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구분하는 방식이 여럿이다. 남여의 성이 달라 남자와 여자로 분리하고 지역별로도 내 나라 네 나라가 다르고 그 다름이 엄격하다. 착한 사람 선한 사람 좋은 사람 유익한 사람 같이 긍정적으로 구분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은 미운 사람 나쁜 사람 악한 사람도 있다. 인종차별을 불러오는 피부색도 중요한 나눔의 기준이나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다. 누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누구는 노예 신분의 흑인으로 누구는 많은 종들을 거느리며 귀한 신분대접을 받고 산다. 이에는 나이도 신체 조건도 상관없다. 무엇이 그렇게 구분했는지 모를 일이다.
오랜 신앙생활 탓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신앙의 유무로 사람을 구분하는 묘한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어 요즘은 재래식시장에 나갈 기회가 많이 없지만, 시장 통에서 성경을 보든지 성경이 놓여 있는 상인을 보면 반색하다 못해 잠시라도 행복해진다. 같이 신앙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그런 때는 값을 많이 치러도 상관없다. 벌어서 십일조 하겠지 라며 안 해도 괜찮은 남 십일조까지 상상한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지만 내 눈에는 확연한 구분이 있다. 믿음의 길과 불신의 길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의 믿음을 유린하고 넘어 뜨려 믿음의 길에서 탈락하도록 부추긴다. 선행도 피부색도 인격도 다른 무엇도 기준이 아니다. 오직 믿음과 믿음 없는 것만이 유효한 경계다. 어떻게 해서든지 믿음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 원수가 갖는 유일한 관심이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 당시의 모습들이 이해가 된다. 며칠 전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최근 개념이 더 명확해져서이다. 왜 바리새인들이 서기관들이 사두개인들과 열심당원들이 예수님의 지지를 받지 못했을까? 왜 그들은 구원자이신 예수로부터 욕을 대박으로 들었을까? 하나님의 뜻에 엄청 어긋나 있는 것을 알려하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고 도리어 깽판을 놓았기 때문이다. 바리새인들은 자기 의가 있어야 구원을 얻을 줄 오해하고 죽도록 율법을 강화했다. 굉장히 세상과 구별되게 살았다. 오직 의롭다 함을 받기 위해 육체의 겉모양만이라도 극진한 관심을 기우렸다. 사두개인들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도 영도 부활도 천사도 부인하면서 사회적 지위와 부를 배경으로 세상 자랑을 일삼고 자기만족을 찾으며 살았다. 알고 보면 나무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값을 요구하지 않고 은혜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와는 멀었다. 서기관들은 종교지도자 군이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얼마나 하나님을 잘 섬기려 했는지는 성경필사에 임하는 자세를 들여다보면 드러난다.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은 지금도 그렇게 산다. 그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예법이라 생각한다. 자기 열심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열심당원들이다. 이 역시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민족주의를 강조하여 굉장히 애국 애족적이라 세상의 칭송을 받지만 하나님의 의도에 대적하는 점에서는 위 세 부류와 다를 바 없다. 모두 아직 예수 믿고 구원받는 길을 거부했다. 뭔가 더 필요했다.
세상을 살며 어느 덧 하나님이 예비하신 생명의 길과 마침내는 멸망 할 수밖에 없는 넓고 큰 길을 가는 것을 구분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때로는 내가 너무 좁은 길을 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여태 달려온 길 더 세차게 가아 한다. 마침내 주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믿음의 정절에 변함없이 내 갈 길을 가야 한다. 믿음으로 산다는 사람들조차 별로 그렇지 않은 것도 개의치 않는다. 공부 잘 하는 사람 있고 못하는 사람 있듯이 누구는 믿음생활 잘 하고 누구는 못하기도 할 것이다. 겉모양만 내고 마음은 온통 세상에 있는 것을 부러워하였더라면 이 길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최후까지 진정한 믿음의 길을 가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간절하다. 내 후손들에게 이 내 안에 믿음을 어찌 전해 줄 수 있는지 심히 고민이 된다.
글. 이동훈 목사 |
|
믿음의 좁은 길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