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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가는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이다. 정확히 읍내에서 4km(십리) 정도 떨어진 성사면 매전마을이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처음(기억으로는)으로 가 보았던 어머니 본가 이야기다. 외할머니와 외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내 마음을 감동 시켜서 였을까 이후로는 나이에 비해 왕래하기 먼 거리였지만 제법 자주 들렀다. 자식들 중 유독 고생하는 어머니 때문이었으리라 할머니의 외손주 사랑이 각별했고, 새롭게 사귀기 시작한 시골외가 내 또래의 동생들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었다. 그 외가와 몇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이모의 시댁이 있고 그 댁에도 할머니 친구인 사돈 할머니가 계셨다. 신앙생활을 갓 시작한 나에게 그 시골 깊은 곳에 계시는 그 할머니가 교회권사라는 말을 들었다. 여간 신기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교회로부터 멀리 있는 곳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계속 하실 수 있었을까? 아주 어질고 고운 모습의 그 할머니에게 은근히 관심이 갔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던 것이 그 후로 난 바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문이 들렸다.
최근 어머니의 노환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지난 육십 수 년 동안 들어보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을 듣는다. 청력이 형편없는 어머니랑 대화도 거의 되지 않지만 그냥 당신이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느 날 몇 번이고 ‘그 먼 거리를 엄마 손을 잡고 교회를 갔다.’ 했다. 사실 어머니는 나를 얻기 전에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는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어머니는 언제나 밥솥에 십자가를 긋고서야 밥을 떠는 것도 유의 깊게 보며 자랐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사돈 할머니가 권사라는 말도 그 여러 기억속의 한 토막이었다. 다만 주위에 별로 신앙의 사람이 보이지 않아 흘러 보내었던 것 같다. 그 많은 세월이 흘러 초보 노인이 된 아들과 고령의 어머니 사이에서 뜬금없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럼 ‘엄마, 어릴 적 교회 다녔던가?’ 하니 ‘그렇다.’ 하셨다. 얼른 한국교회사를 뒤져 보았다. 엄마 어린 시절 일제강점기 하에서 경남지역 선교사들이 대단히 맹렬히 복음을 전했고, 교회를 세우고, 주일학교 운동을 열심히 한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남지는 작은 읍이지만 지금도 꽤 유명한 교회가 있어 심지어 부산에서 그곳까지 왕래하며 신앙생활을 지켜가는 이가 있다. 거기서 이미 거의 100년 전에 신령한 운동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리고 나와 나의 형제자매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제법 돈독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우리의 탁월한 선택이요 아님 우리들의 잘난 모습인줄 알았다. 우리가 지혜로와 일찍 기독교 신앙에 눈을 떴던 것이 아니었던가 했다. 그러나 웬걸 무려 100년 전에 파란 눈의 선교사님들이 태평양을 건너 이 땅에 와서 그것도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없었던 유대땅의 변방 갈릴리 같은 주목 받지 못하는 곳에서 복음을 전했고, 교회를 세웠고, 가족의 냉대와 배척과 반복 속에서도 그 먼 길을 걸어 다니며 심지어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며 신앙생활을 이어왔던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경륜과 섭리와 계획은 도저히 인간의 이성으로 쉬 이해되지 않는 곳까지 뻗쳐 그 복음을 듣고 심령이 돌아오고, 그 자손들 가운데 여러 목사, 장로, 권사가 배출되기도 한다. 어디 그것이 지역만의 문제일까, 사람만일까, 국가만일까 지금도 세상이 다 헤아리지 못하는 오묘함에 끌려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본다. 사람의 평가, 사람의 가치와 달리 하나님은 구원 받을만한 영혼을 찾아 움직이시는 것 같다. 어머니는 나를 갖기 20년도 더 전부터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십리길을 걸어 교회생활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가 창녕 남지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 고향 창녕 남지를 유달리 좋아 한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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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남지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