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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종교개혁의 후발주자였던 칼빈은 카토릭 사제도 개신교 목사로 안수를 받은 자도 아니었다. 그는 법학도였으나 스위스 쮜리히를 중심으로 루터이상 사실상의 16C 종교개혁을 총망라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가 카토릭교회의 형식적 권위주의에 반기를 들어 직접적 신정정치에 눈을 떠 반대자를 화형 시킨 것이 빌미가 되어 엄청 못된 사람으로 알려진 측면이 있으나 기실인즉 그는 대단히 경건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간 성경학자요 개혁의 리더였다. 요한계시록을 제외한 성경전권을 주석한 것은 놀라운 업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칼빈은 우리나라에서 예정론이 그의 중심사상으로 알려졌으나 실은 그는 하나님의 주권을 그의 사상의 중심에 놓았다. 철저한 신본주의자인 것이다. 그는 하나님은 예지(미리 알고 있음)하시다는 것은 결국 예정하신 것이 아니냐는 논리로 예정론의 근거로 삼았다. 실제 성경 곳곳에는 하나님은 미리 다 아시는 분이시다는 뉘앙스의 본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진리를 추구하는 것과 상관없는 많은 짓궂은 이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사례를 들어 예정론을 궁박한다. 나 역시나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지정의를 가져 부분적으로나마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감안하면 예정론은 무리다 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때에, 다시 언급하지만 하나님은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분이시다는 것을 전제하면 예정론은 다시 상당한 수준으로 수긍할 만한 위치를 점하지만 문제의 실상은 이렇게 이론적 영역에 있지 않고 지나간 신앙생활의 실제 속에 있다는 점이다. 난 정말 순식간에 뜨겁게 회심을 했다. 13세 되던 해, 채 추위도 가기 전에 교회로 인도 받았던 첫날 소년은 여지없고 깨어지고 회심을 작정했다. 예수 믿어야 겠다 뜻을 세웠고 교회의 사람도 마냥 좋았고 그 길을 가려고 마음을 굳혔다. 반세기가 넘도록 단 한 번도 실감 있게 후회하거나 번민하지도 않았다. 그냥 꾸역꾸역 열심히 성의를 다해 교회생활을 했고 최선의 신앙생활이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어디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쉽게 잘 있는가. 종내 마음 문을 열지 않는 이가 많고, 어떤 사람은 정말 설득이 되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독하게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미운 마음에서라도 예정론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 같이 논리가 까다롭고 따지기 잘하고 시비 거는데 익숙한 사람이 어떻게 그리 쉽게 단숨에 그리스도인이 되었을까? 의심도 번민도 방황도 않고 신앙생활 잘하는 것만이 중요했을까? 그 반대의 많은 경우들도 마찬 가지다. 저 사람은 유기(遺棄:버려둠)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다. 하나님은 어느 날 나를 부르시고 부르심의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측량할 수 없는 신묘막측 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를 부르신다. 나의 마음을 감동하셨고 예수 시인하고 영접하게 하셨다.
그래서 난 아직도 꿈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것도 내가 멈추지 않으려 노력하기보다 그냥 멈추지 않고 꿈을 꾸고 바라며 의지한다. 마치 그렇게 되어 지도록 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이 꿈을 응시한다. 하나님이 하실 일을 궁금해 하고 그의 자비와 긍휼을 바라며 마침내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져 가는 과정이 있을 것을 주시한다. 사람은 모르지만, 알 수 없는 곳에서 일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바람 역시 그의 예정하심 같이 견고하다. 최근에는 자주 영원히 선택된 자와 버려진 자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 의지대로 살 때와 달리 철이 들어가서 일까 하나님이 예정하신 일을 바라고 신뢰한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전능하시고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설계해 놓으신(예정) 길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때로는 신기하게 나를 지배한다. 그래서 여전히 하나님의 긍휼과 인도하심을 의지한다. 이럴 땐 나는 예정론자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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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론
깡으로 살려한다
