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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무엇에 자극이 되었던지 오래 된 기억이 떠올랐다. 5월 가정의 달이라 작고하신 아버지가 이따금 생각났다. 평생 자기 몸을 관리하지 않고 많은 술을 드셨던 선친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하셨다. 지금 내 나이보다도 더 일찍 지팡이에 의지하고 안색도 노화가 역력했었다. 그 무렵 교회를 개척하리라 작정하고는 한 곳에 골몰 할 때 난 여유가 없었고 아버지는 두어 번 위기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임종을 직접 경험해 본 경험이 많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눈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는 ‘아, 이제 세상 떠나시구나’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위기를 보낸 아버지께서 그날은 혼자서 택시를 이용해 병원 외래를 다녀오셨다. 그러나 귀가하신 아버지의 분위기가 심상찮아 형제들에게 연락을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신을 깨우느라 계속 매달려 있었다. ‘여보, 정신 차려요’라며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그런 정황에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초조해하며 어슬렁거리던 내가 번쩍 ‘내가 한번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엎드려 계시는 아버지를 붙들고 ‘정신 차리세요’ 딱 한 마디를 했더니 몇 시간 째 처음으로, 엎드렸던 상체를 일으켜 돌아보시고는 ‘태워도!’ 하셨다. 번개가 치는 순간 같이 빠르게, ‘이게 무슨 말이지? 아! take on(태워도). 꽃가마가 왔구나’ 짧은 몇 문장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라졌다. 그리곤 아버지는 바로 운명하셨다. 이 얘기를 이후 여러 번 교회 앞에 했을 뿐 아니라 장례식에서도 많이 하고 특별히 신앙생활이 시원찮았던 가정들에도 자주 들려주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평안하게 아버지는 구원받았다, 당신은 낙원에 있으리라 확신한다. 몇 번 꿈길에서 본적이 있지만 그는 지금도 내 곁에 계시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만일 그 극적 경험이 없었다면 내가 꽤 심란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애를 먹이고 내 삶의 무거운 멍에였던 아버지가 자주자주 보고 싶고 그 사랑이 그리운 것도 그가 돕는 천사 같이 나를 지켜보고 계심이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자기 마음대로 엉망같이 살았던 당신의 생이었지만 아들 딸 예수 믿는 것 누구보다 좋아 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시고 마침내는 그 아들의 목회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못내 아쉬워하셨던 아버지다. 그런 분이 그 마지막 순간에 목사인 아들에게 자기 영혼을 의지했던 것이 참 신기하고 고맙다.
사실, 난 영어가 신통찮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영어를 떠올릴 형편이 아니다. 오늘 무려 삼십년 만에 take on 이란 단어를 찾아보았다. ‘태우다’ 그날 순식간에 번개 치듯 내 머리를 강타한 아버지가 타려고 하셨던 천국 가마가 다시 5월에 생각이 난다. 값없이 가난한 심령 하나만으로 구원받아 후손들의 위로가 된 표본 같다. 아버지는 그렇게 내 마음 속에 계신다. 종종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5월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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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on(태워도!)
깡으로 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