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1.
 바뀌는 것과 안 바뀌는 것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9.02.17. 21:27:42   글쓴이IP: 125.134.190.152
매일 같이 거울로 확실하게 보는 것도 아니고 그만한 겨를도 없이 지내다 어느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의 반대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것과 같다. 평소 잊고 있었던 훤하게 드러난 뒷모습을 보고는 누구지 하고 낮설어 하거나 놀란다. 순식간에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그제야 확인한다. 그사이 한바퀴(환갑) 돌아 왔으니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천지가 개벽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으니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뀔만한 시간이 지났으니 그리고도 남았다. 그사이 지도도 바뀌고 주변 환경도 엄청 변했다. 어느새 이렇게 바뀌었나 모르고 있었을 뿐 주변이 참 많이 달라졌다. 예로 몇 가지를 들어보자. 내 소년시절에는 바나나라는 열대과일은 83명 한반 친구들 중에서도 한두명 부잣집 친구들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나마 소풍이라도 나서야 구경만 했을 뿐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여 나라와 나라 사이의 왕래가 쉬워지고 무역이 발달하고 덩달아 우리네 살림이 나아지면서 제일 싸고 손쉬운 국민과일이 되었다. 북한에는 남쪽에서는 흔하디흔한 밀감이 그렇게 비싸다더니 우리에게도 그만한 세월이 오래지 않은 옛날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가스레인지를 혼수감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도시가스는 언감생심, LNG가스는 비용이 엄두가 안 나 아내가 가져온 혼수 레인지를 한동안 집 한켠에 모셔만 두었었다. 심지어 선친은 노발대발 그걸 썼다가는 집구석 다 망한다고 난리를 치셨다. 그러더니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곧 익숙하게 라면도 끓이시고 물을 끓이기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이전에 비해 먹을 게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왕사탕 이야기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던 무렵쯤으로 기억한다. 1원인지 아님 50전인지 아님 거금 5원 정도 했는지 모르겠다. 어렵사리 엄마에게 동전을 한 푼 얻어 구멍가게에 매달려 있던 것을 고객이라고 자신 있게 사서는 한번 물면 몇 시간은 족히 빨았다. 지금 같으면 먹지도 못할 불량과자였을 것이다. 종이 단물과자도 마찬가지다. 종이에 각종 색깔의 설탕(?)가루를 발라 그것을 빨았다. 어린 시절의 화려한 기억이지만 이제는 생활수준에 큰 구애 없이 냉장고에 먹을 것이 쌓여있다. 나만 해도 도시에서 자라 산에서 땔감 주어보지는 않았지만 또래의 시골 출신들은 산에서 땔감 줒어 밥도 하고 방도 데웠다. 우리 모두가 땔나무, 연탄, 석유, 가스, 도시가스, 전기라는 격동의 변화를 한 세대 안에 겪었다. 내 대학 때만 해도 태양열을 이용하는 선교사 주택은 먼 나라의 공상과학 같았으나 지금은 온 국토가 태양열 태양전기로 난리다. TV, 냉장고, 에어컨, PC등의 변화를 일일이 열거 할 수 없다. 재밌기는 하지만 변화의 양이 너무 많다. 얼마 전 서울의 거리를 걷다 주위에 얼마나 높은 빌딩들이 많이 들어서는지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으며 지금은 어떻게 살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너무 유치한 의문이었으나 궁금함이 있던 만큼 쉽게 풀렸다. 바뀐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허름한 판잣집 안에서 책상 놓고 전화 받고 타자기 두드리던 것이 PC 다루는 것 외에 거의 그대로다. 다만 건물이 굉장하고 넓게 쓰고 사무용품들이 그럴싸한 것만 다르다. 시간이 흘러 엄청 바뀐 것 같으나 실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더 정확히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사람 사는 동네라는 것과 밥먹고, 오줌누고 똥사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여자가 애낳고, 직장가서 돈 벌어 먹고사는 것은 그대로다. 외양이 많이 바뀐 탓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난 사실 본질에 관심이 많은 스타일이다. 그 같은 성벽 탓에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바뀐 것 같으나 실은 인간의 근본에 전혀 영향을 미치는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본질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난 형제가 여섯이다. 물론 어린 시절이었지만 엄마 아버지 포함하여 8식구가 한방에 먹고 자고 살았다. 지금 같이 아들 딸 한 방 차지 한다고 효자 효녀 나는 것도 더 행복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전과 비할 바 없이 이상한 짓이 난무하다. 무엇이 본질이며 무엇이 변수에 불과한 것임을 아는 지혜가 절실한 세상이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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