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1.
 주님 000 왔습니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9.02.25. 13:24:19   글쓴이IP: 125.134.190.152
비록 나이 들고 가진 것이 없어 남루한 차림이었지만 끔찍하게 목사 내외를 헤아려 주시고 당시 어렸던 목사의 자식들도 그렇게 사랑스런 눈으로 지켜보던 권사님이 계셨다. 어머니와 동갑이셨는데 벌써 소천 하신지 여러 해가 지났다. 종종 그분이 생각난다. 그 권사님과 어머니 권사님은 새벽기도시간 문을 들어서면 ‘주님 000 왔습니다.’ 고 하시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 인사말을 들으며 젊은 목사는 ‘아, 권사님은 새벽시간 기도실에 들어서며 ‘하나님의 현존’ 을 느끼구나!’ 고 생각했다. 그것은 종교적 근엄함이나 가톨릭교회 같이 요란한 형식을 취하지 않음에도 실감있게 하나님을 느끼기에 매일 새벽 집안의 어른께 문안인사를 드리듯 하나님께 인사하듯 하구나 싶어 이후 나도 그렇게 한다. 그 나에게 새벽 기도실을 들리며 토하는 하나님에 대한 인사말에 변천사가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 이후 대학시절까지도 신앙의 연조가 쌓여가며 더욱 낮아지는 바울의 모습이 참 크게 다가 왔었다. 그도 애당초에는 예루살렘교회의 주류 세력들에 대하여 나는 사도가 아니더냐 너희들보다 못한게 무엇이더냐며 자신을 변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곧 나는 사도들 중에 꼬맹이 같은 자라며 자신을 낮추더니 다시 자신은 죄인이라 하고 드디어는 나는 죄인 중의 괴수라며 자신의 죄인됨을 토로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신앙의 날을 쌓아가는 내게 멋있게 보이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 최근 몇 년 자꾸자꾸 기도하는 초반부에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없도록 부족하고 못나고 형편없는 자화상이다. 어느 때는 미워 죽겠다. 그 나는 에베소서 2장과 같이 이미 오래 전에 죄와 허물로 인하여 죽었던 자요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역겨운 인간이었다. 두 아들과 딸에게는 못난 아빠였으며, 착하디 착하고 훌륭한 아내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었고, 한평생 수고하신 어머니에게는 불효막심한 아들이었다. 함께 어린 시절을 삐대며 살아온 형제들에게도 부끄러운 동생이요 오빠요 형이었으며 낯을 들 수 없는 삼촌이었다. 이는 과장도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닌 그대로다. 믿고 따르던 성도들에게는 너무도 제 악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위선자였다.
어떻게 달리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자신만이 진실이다. 죽고 싶도록 부끄럽고 한심한 자이나 그렇다고 임의로 죽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인생이었다. 기도하며 어떻게 자신을 그려야 그럴듯할까 고민스러운 날이 하루 이틀 아니었으니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낙심천만일 뿐이었다. 며칠 전이다. ‘주님 못난이 왔습니다.’ 못난이가 죄인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아니지만 불현듯 그래 난 못난이다. 못나게 살았으며 지독히도 못나게 제 할 일을 다 못하고 인생을 마감해야 할 그야말로 못난 인생이다. 청소년 시절 선생님에게서 들은 이야기겠지만 벼처럼 익어서 머리를 숙이게 된 그런 성숙함이 아니라 도저히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쪼그라진 내 인생이 부끄럽고 못나서 못난이다.
왜 그 많은 기회의 날에 못나게 살지 않도록 재기 재활의 땀을 흘리지 않고 부랑하였으며 자고하고 불충성하며 게을렀을까. 왜 좀 더 멋있게 살려 자신을 다듬는 일에 열심을 다 하지 못했을까. 어쩜 수많은 사람들이 뜻을 이루고 이름도 날리고 가문을 높일 때 나는 남편도 아비도 자식으로서도 나라의 시민으로서도 교회의 목사로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모습을 갖지 못했을까. 참으로 못난이다. 이는 내 부인할 수 없는 자화상이다. ‘주님, 못난이 왔습니다.’ 오늘도 앞 못보는 소경 바디매오 같이 ‘주여 나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라고 가슴을 친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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