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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청년이었지만 겁 없이 살았다. 모두들 가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유독 나만 어렵고 힘들다 생각지도 않았다. 젊었고 패기가 있었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열정이 있었다. 고단하게 살았지만 심각하지도 깊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청년시절까지를 보냈다.
결혼 후 부모님의 작은 아파트 중간 방을 신혼처로 삼고 살다 그나마 떠나야 했을 때, 졸업을 앞둔 학교 근처 그 가난한 동네 암남동에도, 교회 이웃의 그 허접한 곳에도 내가 살 곳이 없었다. 겨우 교회 근처 하숙집 삯월셋세방을 얻어 한 달이나 살았을까, 목사님께 불려가 혼이 났다. 누구 목회 망치려 하느냐. 장로님들이나 교인들이 목사가 전도사를 얼마나 홀대 하느냐 하지 않겠냐며 사랑으로 나무라시곤 이웃에 있는 성도네 2층 크고 깨끗한 방을 마련해 주셨다. 그래도 약간은 심리적 동요가 있었을 텐데 유아교육을 전공한 덕에 교회선교원 원감을 맡은 철없는 어린 아내는 불평 한마디 않고 따라왔다. 영도 입구라 자갈치며 남포동이 가까운 그곳에 살며 근처 재래식 시장에 나가 쌀이며 야채를 샀던 기억이 난다. 자주 시내로 나와 걷기도 하고 외식도 하며 가난한 전도사의 젊은 날을 그렇게 보냈다.
돈에 대하여 처음 아쉬움을 느낀 것은 아마도 그때가 장인어른 회갑이 아니었든가 싶다. 없는 중에도 앞서 내기를 좋아하던 난 셋째 사위이기도 하고 손위 동서 둘이 워낙 여유 있고 난 상대적으로 가난한 부목사여서 한 푼도 낼 수 없었다. 그 무렵 손아래 처남에게 궁색한 편지를 썼다. 대강의 요지는 이랬다. ‘난 돈이 없다. 그러나 목사가 돈이 많은 것이 부끄럽지,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제대로 돈이 없는 것을 실감한 것은 예술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딸아이가 - 그 아이들 대부분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 음악 선진국 유학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아빠의 형편을 눈치 채고는 말 한마디 없이 지냈다. 난 도대체 아이 유학 보낼 형편이 못되었다. 처음으로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돈 때문에 느끼는 처음의 자괴감이었다. 지금은 그 아이가 교사로 제 역할을 하도록 잘 자라준 것이 너무 고맙다.
며칠 전 서울에서 내려오다 노신사분과 할머니 두 분이 옆자리에 앉았다. 첫눈에도 눈에 뜨게 품위가 있어 보이는 연만한 분들이었다. 어찌나 여유가 있어 보이는지 자칫 밉게 볼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보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좀 여유 있게 노년을 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똑똑한 채 하면서도 실은 바보처럼 살았다. 아예 돈을 몰랐다. 누가 의구심으로 그럴 리가 하고 묻겠지만 진짜 내 속마음은 돈에 대하여서 만큼은 관심이 없었다. 머릿속 한쪽에는 신령한 은혜를 사모했고 할 수만 있으면 선교하는 마지막 삶을 꿈꾸고 주의 복음을 위해 베푸는 삶이어야 한다 생각하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더하다.
그나마 젊은 날에는 목회에 대한 꿈이 있어 도시를 떠날 생각을 못해 보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다 포기하고 산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 좋지 않은 환경에 까다로운 사람이 적응할까 싶기도 하지만 난 살도록 만들어 놓고 사는 편이라 진짜 성경을 원도 없이 많이 읽고 주님을 그리며 미처 쓰지 못한 글도 마저 쓰고 내 삶을 정리하고 싶다. 장성한 아이들이 알아서 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든지 아니면 내 힘으로라도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맑은 공기에 주님을 가까이 하려 한다. 남은 생애 이제 와서 돈에 미련을 가져 뭣 할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주님을 그리며 살고프다. 매일 새벽 비슷한 꿈을 확인하고 확인한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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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느 때는 좀 넉넉했으면 싶을 때가 있다
깡으로 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