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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벌써 노망이 들었나 싶을 때가 있다. 어느 분이 나를 보고 영리한 사람이라고 하셨지만 그 말로 그날 기분 정말 나빴다. 나는 전혀 영리한 사람이 아니다. 아주 곧은 사람이라고 보면 맞다. 옳다 생각하면 기어코 그대로 해야 하고 그것도 먼저 실천해야 양심에 덜 부담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불의를 보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을 다짐한다. 그 외 사람이 하는 실수나 한계는 보통의 사람 그대로다. 참 절제하지 못하고 인내하지 못하는 약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산다.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같은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난 신학이 정말 하고 싶어 신학교를 선택했다. 다른 몇 가지 철학, 문학, 엄마를 위한다는 생각에 경영학도 잠깐 생각했지만 잠깐이었을 뿐이다. 전혀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50대 중반에야 내가 신학으로 밥 먹고 살았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라고 감사했다. 말없이 챙겨주는 아내가 아니었으면 그야말로 백년서생으로 지독히 궁핍하게 살 뻔하였다. 그도 과장이 아닌 것이, 평생 회계장부 본적이 없고 사례 한번 만져 보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내년이면 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닐 나이가 되어서야 부자에 대하여 가난한 자에 대하여 묵상을 계속하고 성경의 입장을 고찰하고 내 남은 날을 헤아려본다. 노망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다.
정말 넉넉하게 자랐지만 검소하기만 한 아내와 함께 평생 검소하게 살았다. 언제 한번 마음껏 돈을 만져 보지도 써 보지도 못했다. 제대를 하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직장을 다니던 동생이 입을 옷이 마땅치 않은 오빠에게 좋은 브랜드 매장에서 바지를 사주었다. 그리고는 평생 정품 매장 구경도 하지 않고 살았다. 돈 자체를 생각지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내 남은 날 어떻게 주를 위해 살 수 있을까만 마지막 화두로 남아 있다. 최근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천만다행이었던 것이 내가 부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경 66권 어느 한 구석도 가진 자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다. 말미에 숨통이 튀이기는 하지만 누가복음에서는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고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하고 너 부한 자여라고 질책과 저주를 퍼붓는다. 요한계시록은 스스로 부자다 생각하는 자를 보고 실상은 가난한 자다고 궁박 한다. 반면 마태의 너 심령이 가난한 자가 누가에서는 아예 가난한 자로 바뀌어 버린다. 그들에게는 천국이 약속된다. 이렇게 성경은 혹 부자가 마침내 개가선천하여 은혜를 입는 경우는 있어도 부 자체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아주 인색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들 대부분은 여전히 투자에 투기에 취리하는 일이 습관화 되어있다. 왜 부유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개념이 서 있지도 않은 채 부유하려 하고 마침내 여유 있는 위치에 오르면 거의 어김없이 갑질을 한다. 주와 주의 나라를 위하여 쓸 생각보다는 짧고 짧은 인생 편하게 호의호식하고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수단으로 삼는다.
모두가 어렵고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어쩌다 집이라고 코딱지만 한 집이 있어 그래도 그 시절에도 내 방이 있어 독방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시절이 부자였다. 최근 오랜 추억을 따라 옛집을 찾아 본 적이 있다. 집을 떠나 이사를 한 지가 40년 가까이 되었으나 선친이 지은 그대로였다. 기어이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가게가 잠겨 있었다. 어릴 적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공놀이도 하던 골목이 그렇게 작은 곳이었던가 싶었다. 거기서 여름에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등물도 치고 밤에는 공부하다 나와 별이 총총한 하늘을 쳐다봤다. 그 별이 쏟아지던 하늘이 이제는 없어졌다. 부자와는 인연이 없는 목사로서의 한 생을 멋모르고 살았다. 그리고도 나는 재래식 시장에서 자란 사람답게 여전히 가난한 사람에 대하여 생각한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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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가난한자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