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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말들이 많다. 시간이 좀 더 있거나 언젠가는 배웠거나 들었거나 했을 감칠맛 나는 말들이다. 방금도 ‘감칠맛’이란 말을 썼다. 감칠맛은 맛은 원래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의 네 가지인데 이중에 들지 않는 묘한 맛으로 일본의 이케다기쿠나 교수가 우마이(맛있다)와 미(맛)를 합성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다. 난 잠시, 혹 홍시감이 워낙 맛있고 옛 사람들은 설탕대신 감미료로 사용 했다는 말이 떠올라 감을 칠해놓은 맛이라는 뜻인가 하고 완전 공상소설을 쓰고 있었으나 어원을 찾아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며칠 전 아주 재미있는 말을 배웠다. ‘야단법석(野壇法席)’ 아주 시끄러운, 소란한, 정신없는 등의 뜻으로 어렵잖게 쓰이는 말이나 뜻밖에 신라시대의 원광대사와 관련된 다른 배경이 있었다. 신라시대 당나라와 교류를 할 때 당의 승려들이 원광대사의 설법을 들으려 1,00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실내에서 설법을 듣지 못하고 바깥(야)에 단을 세워 법을 들은 자리라는 뜻이었다.
“한결같이” 오래전 나 개인의 경험이다. 30대 초중반에 김기동 목사님을 처음 만났다. 그 무렵 시무언의 설교 중 스치며 한결같이의 뜻이 ‘결이 하나 같이’ 라는 말씀을 하셨다. 예수 처음 믿을 때도 대단했었지만 또 다시 천지개벽을 경험하는 것 같이 정신없을 때였다. 엄청난 감동과 헌신에 대한 새로운 결단 또 김기동 목사님 같이 살아 보려는 복잡한 심리적 상태가 뒤섞여 정신없는 중에도 실은 어느 때보다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 믿고 한결같이 지내오다 엉뚱하게도 이단으로 몰렸다. 한편에서는 그 이단 때문에 심령이 뜨거워 감당키 어려울 정도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지옥에라도 갈 사람 취급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라는 용어를 가슴 깊이 묻었다. ‘한결같이’ 살아야 한다는 강열한 생각이 밀려왔다. 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길 워낙 교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목사님에게서 배웠다. 고3 말에 신학을 해야겠다고 방향은 확정했으나 서울로 가고 싶어 목사님을 찾았다가 일언지하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몇 십 년이 지났으나 잊지도 않고 있다. ‘우리 교단에서 목사 되려면 고려신학교 가야한다.’ 더 뭘 고민할 수도 없었다. 섭섭해 하는 나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10만원을 주며 그렇게 가고 싶으면 서울 한 바퀴 갔다 오너라 해서 진짜 서울에서 하숙을 하던 한 선배에게 가서 한 주간을 보내며 여러 대학을 구경하고 내려왔다. 난 이렇게 자란 교단의 정신으로 살다 다 포기하고 이단이라는 동네로 온 사람이라 내 명예를 위해서도 돌아 갈 데가 없다. 현 고신대 총장이 교단총회장이 동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돌아갈 곳도 더 없는 나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한결같이” 살지 못한 뼈아픈 옛 기억 때문에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더 매섭게 달려가야 한다. 이것만이 나를 살리는 길이고 내가 버틸 수 있는 자존심이다. 또한 이것이 내가 성락교회 내분으로 생긴 소위 개혁파가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 외에 같이 할 수 없는 또 다른 숨은 사정이다.
이동훈을 뻔히 아는 그들이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내가 두 번 세 번 변명을 하며 바꾸기라도 하면 진리를 발견했다고, 김기동 목사라는 정말 대단한 분이 계시다고 잡는 저들을 뿌리치고 이단을 선택했던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나를 욕되게 할 뿐 아니라 얼마나 주님을 무안하게 하겠는가. 나는 한결같이 라는 말을 정말 좋아 한다. 지난 많은 날 “신앙”은 주님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내게도 많은 녀석들이 엄청난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러면 진짜 내가 무너지고 만다. 이는 오랜만에 털어 놓는 나를 위한 한 작은 변명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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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변명
깡으로 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