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4.
 외관만 바뀌었을 뿐이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9.05.05. 16:34:26   글쓴이IP: 125.134.183.74
최근 우리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어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득 만불 시대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고 소득 2만불에 전전긍긍 하더니 선진부국이라 할 수 있는 3만불이 되었다. 세계 11위권이다.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사 길을 오가며, 서울 못잖은 위세를 자랑하는 부산의 해운대 신도시를 다녀올 기회에, 또 소박하기 그지없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세계 어느 휴양지 못잖게 변모된 전국 곳곳의 유원지, 휴양지 이 나라의 산천을 지나며 ‘그래서 뭐가?’ 하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스친다. 밥 먹고 똥 싸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학교를 다니든지 직장을 다니는 게 여전한데 뭐가 어떻게 변했느냐는 반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부산에서도 계발이 많이 늦은 외곽에 속하고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고 생활수준도 높지 않아서인지 세상 많이 바뀐 것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도 한다. 내 군생활 때만해도 허허벌판이던 강남이 어디가 어딘지를 구분할 수 없는 초고층빌딩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새중심지가 된 지도 오래다. 땅값이며 아파트값은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일 것 같아 물어보기조차 겁나는 수준이다. 역시 같은 질문이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지난 세월 헤아려보면 진짜 어린 시절에는 많진 않아도 집들 사이사이에 초가집이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 새 지붕이 슬레트로 바뀌더니 다시 슬라브 지붕에 멋진 벽돌집이 되었다.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양 사방에 공사가 계속 되더니 천지가 개벽할 것 같은 4,5층짜리 아파트가 되고 급기야 고급 고층아파트 숲이 되었다. 그때 그 환경이랑 지금이 뭐가 달라서 다르다는 것일까? 한칸 두칸짜리 셋방 살던 이들이 원룸, 투룸으로 바뀌고 서민용 빌라든지 오피스텔이 되었다. 그것이 바뀌었다는 것의 전모일까? 그래서 거듭 밀려오는 생각이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은 변한 게 없는데 둘러싸고 있는 겉모양만 변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본질과 상관없이 환경만 엄청 거대하고 화려해진 것이다. 내부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엄청 멋있고 편리해졌다. 우리네 집이라고 하는 집의 개념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잠자리가 바뀌고 식탁위에 올라오는 메뉴가 바뀐 것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다 어느 날 엄청엄청 바뀐 세상을 본다. 아파트가 처음 생겼을 때의 그 당혹감, 구멍가게가 어느 듯 제법 그럴듯한 매대를 갖추더니 다시 슈퍼가 되고 대형 슈퍼마켓이 되고... 되고 되고 되고 변화에 변화를 되풀이 하여 온 천지가 바뀌었다. 목조 가건물이었으며 콘테이너였으며 엉기성기 만들어진 사무실 안에서도 그럴싸하게 업무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엄청 큰 호화빌딩에 자리 잡고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폼나게 근무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반문이자 반성이다.
얼마 전 신도림역에서 약속이 있었다. 이리저리 헤매다 약속된 장소를 찾아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처음 보는 판넬이다. 처음 보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사용법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엘리베이터가 몇 대나 있었지만 정작 나는 원하는 층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조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 보다 더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예 길을 잃겠다 싶도록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혼돈은 일전 유명 백화점의 주차비 계산기에서도 그랬다. 사람은 여전한데 주변만 바뀌어 혼란케 한다. 사람이 영적인 존재인 것과 그 사람의 영적 고뇌와 문제가 여전한 것과 외양속에 있는 인간의 희노애락은 여전한데 주변만 정신 못차릴 정도로 바꿨다. 나의 일생과 별 상관없는 외형만이 공연히 사람을 혼란케 한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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