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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래된 기억이다. 내 기억으론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무렵 처음으로 시골 어머니 본가를 갔었다. 워낙 어머니가 고생스러운 날을 사느라 내 나이 13살이 되도록 가까운 곳에 계시던 외삼촌네는 왕래했으나 정작 어머니 고향집에는 갈 기회가 없었다. 외삼촌이며, 이모며 모두 보통 이상으로 넉넉한 편에 비해 유독 어머니만 고생스럽게 살았다. 어머니 세대에 외삼촌들은 일본유학이며 대학을 졸업하여 고위직에 계셨던 반면 우린 그때도 아버지의 난동으로 꽤 고달팠다. 내가 방문하여 찾아뵌 할머니는 그렇게 나를 불쌍해 하셨다. 외가의 친척들은 여구일출 ‘야가 그렇게 운다던 아가?’하였다. 나도 내가 유년시절 그렇게 울보였던 것을 그렇게 알았다. 그냥 ‘아 나는 울보였었구나’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결혼을 하고 초보아빠일 때만 해도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지내다 나이 40이 넘어서야 풀렸다. 아기들은 불편하지 않으면 울지 않는다. 제가 배부르고 편하면 방실방실 웃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다 배가 고프다든지 오줌, 똥을 싸서 범벅이 되어 불편한데도 갈아주지 않는다든지, 어딜 다쳤다든지 하면 왕! 하고 운다. 아버지가 보통이상 힘든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 어린 나의 아기시절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 했을까를 깨달고서 진짜 마음이 아팠다. 내가 91세의 어머니께 마지막사랑을 쏟고 싶은 것도 그래서다. 젊은 날 어머니는 내가 불편한 것을 얼마나 아파했을까 싶었다. 이 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훌륭하지 않는 분이 있을까마는 나의 어머니는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훌륭한 일생을 사신 분이다. 중학교 시절 집에서 몇 걸음 되지 않는 곳에 약국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시험 준비를 하는 어느 밤늦은 시간에 약국에 타이밍(잠 안 오게 하는 약)을 사러 갔더니, 약사 아저씨 왈 ‘너희 집 아이들은 이 동네 아이 안 같다. 너거 어머니 진짜 훌륭한 분이다 잘해라이’ 하셨다. 어린 내 가슴이 뭉클했었다. 나도 자라며 우리 엄마는 참 훌륭한 분이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그 어머니가 지난 주간 병원을 다녀온 후 병원 전 보다 약간 모든 기능이 떨어져 보인다. 동작이며 보행, 기억에서부터 인지, 판단 모든 게 가까이 있는 내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만큼 이전보다 약해졌다. 꼭 어느 날 어머니가 70대 후반 토요일 교회 청소를 돕지 않기 시작할 때 같고, 더 이상 교회 부엌에서 일을 하지 않을 때와 같이 묘한 기분이다. 내가 세끼를 다 챙겨 드려도, 말로만 ‘내가 빨리 힘을 내야지’ 할 뿐 애써 당신이 하려고도 극구 말리지도 않는다. 더 일어나 걷지도 못하고 교회도 못나오는 때가 오지 않을까 덜컥 두려움이 밀려왔다.
난 정말 엄마를 좋아했다. 대학까지의 학창시절에는 엄마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며 버스 뒤편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도 감상이었을 뿐 제대로 아들 노릇 못했다. 엄마에게 나는 고생하는 목회자였으며 언제나 염려스러운 아들이었다. 며칠 전 -서울의 다니는 체육관이 은행지하에 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다 청소 아주머니가 창을 닦는 모습을 보고 ‘수고 하시네요’ 하고 인사하니 초로의 고객이 정중히 인사하는 것이 좋았던지 무척 밝은 얼굴을 보다가 평생 잊지 말아야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우리 어머니도 우리들의 극성으로 대신동 골목시장에서의 장사를 접고서 정작 무일푼이었을 때 은행청소부 생활을 여러 해 했다. 서울에 있는 아들들은 명문대학에서 석사, 박사과정 공부 할 때 어머니는 은행바닥을 닦고, 휴지통을 비웠다. 우리가 찾아가면 마땅히 있을 곳도 없는 청소아줌마들의 이상한 공간에서 소개하며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다. 이렇게 나는 평생 한결같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아들로서 참 악하다. 죽도록 갚아도 못다 갚을 사랑에 빚지고 살았으나 여전히 걱정만 끼친다. 우리 엄마 얼마나 내 곁에 더 머무를 수 있을까? 그 애절한 기도소리 언제까지나 들을 수 있을까. 괜스레 어머니 사랑에 눈물이 주르르 흐러더니 통곡을 한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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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기억
현 정권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