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대 내 다녔던 부산지역 초등학교 수학여행 코스는 경주였다. 한반에 83명에서 86명으로 16반 까지 있었으니 전체조례라도 하는 월요일은 대단하였다. 학교운동장에 아이들이 꽉 들여차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조차 자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시절의 수학여행은 학년전체가 움직여 수십대의 관광버스며 전송 나온 학부모며 열기 또한 숫자 못지않았다. 이웃이나 친척이 용돈을 줄 정도로 큰 동네 잔치였다. 첫째 날 새벽 석굴암을 올라가는데 수학여행에 동승한 교장선생님께서 높은 곳에 오르기 힘든 학생 등등하여 불러 모아 즉석노래자랑대회를 여셨다. 곁에 있던 친구들의 내 이름을 연호하여 억지로 노래를 불러 1등을 하곤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달려서 친구들과 합류했던 적이 있다. 교회를 다니기 전이었고 난생처음 여러 사람 앞에서 불러본 가요였다. 그 노래를 지금도 기억한다. 밤마다~♬하는 ‘불나비’였다. 그리곤 중학교 2학년 땐 조회시간 교가 지휘를 했었다. 담임이 음악선생님이셨고 나는 반장이었다. 다시 고3때는 당시 처음으로 실내 방송조례가 시작되던 무렵으로 교가 녹음을 해서 내 음성이 매일 전체 교실에 울렸다. 그리곤 고3 중반 무렵 음악선생님이 나를 찾는다 해서 달려가니 ‘넌 공부도 좀 하잖아. S대학 가라’고 했던 적이 있다. 속으로 욕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한 가지 더, 원대로 신학대학에 들어가서는 완전 망나니 같이 1학년부터 신학원 졸업 3학년 7년간을 공부하는 일자형 대학의 가교사 목조건물 복도에서 소리소리대로 국내외 가곡을 불렀다. 당시의 신학교 분위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못 말리는 신학생이었다. 그리곤 대학 1학년 때 부산시립합창단을 지원하여 할렐루야 공연도 해보고 곧 교회 지휘도 해보았다. 음악과 관련된 내 이력이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다음이다. 난 평생에 내가 노래를 좀 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소질이 있다고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아예 위 소개한 기억들을 회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위 기억들은 나이 60이 넘고서야 처음으로 ‘내가 노래에 소질이 조금 있었나?’ 했다. 나는 몰랐어도 선생님들은 알고 있었던가 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참 혼자 잘난 척한 진짜 미련한 놈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그리고 보니 오히려 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취기가 오르면 재래식 시장통에서 외국 명곡을 소리소리 지르던 것이 기억났다. 아버지의 DNA가 내게 있었던가 했다.
다음은 반전이다. 그런 자기발견조차 못하던 내게 딸아이가 음악교사가 되었다. 그 참! 아이가 교사가 되고서도 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족력이라는 것도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생각났다. 첫째 선생님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재능이 보였던 모양이다. 자신은 채 몰랐지만 선생님들은 아이 한명 한명의 소질과 재능을 알고 나름 적재적소를 파악하고 계셨던 것 같다.
둘째 자신을 계발해 줄 진정한 안내가가 필요했다.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진짜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조금 더 다각도로 지도해 주었으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종종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제대로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게 기억되는 지난 시간이다.
셋째는 결국 우리 모두는 행운이거나 좋은 환경의 몇 사람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그대로였지 아닐까 싶다. 하나님이 도우셔야 했다. 그게 행운이든 선생님이든 동네형님이든 친구든 어느 누구를 통해서든 예측을 불허하는 인생길에서 인도하심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자주 자주 이 생각에 빠져든다. 내 나이 13살초에 믿은 예수 그 예수 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남은 얼마는 다른 생각 않고 그렇게 승부를 걸려한다. 숨지는 날까지 하늘을 바라고 살았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글. 이동훈 목사 |
|
자신을 몰랐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