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민낯의 아름다움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8.08.19. 17:09:08 글쓴이IP: 125.134.188.222

글을 쓰는 의도와 전혀 다른 오랜 기억이 먼저 떠올라 글 쓰려는 이를 웃긴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혹 의도하지 않은 욕이라도 얻어먹을까 자기 방어기제가 소리 소문 없이 작동한 것 같다. 나는 나이 들었지만 여자들이 화장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 4학년 초 졸업여행의 기억이다. 장차 목사가 되려는 신학생들도 어린아이들 같이 졸업여행을 하였다. 같은 부산 출신으로 당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몇 명이 엄청 신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고 같이 다녔다. 그 중에는 부산의 명문 여고 출신의 여학생도 한명 있었다. 동향에 동갑이고 학교도 교회도 서로 가까이 있어 마음까지 가까웠던 친구였다.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낄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시절 여느 청년들 같이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사이여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연인같이 보였을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남편이 된 목사님은 또 서울 Y대학 출신이어서 이래저래 친구가 되었고 여태까지도 그들 내외를 만나면 반갑게 회포를 나눈다. 그 목사님은 항상 나를 보고 ‘마누라 동기’라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친구라고 언제까지 가깝게 만 지낼 수 없지 않은가. 그 여학생 친구는 4학년이 되기 전 결혼할 대상을 만나 교제를 시작한 모양이었고 자연히 나와는 대화가 좀 뜸하였었다. 그러다 졸업여행이라 하여 아무 자리나 찾아 않았더니 그 친구가 다가오며 ‘야, 머슴아야 앉아도 되제?’ 하며 앉았다. 그렇게 다시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다, 그 친구가 무슨 말 끝에 1년 더 전에 그 친구에게 했던 나의 말을 상기시켜 주었다. “야, 머슴아야 나 니가 작년 화장해라 했던 날부터 화장 했다.”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기억을 같이 떠올렸다. 그 친구는 자기 어머니께 동급생인 남자 친구 의 싱거운 이야기를 해 드리곤 그렇게 화장을 시작하였다 했다. 이야기인즉 나는 화장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 청소년 시절엔 중고등학생들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 앞의 사례에서처럼 대학 가서도 몇 년 지나서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여고생들부터 기초화장을 슬며시 시작하더니 요즘은 중학생 심지어 성숙한 초딩까지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교육계의 어른들이 나서서 한국사회 문화변혁의 물꼬를 틀어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고루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 하겠지만 난 오래 전부터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60대 중반의 초보 할아버지 눈에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화장은 솜씨며 꼴이 완전 괴물 수준이다. 차라리 민낯이면 훨씬 예쁠 아이들이 괴물 같은 화장으로 얼굴을 망치고 있어 안타깝다. 그 옛날 대학 3학년 때 동료 여학생에게 ‘아무개야 화장해라’ 딱 그 말만 했던 것과 달리 ‘애들아 제발 화장 좀 제대로 하라’고 귀띔 해주고 싶다. 살짝 기초화장만하더니 심지어 등굣길에도 그 이른 시간에 누구에게 보이려는지 쥐라도 잡아먹은 고양이 입처럼 벌겋게 하고 있다. 아직 채 화장에 익숙하지 못해서 이겠지.... 곱고 화사하기는커녕 덕지덕지 찍어 바른 것이 완전 괴물상인 것을 아무도 지적해줄 가족이 없는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서로 챙겨줄 언니 동생이 어렵지 않은가. 내 어린 시절 같으면 언니가 머리라도 지어 박으며 가르쳐주든 타이르든 뭐든 했을 것이다. 우린 다 그렇게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보니 괴물 아이들의 모습도 난데없는 이 시대의 엉뚱한 불상사인 셈이다. 이렇게 화장에 열중하고 성형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왜일까? 토크쇼에 나오는 패널리스트며 아나운서들도 완전 아니다. 왜 그렇게 떡칠을 해야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일전 CNN의 뚱보 기상캐스터 라든지 리카르도 IMF총재의 화장기 없는 은발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겉모양에 길들여지고 자기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당당하지 못한지 많이 유감이다. 화장품 회사만 좋은 일 시킨다. 그래서 한국화장품이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적 유명상품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이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