다. 무엇보다도 이후 신앙을 이해하기가 너무 쉬웠다. 함께 인생을 이해하기도 보다 더 쉬워졌다.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을 보고는 저 멀리 원형으로서의 하나님나라를 그렸고 하나님나라를 그리면서 세상나라를 간단히 파악하고 극복할 수 있었다. 나라며 제도며 부모며 자식이며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그렇게 읽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로 매번의 설교는 어렵지도 않고 복잡한 작업도 아니었고 머리 써야 할 일도 아니었다. 마침 읽고, 듣고 하며 살아왔던 개념 중 한 가지만 떠오르면 무슨 말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끝없이 펼쳐지는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종일 곁에 있는 ‘호프’를 보면서다. 실상 난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조용히 제 자리에 있는 꽃이며 나무의 수동적, 정적 모습에 비해 동물(動物, Moving animal)이라는 문자 그대로 잠시라도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나대는 것이 버거워서 일까 내게는 별로였다. 아주 어렸을 때 집 옆 작은 골목에 닭장을 지어 닭을 키우기도 하고 저녁에는 그 닭을 잡아 우리에 넣어 본 적이 있다. 그때 내 손에 와 닿는 닭의 체온이 영 불편했었고 그 후론 ‘난 동물은 별로야’ 라고 생각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도 먹고 사는 일에 넉넉해져서 일 것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폭등 중이다. 그러나 난 그 보다 훨씬 일찍 다른 이유로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아주 꼬마였을 때 선친이 대형견을 키우곤 하셨지만 이후 집에 있던 놈을 잡아먹는 것을 보곤 기겁을 하곤 생각에도 없던 것에 반전이 있었다. 40대 초반 나이보다 일찍 몸에 이상 징후를 발견하곤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평소의 생활양식 같이 살 길을 모색하다 ‘개를 키워 정을 줘볼까’ 하여 진돗개를 얻어 매일 저녁이면 같이 산책을 다녔다. 그러나 듬직한 그놈은 어느 날 아침 영문도 남기지 않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한참 후 운동을 같이 하던 수의사에게 물으니 ‘감염’이었겠다 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푸들이 곁에 있다. 역시 수년전 불쑥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유기견보호소에 들렀다. 구경만 하고 돌아설 생각이었으나 불쑥 계획도 없이 입양을 하고 말았다. 견사에 있던 수십 마리의 개들이낮선 이를 보고 반가워서인지, 경계에서인지 짖어댈 때에 한 놈이 머리를 푹 숙이고 조용히 있길래 마음이 끌려 데려오고 말았다. 개를 키우다 보면 이렇게 귀여운 놈이 어디 있을까 싶을 때가 많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네 개고기 문화를 나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나도 젊은 날엔 꽤 즐겨 먹었지만 이렇게 애교부리는 정겨운 놈을 다시는 입에 대지 못할 것 같다. 주색잡기와 거리가 있는 목사님들이 보신한답시고 무리지어 다녔던 한 때가 있었다. 그렇게 함께 지내는 호프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상이다.
먼저는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견주임에도 이 연약한 놈을 보살펴줘야겠다는 보호본능이 일어날 때다. 그러면서 이 미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나를 통해 하나님의 심정을 읽는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으로...’함 같이 호프가 사랑스러울 때가 많다. 시무룩하거나 조용하면 저놈이 왜 저러나 싶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주인을 즐겁게 하려고 뛰고 굴리는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실 지가 물어진다. 이 하잖토록 작은 개를 통하여 멋진 집을 짓고 흐뭇해하는 건축가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농부나 미술가, 음악가들의 작품 활동도 훨씬 더 이해가 된다.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시고 얼마나 좋아하셨을 지가 보인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참 바람직하게 못 살고 세월만 흘러 보냈다는 자책이 밀려온다. 호프가 나를 기쁘게 하려 애쓰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나의 하나님이 나로 인하여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민이 깊어간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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