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8.04.01. 17:13:37 글쓴이IP: 121.145.108.216

‘성경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는 한국교회가 신주단지 같이 귀히 여기는 신앙의 전제이다. 나도 물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는 명제는 간단한 한 문장에 비해 상당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어떤 입장이든 성경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말씀이다 는 아니다. 그렇게 보는 입장이 아직도 없는 것은 아니나 설명이 없이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경 속에는 사단의 말도 귀신의 말도 말 같지 않은 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한쪽에서는 ‘담겨있는 의미’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여 넘어가려 하지만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는 근간을 흔들 수 있어 대단히 조심스러워 한다. 이와 같은 성경 속에는 굉장히 강하게 호소하는 것들이 몇 있다. 4복음서의 결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기초하여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고,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땅 끝까지 예수의 증인이 되고, 주의 양무리들을 돌보는 것으로 이 넷은 동의반복과 같은 기독교회의 대명제이다. 주의 당부에 따른 복음전파의 대사명이다. 로마서8장도 그렇다. 하나님이 의롭다 하신 것을 어느 누구도 무엇도 피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처럼 성경에도 다이아몬드의 발광체 부분같이 주변의 것을 무색케 하는 핵심부분이 있다. 근자 종교개혁 500주년과 베뢰아 환언 운동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면서도 다시 확인했다. 16C 종교개혁자들은 면죄부 판매의 어거지에 저항하며 종교 기득권자들의 부패 타락을 질타하면서도 밖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그들은 좋은 세상 좋은 사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목숨 걸어 투쟁한 일체가 사람은 한결같이 죄인이요 오직 예수 믿는 믿음으로만 의롭다 함을 받는다는 대원칙을 지키려 했다. 이신칭의다. 오직 은혜로! 가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 그들은 성경으로 돌아가려 했다. 죽자 살자 성경에 기초하고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적 교회를 이루려 했다. 그러나 아직 시대의 소명이 무르익지 않아서 인지 정치적 이유들 비롯한 여러 한계가 발목을 잡아 종교개혁은 미완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포기하지 않으려 했으나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내게도 그렇다. 내 어린 소년시절 예수 믿기로 회심을 한 것은 내가 죄인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죄인으로는 소망이라곤 없었던 소년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셔서 나도 천국 갈 수 있다 는 소망을 가졌다. 당시 내 삶이 너무 고단했을까를 추측해본다. 실제 무척 그랬다. 한주도 평안한 때가 없었다. 아버지의 주벽은 한주를 넘긴 적이 아마도 평생 없었을 것 같다. 주에 두 번은 기본으로 난장판이었으니 그 틈새를 살아가야 하는 민감한 청소년시절의 나는 무척 힘들었다. 내 삶의 무게도 버거웠고 고생하는 엄마며 동생들이 늘 걱정이었다. 내게 예수는 진짜 구세주였다. 그 시절 아주 가까운 한 친구가 너는 예수 안 믿었으면 죽었을 게다 했다. 나는 그랬다. 물론 예수 믿어 선하게 살려고 무척 몸부림쳤다. 할 수만 있으면 옳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요즘 말로 그야말로 옵션 선택사항이라는 것을 알았다. 늦게나마 온몸으로 복음을 깨달았고 체험했다. 나는 김기동목사님을 존경한다. 그분을 나만큼 농도 깊게 사랑한 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신 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신이 아니다. 그도 죄인이다. 그래서 여태껏 그를 변증하면서도 그를 잘 했다 거나 옳다 한 적이 없다. 왜냐면 교회가 어려움을 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는 잘못하셨다. 그러나 그가 죄인이다면 나는 천번 만번 더 죄스럽게 살았다. 차라리 하나님은 너무 크시기에 그가 보실 땐 인간의 의라는 것이 정말 별 것 아니다 는 말씀에 절대 공감한다. 나는 정말 부족한 죄인중의 죄수였으니 이는 내 포기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래서 그를 흉보지 못한다. 성경을 알고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할 수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할 수가 없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