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3.

3월 마지막 날 오후의 묵상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4.04.04. 23:38:12 글쓴이IP: 61.103.137.60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가느 3월 마지막 날 오후 문득 내 영혼이 기름지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늘 고민하는 생각이었으니 문득이라고 할 것도 없다. 어찌하여 목사라는 사람의 영혼이 이렇게도 메마르고 건조할까? 목사의 영혼이 이렇게 팍팍해서야 어찌 영혼을 섬기며 교회를 돌아보고 조용히 깊이 기도에 몰두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한 일이로다'하며 마음에 큰 근심이 들었다. 어찌할까 어찌하면 내 영혼이 부요하고 기름지고 풍요하여 기도를 위하여 눈만 감아도 오직 나와 하나님만 머무는 세계로 빠져 들어가고 성도들을 사랑하여 불철주야로 저들에 깨어 있을 수 있을까? 양보할 수 없도록 심각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 이렇게 말아야 겠다'는 것이 있었고 '그래 이렇게 하여야 하리라'는 긍정적이 것도 떠올랐다. 이는 내가 진심을 하는 고민의 하나이다. 만일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아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하다 하다 보니 김기동 목사님과 나누었던 대화 한마디도 떠올랐다. 그 많은 책을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했던 내가 무척 조심스럽게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쓰십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뭐라고 하셨겠는가?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무도 상식적인 대답에 또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그래서 종일 뼈가 마르도록 고민을 하다 경쾌하게 '이게 결론이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지 않겠는가! 다른 이들이야 자기 일이 아니니 모르겠지만 난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내가 진정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성도들에게 따뜻한 목사가 되어야지' '되었다' '그렇게 하면 되겠다. 그렇게 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휘감아 돌았다. 그리하여 겨우 평안을 되찾았을 때 생각은 또 이어졌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되 어떻게 어떻게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곧 그게 아닌가? 그렇게 가까이 있는 말씀이 결론이어서 실망이라도 해야 할까? 실컷 고생하며 얻은 결론이 그 쉬운 말씀이라니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어린아이 같이 마음을 정리해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