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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10년은 더 사신 어떤 목사님은 운전하는 것이 참 즐겁다 했다. 강원도 어디 떨어져 계셨지만 언제나 자가운전을 해서 서울 회의에 참석하며 내가 힘들지 않으시냐 물으면 매번 그렇게 대답했다. 체력이 좋아서인지 사람이 좋아서인지 그의 대답은 일관되었다. 그러나 나는 운전을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 하지는 전혀 않는다. 어떤 이는 승용차 키를 좀체 남에게 건네지 않는다 하더니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차를 아끼지도 운전을 즐기지도 않아 성큼 키를 내어준다. 아내가 승용차 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좋아하고 그보다 더 걷기를 좋아하여 이도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내가 장기 금식할 때 어두운 고속도로를 그렇게 부지런히 다니며 날 돌보았던 힘이 어디서 났을까, 미처 몰랐던 기억이 새로이 일어나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밀려왔다. 딸아이도 엄마가 고3년 1년 내 승용차로 등교시켰다는 말을 해서 가족들이 같이 아내의 지난 수고를 기억한 적도 있었다. 아무튼 아내도 나도 차도 운전에도 별로다. 여기서 사담(私談)을 한 가지 더하면, 어쩜 나는 기계 혹은 쇠조각에 관심이 심하도록 없는 형(形)이어서 그게 작용한 지도 모르겠다. 나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었다. 진짜 사람을 좋아하고 관심한다. 요즘은 개든 고양이든 꽃이며 나무든 생명 있는 것에는 무엇이든 제법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전혀 몰랐던 내 안의 새로운 발견이다. 아마 이 모두의 근원은 내가 출생과 함께 재래식시장에서 결혼 직전까지 살아온 시장사람인 까닭이 아닌가 싶기더 하다. 당시 시장모습은 오늘 어디에도 없다. 5일장이 서는 구포시장이 제일 가깝지만 당시에는 더 허름하고 인간미 넘쳤다. 학교 다녀오면 우리 가게 앞 노점을 하시던 할머니가 여름이면 찬 단술 겨울이면 따끈한 단술을 권했다. ‘훈아, 배고프제 단술 마셔라’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어느 날은 내가 좋아한다고 꿀떡도 권하셨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얻어먹고서 ‘엄마는 어디 갔을까’ 두리번거리며 기다렸다. 그 할머니의 딸의 사위 내외가 아직 그 시장에서 떡장사를 한다. 두어달 전 일부러 고향동네를 들러 어머니께 ‘대신동 다녀왔다’ 며 떡을 내어 놓았다.
진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가족들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의외로 소음이다. 자동차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처음 승용차도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 소음을 피하려 구입했다. 최근 다시 운전을 해야 자꾸 갈등이 된다. 버스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은데 뒤늦게 복병을 만났다. 사방이 너무 시끄러워 적응이 어렵다. 웅성웅성 와글와글은 그나마 괜찮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통화는 자기가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본인은 모르는 것 같다. 아예 생중계를 한다. 도저히 더 곁에 있을 수가 없어 자리를 옮기면 ‘야시(여우)를 피했더니 범을 만난’ 격으로 더 떠드는 사람이 곧 타거나 통화를 시작하여 한숨을 쉬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금주는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봉변을 당했다. 서울 숙소로 가는 길이 한참 남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앉아 있는데 허름한 형색의 70대초(제 놈이 떠들어 안다) 한 키 작은 노인이 이른 아침임에도 들어서자 말자 옆의 노인에게 몇 살이냐 건강이 어떠냐 등 큰 소리로 말을 걸더니, 재미가 없던지 꿈적도 하지 않는 내게 말을 건다. 한 마디 대꾸도 않는 내가 거슬렸던지 이젠 막무가내로 시비를 걸어온다. ‘나이도 제법 먹어 보이는데 인간이 그러면 안 된다’니 ‘짐승만 못하다’니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등등 도를 넘은 시비가 계속 되었다. 생각 같으면 어디 끌고 가 패주고 싶었으나 그야말로 생각만 이었다. 주변도 이 희한한 장면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곤 결국 그 아까운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그 양반의 소란은 영문도 모르고 새로 탄 한 청년이 앉아 빈자리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면서 계속 되었다. 핸드폰소리, 큰 목소리의 대화, 여자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수다, 학생들의 막무가내 장난에 마음이 많이 지친다. 어제는 특수학교 학생 같은 두 아이가 울고 싶도록 힘들게 했다.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이 딱하다는 듯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와!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왜 이렇게 주변의 소음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나도 잘 모른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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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어 하는 것
현 정권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