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곰팡이에게서 배운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8.05.27. 17:31:20 글쓴이IP: 125.134.183.32

내가 동물의 세계를 즐겨보는 것은 시간이 아까운 한 편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배울 것이 많아서다. 종종 시간에 쫓겨 참다가도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TV를 찾아 채널을 돌린다. 동물의 세계에서 끝없이 배우고 있는 것을 이해받고 싶은 심정이다. 그 배움이 어찌 큰지 넓이와 깊이와 폭을 다 측량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늘상 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기는 곤란하지만 심정은 굴뚝같이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기를 되풀이 하고 싶다. 내용인즉 보이는 세상으로부터 끝없이 보이지 않는 신령한 세계를 배운다.
김기동 목사님은 책을 많이 써내신 것으로도 유명하다. 250권 쓰시겠다 는 공언은 벌써 이루어지고 지금은 280권 가깝게 써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신이 친히 써 내려 가신 것도 있고 녹음된 설교나 강의를 녹취하여 편집한 것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또 당신이 다 직접 쓰지 않았다고 하는 이들이 있으나 그런 시비는 미안하게도 공부가 짧아서이다. 원래 녹취도 편집도 편저형식으로 모두 본인의 작품으로 인정한다. 꼭 당신이 직접 써 내려가야 당신의 저작품이라 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현들이 다 그렇다. 석가도 공자도 거의 모든 고대 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관심은 그 많은 저작품들의 중복된 내용이다. 시무언의 저작에 드러나는 많은 말과 글들이 중복된 것을 두고 시기인지 불만인지 시비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분은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종교교육은 반복숙지가 기본이다. 마치 우리가 성경을 끝없이 죽도록 읽으며 되새김질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새김질 하면서 더 오묘한 의미를 느끼고 발견하고 더 깊고 다른 뜻 찾기를 되풀이 하는 것이다. 꼭 탄수화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먹거리들도 계속하여 씹을 때 또 다른 감칠맛이 난다. 신령한 것들의 특징은 물리적이지 않고 물리적이지 않으니 형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경험으로 언표불가 하다. 그러나 그렇지만 않다. 그것은 이 세상에 펼쳐진 무한대의 사례들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세상의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것을 통해 얼마든지 신령한 세계가 유추되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를 잘하시는 목사님들은 적절한 비유에 능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예수님께서는 반복되는 강화속에서 무려 50여 차례나 비유의 말씀들을 하셨다. 비유에 능하다는 것은 실상 비유에 담겨있는 본질에 탁월하다는 것이다. 반면 비유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사물의 겉모양에 현혹되어 볼 것을 보지 못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곰팡이’도 정말 못 말리는 존재다. 곰팡이는 습기와 온도만 적절히 만나면 어디에서라도 안 보이던 것이 생겨난다. 마치 우리 안에 있는 죄의 싹과 같다. 멀쩡하고 폼 나게 옷을 입고 학력과 고상한 인격으로 포장되어 있는 우리네 어디에 숨어 있었던지 적절한 환경이 되면 숨었던 죄가 나타난다. 성선설이니 성악설이 아직도 해결 되지 않은 체 남아 있는 것도 그래서다. 꼭 죄만도 아니다. 인간의 본성은 조건만 맞추면 현실이 된다. 묘하게도 좋은 일에는 별 그렇지 않은데 좋지 않은 일, 악한 일에는 현저하다. 마치 밟으면 터지는 시한폭탄 같다. 하루에도 매 순간순간 자신을 연단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못난 모습이 노출되고 그 모습에 질려하고 괴로워하고 절망한다. 더 못참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 인간의 참 모습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한계가 있으며 부족한 지를 애써 외면하고 묻어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구원자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를 의지하고 그 안에서 길을 찾으나 다른 이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한다. 심령을 강퍅하게 한다.
나이 들어서이지 귀 있는 자는 성경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으라는 말씀이 자꾸 새롭다. 왜 들리는 말씀을 못 들은 채 할까. 자연을 보고 내 영혼의 실체를 본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