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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감과 함께 참 신통치 못한 사람인 것이 깨달아졌다. 어떤 이들은 남들의 자기를 향해 탓하거나 지적해 주면 꽤 언찮아 하나 난 무슨 철이 들었던지 혹 나의 성격이 어떠하다든지 내가 뭐 어떻다 하면 그렇게 고맙게 들렸다. 애써 거울을 보고 자신의 맵시를 고치고 어렵게 공부를 하고 세상을 배워가는 것도 결국 자기를 채워가고 고쳐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찍 들었다.
역시나 무척 오래된 이야기다. 서울에서 대학생 담당 부목사로 있다 부산의 한 교회로부터 담임으로 청빙을 받아 내려온 이후 자주 책을 팔기 위해 방문하는 책장수 장로님이 있었다. 그분과는 30년 넘은 지금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분은 무엇이 그리 미안한지 볼 때마다 어렵게어렵게 카탈로그를 꺼내서 책을 소개하였다. 늘 비슷한 장면을 대해야 했던 내가 어느 날 그 장로님을 향해 ‘나는 책 소개하러 오시는 장로님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잖아요’ 했다. 그랬더니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며 이후로는 훨씬 마음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난 지금도 그렇다. 광고는 마케팅 수단이자 자기들의 생존수단 이지만 내게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여 꽤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광고가 사실과 달리 너무 과장 되거나 속일 때는 믿고 고맙게 생각하는 만큼 엄청 배신을 느낀다. 굉장히 분노한다. 요즈음은 세상이 좋아져서 안방에서 TV보며 장을 본다. 홈쇼핑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다. 많은 잘 생기고 말 잘하는 쇼호스트들이 이를 위해 활약한다. 안 사고 못 견디도록 구매를 부추긴다. 본인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기 이익을 위해 팔아먹을 궁리만 하지 말고 그 상품을 팔아 주고 가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비자에게 더 정직하고 유익한 정보를 주면 좋을텐데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고 멀쩡하게 생긴 놈들이 옳은 상거래는 안 배우고 도둑O 도둑O이 되어 TV에 나와 속이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많이 불편하다. 늘 마음에 욕이 지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말이 덜 유창하고 어리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비현실적일지 모르겠으나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그 호스트 바꿔라고 일러 주고 싶을 때가 많다. 이렇게 나에게는 유별나게 과민한 부분이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천성이 착하거나 정직한 사람이어서 라기 보다 오랜 신앙생활이 몸에 배어서이지 않은가 싶다. 목사가 설교를 거짓의 방편으로 사용할리는 없다. (그리고 보니 꼭 맞는 말인지 한 번 더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적잖은 목사들이 자기를 방어하고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스스로도 모르게 속이든지 알고 속이든지 속이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도 못할 것 같은 망할 놈의 세상이 되었다.)
예수 믿으면 새사람이다. 고후5:17 그런즉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했다. 아무리 별나게 해석해도 이를 영의 변화만으로 제한하면 심각한 왜곡이다. 먼저는 영의 변화가 맞을 것이나 일반적으로 그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 영의 사람은 동일한 새로움으로 새롭게 살아야 옳지 아니하겠는가 싶다. 그래야 내 영의 변화를 미처 감지하지 못한 세상이 내 삶, 내 말과 행동거지를 보고 내안에 일어났던 영의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영이 변하고 혼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말과 행동 심지어 씀씀이가 변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자신의 변화는 내 몰라라 하고 타인의 변화만을 강요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로운’은 내 아들의 이름이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장가도 가기 전 아들이면 이렇게 지어야지 하고 지어놓은 이름이다. 애초에는 ‘홍익’이라고 하고 싶었으나 한자 없이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다. 내 젊은 날 웃으며 이를 들은 친한 친구가 ‘니 철학을 그대로 옮겨 놓았구만’ 했다. 그리스도인은 그 이름만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 닮기를 포기하면 곤란한 그리스도인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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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운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