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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세월이 흘렀다. 애써 곰곰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심스레 뒤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바뀐 것을 발견한다. 사람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주거환경이며 먹거리며 외양은 천지개벽이 무색하도록 바꿨다. 정확히 몇 살 때인지도 짐작이 잘 안가는 기억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 아닐까싶은 때에, ‘형님아, 굉장한 점방이 생겼다’고 형인 내게, 집에서부터 200m는 족히 떨어진 곳에 새로 개업한 마트를 두고 동생이 구경 가자고 재촉을 했다. 사람도 지키지 않고 과자가 무지 많다 했다. 그 어린 내가 무슨 심통이었는지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끝내 가지 않다-길을 가다 힐긋 동생의 말이 기억나 호기심에서 보면서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가보았던 기억이 난다. 구멍가게가 동네슈퍼로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형님은 큰 목욕탕이 새로 생겼다고 구경 간다며 요란을 떨던 적도 있었고, 뭐가 바뀌고 뭐가 바뀌고 해가 바뀌길 무섭게 주변 환경이 바뀌어갔다. TV도 대형 TV가 나올 때 마다 TV광고는 난리를 쳤고 소비자인 우리는 새로운 것의 구매충동에 시달렸다. 여자 운전자가 탄 승용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힐끗이라도 한 번 더 돌아 본 것도 오래 기간 계속 되었는데 이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 이야기가 되었다.
난 산에서 나무 떼어 밥 해먹는 시절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연탄불은 많이 갈았다. 6남매 중 부지런한 내가 도맡아 했던 일이었고 그러다가 석유로, 다시 석유시대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LPG가스로 바뀌더니 다시 도시가스에서 최근에는 인덕션이라고 유혹을 한다. 그렇잖아도 구입한지 오래여서 사용이 불편한데 바꾸려면 지금이 적기 아닌가 싶어, 유별나게 보수적인 아내의 눈치를 본다. 지금은 자동차 한대 없는 가정이 찾기 어려울 정도지만 승용차를 처음 구입하곤 마치 큰 부자가 된 듯 하였던 그 무한 유치했던 정서도 꽤 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변화와 바꿈은 계속 진행형이다. 아마도 최고의 변화는 택배나 혁명적 유통구조나 핸드폰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핸드폰이 문제다. 오래지도 않다. 처음 핸드폰에 성경이며 찬송이 내장 되었을 때 그 큰 분량이 손쉽게 핸드폰 안에 들어오고 검색까지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그 참 좋다. 문명이란게 이렇게 영적으로도 유익할 수가 있구나’ 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성경 찬송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현대를 따라 가는 것 같아 멋도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 성경도 더 많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웬걸! 며칠 전, 성경이 핸드폰 속에 들어간 이후 성경을 보는 시간이 훨씬 줄어든 것을 알고 ‘아 그러면 그렇지 문명이 우리를 유익케 할리 없지’ 하고 유별나게 문화와 문명에 대하여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온 -원리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한 큰 목사님이 생각났다. 앞서 열거한 것은 지극히 사소한 사례다. 별로 크지도 않았을 방에 아버지 엄마 6남매가 한방에 살았다.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목욕을 매일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잖은 문화충격이었다. 내 돈 한 푼 내지 않고 지구 저편의 지인들과 전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점점 멀어져만져 가는 영혼의 실상이다. 마귀는 어떤 식으로도 우리가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보다 영적으로 살도록 인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번은 서울 지하철 제법 길이가 깊은 에스컬레이터의 십수명 되는 행인들이 한사람이나 예외일까 이용객 대부분이 에스컬레이터 이용 중에도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 봤자 무슨 돈을 버는 것도 교양을 쌓는 것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 게임이나 모바일 쇼핑서핑이나 만화다. 왜 그 짓을 하는가 싶다. 그나마 뉴스는 훨 낫고 독서는 엄청 낫다.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정말 희한하고 무서운 것은 이렇게 원수에게 속고 산다는 것조차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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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두 얼굴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